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뜰 때 자살률 높아져…‘죽음’과 ‘빛 노출’ 연관 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3-04-10 14:27 수정 2023-04-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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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믿기지 않겠지만, 보름달이 뜰 때쯤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과학적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보름달이 뜨는 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생체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대학 정신과 의사 알렉산더 니쿨레스쿠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2년에서 2016년까지 인디애나주 매리언 카운티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과 관련해 검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름달이 뜨는 주에 자살이 상당히 늘어나고 특히 55세 이상에서 더 뚜렷하게 늘어났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1년 중에 9월, 하루 중에는 오후 3~4시대에 자살이 많다고 밝혔다.

니콜레스쿠 박사는 “임상적, 공중보건적인 관점에서 이 같은 중요한 메시지를 이번 연구를 통해 얻게 됐다”고 말했다.

니쿨레스쿠 박사 팀은 앞선 연구에서 불안, 우울증,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정신 건강 상태 등을 알 수 있는 혈액 생체지표 테스트(blood biomarker test)를 개발한 한 바 있다.

이들은 사망자의 혈액 샘플로 혈액 생체지표 테스트를 한 결과, 사망자들에게서 비슷한 생체지표를 찾을 수 있었다. 연구팀은 “다른 시기와 비교했을 때, 보름달 기간, 늦은 오호, 9월 중에 자살을 예측하는 생체지표는 인체 내 시계인 이른바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유전자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때 사망한 자들은 당시 ‘생체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진들은 보름달로 인해 늘어난 빛이 자살률 증가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주변의 빛은 인간이 잠잘 때와 활동할 때를 조절하는 생체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보름달 빛이 어두워야 할 시점에 밝게 빛나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네쿨레스쿠 박사는 “주변 빛과 자살자들의 생체 시계의 영향은 수면 및 빛 노출 등과 함께 조금 더 면밀히 관찰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빛의 변화는 고위험 환자들에게 다른 요소와 연결돼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반대로,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에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빛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시간 이후 빛이 줄어들기 시작해 생체시계 유전자 발현이 낮아지고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호르몬 ‘코르티솔’ 분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중 9월에 자살이 많은 것도 이 무렵에 낮시간이 줄어는 데 따른 계절성 정서 장애와 여름휴가가 끝난 뒤 이어지는 스트레스 등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네쿨레스쿠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보름달과 늦은 오후 시간대, 가을 등이 우울증이나 알코올성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의 자살 위험이 증가하는 때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많은 이들이 매일 밤마다 손 안에 보름달(휴대전화)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디지털 기계에서 발생하는 빛이 사람의 자살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 저널 ‘디스커버 멘탈 헬스’(Discover Mental Health)에 발표됐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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