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돈 썼던 국제공동연구, 유럽예산 받을 길 열렸다

최지원 기자

입력 2024-03-26 03:00 수정 2024-03-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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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지원 세계최대 프로젝트
‘호라이즌 유럽’에 준회원국 가입
아시아 처음… 협력국가 다양화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 최대 연구 프로젝트인 ‘호라이즌 유럽’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한다. 그동안 우리 예산을 써가며 참여했던 국제 공동연구를 유럽연합(EU)의 예산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학계에서는 “과학 연구에서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협력 국가를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5일 유럽집행위원회 연구혁신총국의 일리아나 이바노바 집행위원을 만나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가입 협상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가입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호라이즌 유럽은 EU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총 7년간 955억 유로(약 138조 원)를 지원하는 세계 최대 연구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는 EU 회원국 및 인근 국가만 참여할 수 있었지만 최근 비유럽 국가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우리나라는 뉴질랜드, 캐나다에 이어 비유럽 국가 중에선 세 번째,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호라이즌 유럽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됐다. 준회원국은 협의를 통해 책정된 재정 분담금을 EU에 지불하고, 과제 선정 절차를 거쳐 EU의 호라이즌 유럽 예산으로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가입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내년부터 연구 참여가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미 제3국으로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총 30개 기관이 33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제3국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비는 우리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지불해야 할 재정 분담금은 협정에서 전문이 공개되는 10, 11월께 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앞서 가입한 뉴질랜드의 분담금이 약 3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분담금은 연구비 수혜 규모에 따라 사후에 추가로 납부하거나 또는 환급을 받을 수 있다. 유럽과 공동연구 지원사업을 수행했던 민기복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초반에는 EU에서 받는 연구비가 적을 수 있지만 세계 무대에서 연구 기획을 하는 과정 자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최근 미국, 중국의 ‘자국 중심주의’가 강해지는 가운데 국제 협력에서 미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EU 대사를 지낸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유럽은 전 세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의 22%를 차지하고 있다”라면서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함으로써 유럽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다른 국가까지도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다만 이번 협력을 실질적인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협력 경험이 많은 국내의 한 우주학계 연구자는 “40∼50개국이 경쟁하는 호라이즌 유럽에서 과제가 채택되려면 최소한 4∼5월에는 연구 기획서 준비가 시작돼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명확한 연구 협력 방향성을 마련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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