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TNT타임]골프장 찾아 500km, LPGA 샛별 전영인의 험난한 투어 생활
김종석 기자
입력 2020-04-04 11:00 수정 2020-04-04 11:41
기약 없이 LPGA투어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전영인. 브라보 앤 뉴 제공
마치 피난이라도 떠난 듯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골프 유망주 전영인(20·메디힐) 얘기다.
전영인은 최근 유명 골프 교습가인 아버지 전욱휴 프로와 급하게 이사를 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 게인스빌에서 500km 넘게 떨어진 조지아 주 애틀랜타로 거처를 옮겼다. 서울에서 부산보다도 먼 거리를 부랴부랴 이동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불안감 증폭과 함께 훈련 장소를 잡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일 현재 플로리다 주의 확진자는 7495명이고 조지아 주는 4748 명이다. 게인스빌은 인구 13만 명 정도의 소도시인 반면 애틀랜타는 인구가 50만 명에 이르고 한국 교민도 많다. 전욱휴 프로는 “플로리다에는 나이가 드신 분들이 많이 살고 골프장도 은퇴자 위주로 운영된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골프장이 대부분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래도 대도시 생활이 나을 것 같다고 봤다”고 말했다.
LPGA투어는 2월 16일 끝난 호주여자오픈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중단됐다. 언제 투어가 재개될 지 아무 기약이 없다. 그래도 전영인은 투어에 복귀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훈련에만 매달리고 있다.
LPGA투어 재개를 기다리며 미국에 남아 훈련에 전념하고 있는 전영인. 전욱휴 프로 제공
텅 빈 연습장에서 아이언 샷을 가다듬고 있는 전영인. 전욱휴 프로 제공
애틀랜타 지역에서도 영업을 하고 있는 골프장은 손으로 꼽을 정도. 전영인은 회원제 골프장인 TPC 슈가로프CC에서 연습 라운드와 샷 점검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이 골프장도 주 당국의 지시에 따라 프로숍은 문을 닫았다. 골프장 레스토랑도 영업을 중단해 식사도 할 수 없다. 접촉에 따른 감염을 피하기 위해 1인 1카트 원칙을 따라야 한다. 그나마 코스는 야외여서 폐쇄되지 않았다.전영인은 “일상이 무척 단조로워졌다. 눈 떠 있는 시간과 자는 시간으로 나뉜 것 같다”며 “하루 종일 연습하다 오후 6시에 집에 와서 이른 저녁을 먹는다”고 일상을 소개했다. 통행 제한 조치에 따라 오후 9시 이후에는 집 밖을 돌아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2000년에 태어난 전영인은 LPGA투어의 연령 제한(만 18세) 규정에 특별 예외를 인정받아 18세 때인 2018년부터 2부인 시메투라 투어에서 뛰었다. 지난해 부푼 기대를 안고 LPGA투어에 데뷔했으나 18개 대회에서 10위 이내 진입은 한 번도 없었다. 상금 랭킹 126위에 처져 퀄리파잉(Q) 시리즈를 거쳐 LPGA투어 카드를 되찾았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며 낮선 환경에 제대로 적응을 못한 탓이다. 비록 쓴 잔을 마셨어도 지난 연말 메디힐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하며 안정된 투어 환경을 마련했다. 그의 성장 가능성이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었다.
L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영인(왼쪽)과 아버지 전욱휴 프로. 볼빅 제공
지난 겨울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소화한 전영인은 우승이라는 부푼 목표를 품은 채 아버지와 함께 새 시즌 대비에 전념했다. 그린적중률을 80%까지 높이려고 아이언 샷 정확도 향상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뜻하지 않는 직격탄을 맞아 언제 실전에서 날카로운 ‘칼날’을 휘두를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됐다.
전영인은 ”대회가 계속 연기되고 있어서 아무런 계획도 잡을 수 없는 상태라 답답하다. 하지만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는 기회라 여기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LPGA투어는 6월초까지 예정된 모든 대회 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했다. 6월 4일 개막할 예정이던 US여자오픈은 12월 11일로 옮겨졌다. 지난해 ‘핫식스’ 이정은이 우승했던 대회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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