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빚더미 앉은 20대… 주택임차 대출 잔액 59.4% 증가
허동준기자
입력 2021-09-22 18:34 수정 2021-09-22 20:54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20대 청년층의 가계대출 잔액이 전체 세대보다 2배 넘게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월세 등 주택임차 관련 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20대(만 19세~29세)의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33조4166억 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말(24조7243억 원)보다 35.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대의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6180억 원에서 879조272억 원으로 14.8% 늘어난 점과 견줬을 때 20대의 가계대출 증가 폭이 훨씬 큰 셈이다.
특히 20대가 전·월세 등 주택임차에 사용한 대출 잔액이 1년 반 사이 59.4% 늘어난 15조4949억 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생계자금 명목으로 대출한 금액도 30% 늘어 5조6076억 원이었고, 학자금 대출은 16.2% 증가한 1841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주택구입용 대출은 5조2988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소폭 증가한 데 그쳤다. 민 의원은 “청년층의 불안정한 주거상황과 이를 빚으로 해결하려는 안타까운 현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너스 통장’과 ‘카드론(장기카드대출)’으로 빚더미에 앉은 20대도 크게 늘었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실이 공개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금융권 마이너스 상품을 이용한 20대의 대출잔액은 2조6725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말과 비교하면 28.9% 늘어난 수치다.
대출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여신금융의 마이너스 카드론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올 상반기에만 20대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이용한 건수는 17만 건으로 1인당 평균 1525만 원의 대출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저축은행 대출은 1만6372건, 여신금융 대출은 3500건으로 각각 1인당 평균 412만 원, 320만 원의 대출금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신금융 대출잔액의 경우 지난해 대비 15.5%나 증가했다. 대출이 늘면서 신용복지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20대 숫자도 올 상반기에만 6109명을 기록했다.
전 의원은 “금융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사회 초년생들이 빚의 굴레에 빠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청년 대출자에 대한 상환 여력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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