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모든 작품이 김대건 신부 성상 만들기 위한 훈련 같았죠”
안성=이진구 기자
입력 2023-10-19 03:00 수정 2023-10-19 03:43
‘김대건 신부 성상’ 한진섭 조각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서… 높이 3.7m 한복 입은 성상 안치
“젊음의 배짱-담대함-용기에 모든걸 포용하는 느낌 주고 싶었죠”
―지난달 5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성상을 설치한 뒤 탈진했다고요.
“성상이 완성된 후에도 작업실이 있는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까지 운반하고 설치할 걱정 때문에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어요. 성상이 워낙 크다 보니 발목 부분에 무게가 집중되는데, 그 부위가 약하기 때문에 옮기다 잘못하면 부러질 수 있거든요. 대성당 벽감(壁龕·벽면을 안으로 파서 만든 공간)에 성상을 안치하는 것도 그 작업에만 수천만 원이 들 정도로 굉장히 조심스럽고 어려운 과정이에요. 안치한 뒤 어떻게 보일지 걱정도 컸고요.”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셨다고요?
“조각은 빛의 예술이에요. 작품이 놓이는 자리와 보는 위치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들죠. 그런데 대성당이라는 특성 때문에 제가 성상을 놓을 자리에 미리 올라 볼 수도 없고, 예행연습을 해볼 수도 없잖아요. 더군다나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 다르니…. 다행히 대성당 내 모든 예술 작품의 관리 총책임자인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이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시더군요. 그 순간 2년여 동안 긴장했던 마음이 확 풀려서….”
―처음에는 다른 모습의 성상이 채택됐다고 하던데요.
“두 팔을 벌린 모습, 가슴에 손을 모은 모습, 십자가를 든 손을 앞으로 뻗은 모습(왼손, 오른손 각 1개) 등 4개 시안을 제시했어요. 교황청에서 처음에는 십자가를 든 모습을 채택했죠. 그런데 변형이 올 수 있다는 이유로 지금 모습으로 바뀌었어요.”
―변형이 올 수 있다니요?
“십자가 든 손을 앞으로 뻗는 성상으로 하면 팔 중간 부분부터 벽감 밖으로 나오게 돼요. 설치 장소가 외부라 눈과 비, 바람, 햇빛 등에 노출돼 시간이 지나면 색감 등의 변형이 생겨 팔의 벽감 안 부분과 밖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거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은 미켈란젤로 등 어마어마한 거장들의 작품이 있는 곳이잖아요. 정말 아주 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쓰더라고요.”
―김대건 신부의 무엇을 가장 표현하고 싶었습니까.
“김대건 신부는 사제품을 받자마자 죽을 각오를 하고 조선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사제가 된 지 1년 만에 25세의 나이로 순교하지요. 그 젊음이 주는 배짱과 담대함, 용기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동시에 인자하고 부드러운, 모든 걸 포용하는 느낌도 주고 싶었지요.”
―“그동안의 모든 작품 활동이 성상을 만들기 위한 훈련인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제가 이탈리아 국립카라라아카데미에서 10년을 공부했어요. 카라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리석 산지예요. 그 경험이 돌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됐지요. 또 몇 년 전 김대건 신부 성상을 맡을 거라곤 생각도 못 할 때인데, 우연히 정하상 바오로 등 한국 성인 석상을 여럿 제작하게 됐어요. 이 모든 게 김대건 신부 성상을 만들게 하기 위해 준비를 시키신 게 아닌지…. 여기 작업실 바로 인근에 김대건 신부 묘소가 있는 미리내 성지가 있어요. 그 때문에 여기 온 건 아닌데… 생각할수록 참 놀랍지요. 하하하.”
