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손님 아닌 활동 주체가 되는 교회로”
이진구 기자
입력 2023-11-27 03:00 수정 2023-11-27 03:00
애능중앙교회 장찬호 목사
시각장애 안고 24년간 담임목사로
신도 60명에서 300여명으로 키워
시각장애인 200명 매주 함께 기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 되는 것이 이 땅에서부터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게 아닐까요.”
전체 신자 300여 명 중 200여 명이 시각장애인인 서울 마포구 애능중앙교회 장찬호 담임목사(68)는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장애인이라고 늘 남의 도움만 받는 게 결코 마음 편한 게 아니다. 장애인을 돕는 교회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도 시각장애인인 장 목사는 1999년 2대 담임목사로 부임해 신도 60여 명의 교회를 300여 명으로 키워냈다.
―장애가 있는 분들이 일반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기가 어렵습니까.
“20여 년 동안 일반 교회를 다니다 이곳에 온 시각장애인 부부가 있는데 진작 올 걸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20년 동안 그 교회를 손님으로 다녔다면서…. 일반 교회에서도 장애인을 위해 시설을 설치하고 배려도 해줍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분들이 중심이 돼 스스로 주체적으로 사역에 참여하고 주도하지는 못해요. 늘 도움받는 입장이지요. 마음은 고맙지만, 그게 마음 편한 일은 아니거든요.”
―시각장애인이 교회 활동을 하려면 비장애인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애능중앙교회는 1981년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목표로 개척됐어요. 그런데 제가 부임했을 때까지도 선교회가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으로 분리돼 있었지요. 그때만 해도 비장애인은 봉사자 입장으로 교회에 왔거든요. 모임도 별도로 갖고요. 이곳도 그랬으니 다른 일반 교회는 더 말할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양쪽이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선교회를 통합해 재조직했지요.”
―함께 활동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는 시각장애인이라고 누가 안내해주고 데려다주고 그러지 않아요. 식당도, 화장실도 혼자 힘으로 갑니다. 부딪히고 넘어질 때도 있지요. 앞서 말한 부부는 매주 강원 원주에서 대중교통으로 오는데 전국에서 그런 분들이 많이 와요. 인근에 왜 다른 교회가 없겠습니까. 하지만 가까운 교회에서 손님처럼 있는 것보다 멀어도 주인으로 다니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거죠.”
―장애 때문에 신앙생활을 포기할 뻔했다고 들었습니다.
“생후 100일 때 안질을 앓았어요. 맨 앞에 앉아서 칠판 글씨가 안 보일 정도였지요. 신학대에 들어간 뒤에 더 나빠져서 몇 년간 공부도 중단하고 사람도 안 만나고 살았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만난 시각장애인분에게 시각장애인 교회가 있고 시각장애인 목사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을 찾아간 게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됐지요. 저는 우리 교회가 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도움을 주고 봉사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시각장애 안고 24년간 담임목사로
신도 60명에서 300여명으로 키워
시각장애인 200명 매주 함께 기도
장찬호 애능중앙교회 목사는 “장애인은 도움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받는 쪽에서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며
“교회가 장애인이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애능중앙교회 제공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 되는 것이 이 땅에서부터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게 아닐까요.”
전체 신자 300여 명 중 200여 명이 시각장애인인 서울 마포구 애능중앙교회 장찬호 담임목사(68)는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장애인이라고 늘 남의 도움만 받는 게 결코 마음 편한 게 아니다. 장애인을 돕는 교회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도 시각장애인인 장 목사는 1999년 2대 담임목사로 부임해 신도 60여 명의 교회를 300여 명으로 키워냈다.
―장애가 있는 분들이 일반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기가 어렵습니까.
“20여 년 동안 일반 교회를 다니다 이곳에 온 시각장애인 부부가 있는데 진작 올 걸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20년 동안 그 교회를 손님으로 다녔다면서…. 일반 교회에서도 장애인을 위해 시설을 설치하고 배려도 해줍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분들이 중심이 돼 스스로 주체적으로 사역에 참여하고 주도하지는 못해요. 늘 도움받는 입장이지요. 마음은 고맙지만, 그게 마음 편한 일은 아니거든요.”
―시각장애인이 교회 활동을 하려면 비장애인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애능중앙교회는 1981년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목표로 개척됐어요. 그런데 제가 부임했을 때까지도 선교회가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으로 분리돼 있었지요. 그때만 해도 비장애인은 봉사자 입장으로 교회에 왔거든요. 모임도 별도로 갖고요. 이곳도 그랬으니 다른 일반 교회는 더 말할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양쪽이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선교회를 통합해 재조직했지요.”
―함께 활동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는 시각장애인이라고 누가 안내해주고 데려다주고 그러지 않아요. 식당도, 화장실도 혼자 힘으로 갑니다. 부딪히고 넘어질 때도 있지요. 앞서 말한 부부는 매주 강원 원주에서 대중교통으로 오는데 전국에서 그런 분들이 많이 와요. 인근에 왜 다른 교회가 없겠습니까. 하지만 가까운 교회에서 손님처럼 있는 것보다 멀어도 주인으로 다니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거죠.”
―장애 때문에 신앙생활을 포기할 뻔했다고 들었습니다.
“생후 100일 때 안질을 앓았어요. 맨 앞에 앉아서 칠판 글씨가 안 보일 정도였지요. 신학대에 들어간 뒤에 더 나빠져서 몇 년간 공부도 중단하고 사람도 안 만나고 살았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만난 시각장애인분에게 시각장애인 교회가 있고 시각장애인 목사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을 찾아간 게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됐지요. 저는 우리 교회가 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도움을 주고 봉사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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