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의식 잃는다면 ‘○○○’도 의심해야…[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

홍은심 기자

입력 2023-04-26 03:00 수정 2023-04-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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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간질)
유발 요인 없이 발작 2회 이상 반복
일반인보다 사망 위험 2.25배 높아


뇌전증 진단에 있어 중요한 검사로는 뇌파 검사와 뇌 영상 검사가 있다. 동아일보DB
홍은심 기자
뇌전증은 뇌의 전기적 이상 현상으로 뇌전증 발작이 반복되는 질환을 말한다. 별다른 유발 요인 없이 발작이 2회 이상 반복되면 뇌전증으로 진단한다.

뇌전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운동성 경련 발작이지만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뇌의 영역과 위치에 따라 고유한 기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팔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 영역에서 발작 증상이 나타나면 한쪽 팔을 떠는 정도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에 측두엽 부분에서 증세가 나타나면 멍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의식을 상실하고 입맛을 다시는 증상이 나타난다. 양쪽 뇌에 전체적으로 퍼지면 거품을 물고 온몸이 뻣뻣해지며 대발작이 일어난다.

이처럼 뇌전증에 의한 발작은 영향을 받은 뇌의 부위와 그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전신이 뻣뻣해지고 침을 흘리는 등 누구나 발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형태부터 잠시 멍해져 대답을 못하거나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 또는 아주 짧게 움찔하는 형태 등이다. 때로는 환자 스스로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뇌전증은 일부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이미 정상 발달이 이뤄진 뇌에 종양, 감염, 외상, 뇌졸중 등이 발생해 후천적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치매와 같은 뇌의 퇴행성 질환도 뇌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뇌전증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의 뇌전증을 직접 목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발작 증상과 관련한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병력을 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작 양상에 대한 특징, 과거력을 통한 뇌전증 발생 위험 인자 규명, 그리고 뇌전증과 다양한 신경계 질환에 대한 가족력 유무 등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뇌전증 발작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고 어떤 형태의 뇌전증에 해당하는지 감별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뇌전증과 종종 혼동하는 실신에 대해 감별 진단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뇌전증 진단에 있어 중요한 검사로는 뇌파 검사와 뇌 영상 검사가 있다. 뇌파 검사에서 발작파가 관찰되지 않으면 24시간 동안 뇌파를 파악하는 ‘24시간 뇌파 감시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뇌전증 치료의 기본은 항뇌전증약제다. 3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항뇌전증약제 중에서 뇌전증의 원인 질환, 뇌파 특성, 동반 질환 등 환자의 임상적 특성을 고려해 약을 선택한다. 가임기 여성에게는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약제를 선택한다. 약물 치료에 실패한 일부 환자에게는 수술적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문혜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고령 뇌전증 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라며 “특히 뇌전증 환자의 외상 관리, 자살 사고 모니터링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예방 가능한 사망을 줄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이용해 뇌전증 환자 코호트 연구를 수행한 결과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새롭게 진단 및 치료받은 뇌전증 환자 13만8998명 중 2만95명이 사망했으며 뇌전증 환자의 사망 위험이 일반인보다 2.25배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사망 원인은 뇌전증의 원인이 되는 기저질환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발작에 따른 폐렴, 낙상, 자살 등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라며 “뇌전증 환자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발작 및 기저 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부상 예방 교육, 자살 생각 모니터링 등 외부적 요인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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