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고 감정 치솟으면, 이불 뒤집어쓰고 잠자세요”
이진구 기자
입력 2023-10-23 03:00 수정 2023-10-23 10:21
‘보지 못하는 것을…’ 펴낸 주경스님
“훈련하다 보면 화 조절 가능해져”
“‘욱’하면 일단 이불 뒤집어쓰고 자세요. 일어나면 대부분의 화가 사라집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인 주경 스님(사진)이 최근 에세이집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마음의숲)을 출간했다. 삶에 지쳐 늘 화가 가득한 현대인을 위한 다양한 조언을 담았다.
주경 스님은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뉴스를 보면 세상이 온통 거칠고 험악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곳에는 많은 사람의 사랑과 세상을 보는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이 있다”며 “사람들의 마음이 물가의 쉼터처럼 평온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말했다. 스님은 “흔히 ‘욱하지 말고 참으라고 하지만 그게 쉽게 되느냐’고 반문하는데, 욱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생겨도 자제심을 잃고 ‘확’ ‘팍’ 하고 상대를 치는 등의 행동으로 나가는 것은 노력으로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화를 내지 않는 경지에 이르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욱’하고 뭔가 감정이 치받쳐 올라올 때 그것을 꿀꺽 삼키거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등 그 순간만 넘겨도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런 순간을 넘기는 행동이 쌓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스스로 화를 조절하는 능력이 길러진다”고 했다.
스님은 풀잎이 자라는 소리, 먹이를 물고 이동하는 개미가 신나서 지르는 소리, 햇빛이 어깨 위에 떨어지며 전하는 말 등 평소 인간이 듣지 못하는 의외의 소리를 열거하며, 우선 한숨 돌리는 여유를 지니라고 권했다.
“선문답 같지만 보지 못하는 것을 보려면 멀리 떨어져서는 안 되고 가까이 다가가서 묵묵히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게 기다리며 쉬다 보면 문득 뒤를 돌아보게 되고, 그 뒤와 앞을 타인에게 내어주는 겨를도 생기죠. 그런 너그러움이 있는 삶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들으며 사는 삶입니다.”
스님은 천천히 가는 것이 오히려 빠르게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늘 조급해서 빠르게 가려다 보니 성숙해지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제대로 끝까지 가지도 못하는데, 여전히 그 허술하고 허망한 빠름에 몰두하다 보니 자꾸 넘어지고 무너져 사람들 속에 있어도 허전하고 외로워진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책을 통해 사람들이 잠시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훈련하다 보면 화 조절 가능해져”
“‘욱’하면 일단 이불 뒤집어쓰고 자세요. 일어나면 대부분의 화가 사라집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인 주경 스님(사진)이 최근 에세이집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마음의숲)을 출간했다. 삶에 지쳐 늘 화가 가득한 현대인을 위한 다양한 조언을 담았다.
주경 스님은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뉴스를 보면 세상이 온통 거칠고 험악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곳에는 많은 사람의 사랑과 세상을 보는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이 있다”며 “사람들의 마음이 물가의 쉼터처럼 평온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말했다. 스님은 “흔히 ‘욱하지 말고 참으라고 하지만 그게 쉽게 되느냐’고 반문하는데, 욱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생겨도 자제심을 잃고 ‘확’ ‘팍’ 하고 상대를 치는 등의 행동으로 나가는 것은 노력으로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화를 내지 않는 경지에 이르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욱’하고 뭔가 감정이 치받쳐 올라올 때 그것을 꿀꺽 삼키거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등 그 순간만 넘겨도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런 순간을 넘기는 행동이 쌓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스스로 화를 조절하는 능력이 길러진다”고 했다.
스님은 풀잎이 자라는 소리, 먹이를 물고 이동하는 개미가 신나서 지르는 소리, 햇빛이 어깨 위에 떨어지며 전하는 말 등 평소 인간이 듣지 못하는 의외의 소리를 열거하며, 우선 한숨 돌리는 여유를 지니라고 권했다.
“선문답 같지만 보지 못하는 것을 보려면 멀리 떨어져서는 안 되고 가까이 다가가서 묵묵히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게 기다리며 쉬다 보면 문득 뒤를 돌아보게 되고, 그 뒤와 앞을 타인에게 내어주는 겨를도 생기죠. 그런 너그러움이 있는 삶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들으며 사는 삶입니다.”
스님은 천천히 가는 것이 오히려 빠르게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늘 조급해서 빠르게 가려다 보니 성숙해지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제대로 끝까지 가지도 못하는데, 여전히 그 허술하고 허망한 빠름에 몰두하다 보니 자꾸 넘어지고 무너져 사람들 속에 있어도 허전하고 외로워진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책을 통해 사람들이 잠시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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