“모든 걸 바로 보지 못하니 세상 어지러워”
이진구 기자
입력 2024-04-16 03:00 수정 2024-04-16 03:00
태고종 종정 운경 대종사
“남 위에 선 사람들부터 각성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슬기로움을 잃어가고 있는 시대입니다. 지도자들이 정말 정신 차려야 하는데…. 허허허…허허.”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백련사에서 한국불교태고종 제21세 종정(宗正) 운경 대종사 추대 법회가 열렸다. 종정은 불교 교단에서 종통을 승계하는 최고 권위를 가진 가장 큰 어른이다. 운경 종정(사진)은 8일 백련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정치도, 경제도, 심지어 종교도 모든 걸 바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세상이 자꾸만 점점 더 나빠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양심(良心)이 없어져 가고 있어서…. 깨달음을 얻는 수행으로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념(正念), 정정진(正精進), 정정(正定) 등이 있습니다. 보통 수행자가 하는 것이지만 저는 ‘정견’만큼은 모든 사람이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 사회 지도층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모든 어지러움이 바로 보지 못하는 데서 시작되니까요.”
―정치인은 물론이고 찾아오는 사회 지도층이 많을 텐데요.
“늘 제발 좀 바로 보라고 하지요. 내가 하는 말과 행동만이 옳고,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자만에 빠지지 말라고요. 그런 자만이 오만이 되고, 오만한 상태에서 벌인 행동은 결국 자신을 망치는 파국을 부릅니다. 인과(因果)의 법칙은 불교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적용되는 진리지요. 씨를 뿌리면 싹이 돋듯, 모든 결과는 지금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바로 보지 못하면 바른말과 행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평소 생활불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만….
“저는 가장 많은 포교, 교화를 한 분이 성철 스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철 스님이 직접 돌아다니시면서 포교를 한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그분의 수행과 덕, 인품 등을 보고 정말 많은 사람이 감화되지 않았습니까? 수행이 부족한 승려가 포교하면 그 말에 감화하는 중생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생활불교란 자기 삶과 수행, 하는 일이 늘 일치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비단 수행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의 위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지요. 자기 이득은 다 챙기면서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면 누가 따르겠습니까.”
―추대 법회에서 ‘불교인들도 깨어나야 한다’라고 하셨더군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조차 다 모를 정도로 크고 작은 불교 종단이 많습니다. 총무원장 등 감투를 쓰고 싶어서 큰 곳에서 나가 스스로 만든 곳도 상당수지요. 중이 자리에 욕심을 내니…. 한 해에 동안거, 하안거 등 수행에 들어가는 스님이 몇천 명입니다. 그러면 단 몇 명이라도 눈을 뜬 사람이 나와야지요. 그런데 저조차도 거의 들은 바가 없습니다. (깨달음을 얻지 못했으면서) 입으로만 조주(趙州)의 ‘끽다거(喫茶去·차나 마셔라)’를 하는 건 아닌지….”
―끽다거라니요.
“조주는 차를 선의 경지로 끌어올린 당나라 시대 선승입니다. 하루는 불법을 묻는 수행자들에게 대답 대신 ‘이곳에 온 적이 있는가?’라고 묻고는 온 적이 있든 없든 모두에게 ‘차나 마셔라’(수행이 차 마시는 것처럼 다반사로 이뤄져야 한다는 가르침)라고 선문답을 했지요. 심지어 대답이 왜 그러냐고 묻는 제자에게도요. 명색이 수행자가 깨달음 없이 흉내만 내서야 하겠습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남 위에 선 사람들부터 각성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슬기로움을 잃어가고 있는 시대입니다. 지도자들이 정말 정신 차려야 하는데…. 허허허…허허.”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백련사에서 한국불교태고종 제21세 종정(宗正) 운경 대종사 추대 법회가 열렸다. 종정은 불교 교단에서 종통을 승계하는 최고 권위를 가진 가장 큰 어른이다. 운경 종정(사진)은 8일 백련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정치도, 경제도, 심지어 종교도 모든 걸 바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세상이 자꾸만 점점 더 나빠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양심(良心)이 없어져 가고 있어서…. 깨달음을 얻는 수행으로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념(正念), 정정진(正精進), 정정(正定) 등이 있습니다. 보통 수행자가 하는 것이지만 저는 ‘정견’만큼은 모든 사람이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 사회 지도층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모든 어지러움이 바로 보지 못하는 데서 시작되니까요.”
―정치인은 물론이고 찾아오는 사회 지도층이 많을 텐데요.
“늘 제발 좀 바로 보라고 하지요. 내가 하는 말과 행동만이 옳고,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자만에 빠지지 말라고요. 그런 자만이 오만이 되고, 오만한 상태에서 벌인 행동은 결국 자신을 망치는 파국을 부릅니다. 인과(因果)의 법칙은 불교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적용되는 진리지요. 씨를 뿌리면 싹이 돋듯, 모든 결과는 지금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바로 보지 못하면 바른말과 행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평소 생활불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만….
“저는 가장 많은 포교, 교화를 한 분이 성철 스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철 스님이 직접 돌아다니시면서 포교를 한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그분의 수행과 덕, 인품 등을 보고 정말 많은 사람이 감화되지 않았습니까? 수행이 부족한 승려가 포교하면 그 말에 감화하는 중생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생활불교란 자기 삶과 수행, 하는 일이 늘 일치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비단 수행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의 위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지요. 자기 이득은 다 챙기면서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면 누가 따르겠습니까.”
―추대 법회에서 ‘불교인들도 깨어나야 한다’라고 하셨더군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조차 다 모를 정도로 크고 작은 불교 종단이 많습니다. 총무원장 등 감투를 쓰고 싶어서 큰 곳에서 나가 스스로 만든 곳도 상당수지요. 중이 자리에 욕심을 내니…. 한 해에 동안거, 하안거 등 수행에 들어가는 스님이 몇천 명입니다. 그러면 단 몇 명이라도 눈을 뜬 사람이 나와야지요. 그런데 저조차도 거의 들은 바가 없습니다. (깨달음을 얻지 못했으면서) 입으로만 조주(趙州)의 ‘끽다거(喫茶去·차나 마셔라)’를 하는 건 아닌지….”
―끽다거라니요.
“조주는 차를 선의 경지로 끌어올린 당나라 시대 선승입니다. 하루는 불법을 묻는 수행자들에게 대답 대신 ‘이곳에 온 적이 있는가?’라고 묻고는 온 적이 있든 없든 모두에게 ‘차나 마셔라’(수행이 차 마시는 것처럼 다반사로 이뤄져야 한다는 가르침)라고 선문답을 했지요. 심지어 대답이 왜 그러냐고 묻는 제자에게도요. 명색이 수행자가 깨달음 없이 흉내만 내서야 하겠습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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