안성=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서… 높이 3.7m 한복 입은 성상 안치
“젊음의 배짱-담대함-용기에 모든걸 포용하는 느낌 주고 싶었죠”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제막식이 열린 한국 김대건 신부 성상. 한진섭 조각가 제공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 제막식이 열렸다. 성상은 높이 3.7m, 가로 1.83m 크기의 전신상으로, 갓을 쓰고 도포 등 한복을 입은 김대건 신부가 두 팔을 벌린 모습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 동양 성인의 상이 세워진 건 처음이다. 대성당 외벽에 수도회 창설자가 아닌 성인의 성상이 설치된 것 역시 최초다. 성상을 제작한 한진섭(요셉·67) 조각가를 17일 경기 안성시 작업실에서 만났다.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을 제작한 한진섭 조각가는 “돌은 한번 깎으면 붙일 수도 없고, 0.1mm 차이로 인상이 달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내내 가슴 졸이며 작업했다”며 “다행히 모든 분들이 좋아해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의 앞에 놓인 작품들은
한국 성인 석상을 제작하기 전, 먼저 작게 만들어 본 석상이다. 안성=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홍익대 조소과를 나와 동 대학원 조각과 석사를 마친 그는 이탈리아 국립카라라아카데미 조소과를 졸업했다. 2014년 서울국제조각페스타 대회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조각가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그동안의 모든 작품 활동이 김대건 신부 성상을 만들기 위한 훈련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성상을 설치한 뒤 탈진했다고요.
“성상이 완성된 후에도 작업실이 있는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까지 운반하고 설치할 걱정 때문에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어요. 성상이 워낙 크다 보니 발목 부분에 무게가 집중되는데, 그 부위가 약하기 때문에 옮기다 잘못하면 부러질 수 있거든요. 대성당 벽감(壁龕·벽면을 안으로 파서 만든 공간)에 성상을 안치하는 것도 그 작업에만 수천만 원이 들 정도로 굉장히 조심스럽고 어려운 과정이에요. 안치한 뒤 어떻게 보일지 걱정도 컸고요.”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셨다고요?
“조각은 빛의 예술이에요. 작품이 놓이는 자리와 보는 위치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들죠. 그런데 대성당이라는 특성 때문에 제가 성상을 놓을 자리에 미리 올라 볼 수도 없고, 예행연습을 해볼 수도 없잖아요. 더군다나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 다르니…. 다행히 대성당 내 모든 예술 작품의 관리 총책임자인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이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시더군요. 그 순간 2년여 동안 긴장했던 마음이 확 풀려서….”
―처음에는 다른 모습의 성상이 채택됐다고 하던데요.
“두 팔을 벌린 모습, 가슴에 손을 모은 모습, 십자가를 든 손을 앞으로 뻗은 모습(왼손, 오른손 각 1개) 등 4개 시안을 제시했어요. 교황청에서 처음에는 십자가를 든 모습을 채택했죠. 그런데 변형이 올 수 있다는 이유로 지금 모습으로 바뀌었어요.”
―변형이 올 수 있다니요?
“십자가 든 손을 앞으로 뻗는 성상으로 하면 팔 중간 부분부터 벽감 밖으로 나오게 돼요. 설치 장소가 외부라 눈과 비, 바람, 햇빛 등에 노출돼 시간이 지나면 색감 등의 변형이 생겨 팔의 벽감 안 부분과 밖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거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은 미켈란젤로 등 어마어마한 거장들의 작품이 있는 곳이잖아요. 정말 아주 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쓰더라고요.”
―김대건 신부의 무엇을 가장 표현하고 싶었습니까.
“김대건 신부는 사제품을 받자마자 죽을 각오를 하고 조선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사제가 된 지 1년 만에 25세의 나이로 순교하지요. 그 젊음이 주는 배짱과 담대함, 용기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동시에 인자하고 부드러운, 모든 걸 포용하는 느낌도 주고 싶었지요.”
―“그동안의 모든 작품 활동이 성상을 만들기 위한 훈련인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제가 이탈리아 국립카라라아카데미에서 10년을 공부했어요. 카라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리석 산지예요. 그 경험이 돌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됐지요. 또 몇 년 전 김대건 신부 성상을 맡을 거라곤 생각도 못 할 때인데, 우연히 정하상 바오로 등 한국 성인 석상을 여럿 제작하게 됐어요. 이 모든 게 김대건 신부 성상을 만들게 하기 위해 준비를 시키신 게 아닌지…. 여기 작업실 바로 인근에 김대건 신부 묘소가 있는 미리내 성지가 있어요. 그 때문에 여기 온 건 아닌데… 생각할수록 참 놀랍지요. 하하하.”
안성=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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