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처방으로는 ‘金사과’ 재발 못막는다[기고/이상현]
이상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입력 2024-04-05 03:00 수정 2024-04-05 03:00
이상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최근 사과 가격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올 2월 사과 평균 소매가격이 10개에 3만 원에 육박했고 사과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3월에는 88%를 넘었기 때문이다. 사과 등 과일 가격이 물가를 올린다는 언론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으며 ‘금(金)사과’, ‘프루트플레이션’(과일+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사과 꽃이 피는 4월에 서리가 내리면서 냉해를 입었고 7∼8월에 잦은 비로 일조량이 부족했으며 가을에는 우박 피해까지 발생해 사과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30.4% 감소했다. 농가 저장 물량도 전년보다 약 30% 감소해 평년 수준의 가격은 토마토 참외 등 대체 품목이 출하되는 시기에나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과일은 한 해에 한 번밖에 수확할 수 없고 몇 차례 수확할 수 있는 딸기, 토마토도 수확까지 적어도 서너 달은 걸리는 등 공급이 비탄력적이다. 물량이 조금만 감소해도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와 농가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가격을 높게 받으면 농가 소득이라도 늘어야 할 텐데 작황이 나쁘니 팔 물건이 없어 농가 소득은 오히려 줄어든다.
사과 가격이 많이 상승한 건 사실이지만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사과의 가중치는 전체 1000 중에서 2.3에 불과하다. 이는 도시 가구가 월 1000원을 지출할 때 사과에 2.3원을 지출한다는 의미다. 휴대전화 요금의 가중치 29.8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신선식품의 경우 구매 빈도가 잦아 비중이 작더라도 체감 상승률은 더 크게 느껴지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착시는 외국 사과를 수입하자는 제안으로까지 이어졌다. 사과는 병해충 유입에 대한 우려로 수입이 막혀 있는데 이를 허용해 국내 공급을 늘리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2015년 북미의 과수화상병이 알 수 없는 경로로 국내에 유입돼 확산하면서 사과 재배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처럼 외국의 병해충이 국내로 들어올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농업도 생산 기반이 훼손되면 복구가 어렵다. 가뜩이나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농사를 포기하는 농업인이 속출하는데 한 해 가격이 올랐다고 수입 같은 단기 처방을 반복한다면 결국 우리 국민의 먹거리를 순전히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올해도 과일나무의 꽃이 평년보다 10일가량 일찍 필 것이라 한다.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서리라도 내리면 지금의 금사과 사태가 또다시 반복될까 염려된다. 냉해와 우박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사과 생산량 감소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입이나 할인행사 같은 단기 처방보다 내재해성 품종 개발이나 시설 지원, 재해 발생 시 보상 현실화 등 농업인이 영농에 매진할 수 있도록 생산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합리적 가격으로 사과를 소비할 수 있게 하는 지속가능한 방편이다.
이상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비즈N 탑기사
- ‘배 속 43㎏ 똥’…3개월 화장실 못 간 남성의 충격적인 상태
- ‘여친살해 의대생’ 포함 ‘디지털교도소’ 재등장…방심위, 접속차단 가닥
- “알바라도 할까요?” 의정갈등 불똥 신규 간호사들, 채용연기에 한숨
- 하룻밤에 1억3700만원…비욘세 묵은 럭셔리 호텔 보니
- 최강희, 피자집 알바생 됐다…오토바이 타고 배달까지
- 마포대교 난간에 매달린 10대 구하려다 함께 빠진 경찰관 무사히 구조
- ‘투머치 토커’의 모자…민희진 폭주에 박찬호 소환 왜
- 백일 아기 비행기 좌석 테이블에 재워…“꿀팁” vs “위험”
- 최저임금 2만원 넘자 나타난 현상…‘원격 알바’ 등장
- “배우자에게 돈 보냈어요” 중고거래로 명품백 먹튀한 40대 벌금형
- 대구銀, 시중은행 전환… 32년만에 ‘전국구 은행’ 탄생
-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수익 13%… 원리금 보장형의 3배 넘어
- 부동산PF ‘부실’ 속출 예고에… 2금융권, 8조 추가 충당금 비상
- ‘큰손’ 유커-다이궁 어디에… 면세업계 1분기 성적도 부진
- 마곡 ‘반값아파트’ 토지임차료는 월 82만 원[부동산 빨간펜]
- “기업 稅혜택 등 없는 맹탕 밸류업” 개미들 이달 2.7조 순매도
- [기고/성기광]탄소중립의 중심에 선 ‘고로슬래그’
- [DBR]의무화되는 인권 실사… ‘인권 경영’ 시대가 온다
- 유해물질 범벅 유모차-장난감 ‘알테쉬’ 등서 해외직구 금지
- 전세 대신 월세, 차액은 투자… ‘신혼집 재테크’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