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기준 혼란 여전…“나쁜 시민 만드는 정부”

뉴시스

입력 2020-04-03 15:42:00 수정 2020-04-03 15: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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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자산가 판별 기준 미정…"여러 항목 놓고 부처 간 협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자체에 급격한 소득 상실 직접 증명해야
"'누군 받고 누군 못 받고' 목숨걸게 만들어…사회분열 초래"



정부가 3일 공개한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자 선정 기준에는 ‘고액자산가’에 대해서는 적용 자체를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가구원 수별 건강보험료를 활용해 소득 하위 70%를 걸러낸다는 원칙은 공개됐지만, 고액재산가를 판별하는 기준은 발표되지 않았다. 건보료를 기준으로 지원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재산 수준에 따라 배제될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태스크포스(TF)의 단장을 맡고 있는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고액자산가가 지원 대상에 포함됨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형평성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적용을 제외하는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다양한 ‘공적 자료’를 입수한 후 기존 원칙에 따라 선정된 대상자들과 매칭(matching)하다 보면 합당한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 차관이 밝힌 공적 자료로 어떤 것들이 검토될 수 있는지에 대해 보건복지부에선 말을 아끼고 있다. 공적 자료란 정부에서 복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근거로서 신고나 조사 등을 통해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자료를 뜻한다. 복지부에선 기초생활수급자를 선정할 때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이나 분양권, 회원권, 예금·증권거래·보험증권 등 금융재산, 자동차 등을 공적 자료로 삼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러 항목을 놓고 실현 가능성이나 기준 등을 부처 간 협의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개별 항목을 공개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판별 기준이 언제 공개될지 자체도 미지수다. 정부가 이달 중 긴급재난지원금 집행을 위한 원포인트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했기 때문에 최소한 그 전에는 공개될 수 있으리란 추측만 가능하다.

추경 편성 주체인 기획재정부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편성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다만 여당에서는 늦어도 이달 중에 2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에서 재난지원금의 실제 집행을 목표한 시점은 다음 달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급격히 줄었지만, 건강보험료에 반영이 되지 않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에 판단을 맡겼다. 지역별 여건에 따라 신청 당시 소득 상황을 기준으로 지자체에서 최종 결정하게 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건강보험료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작년 소득을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는 재작년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최근 소득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양성일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소득 수준이 하위 70%의 경계선에 있더라도 급격한 소득 상실 등을 증빙해 신청할 경우 그러한 상황을 반영해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보완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영세 자영업자 등은 지원금 수혜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다음 주 초로 예정했던 것을 앞당긴 이유는 자체적으로 현금성 지원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대략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하거나 하려다 멈춘 곳들도 있었기 때문에 중앙 정부 차원에서 골격은 제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이번에 구체화되지 않은 부분은 급하게 확정짓기 보다는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해도 되는 것이라는 판단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방침”이라고 했다.

건보료를 기준으로 큰 원칙을 제시했지만, 각론적인 부분에서 여전히 미흡한 점들이 나타나고 있어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과 관련한 혼선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초유의 재난 사태에 당면한 국민들에게 정부가 또 다른 사회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지원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가도,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것 같은 사람이 받고 나는 못 받는 경우를 보게 된다면 그 사람은 ‘나쁜 시민’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원금을 받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정책 자체가 사회분열적인 메시지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제2, 제3의 재난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 충분히 많은데, 정부는 국민들을 계속해서 대상화시키며 지원금을 받나 못 받나에 목숨 걸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고액자산가 역시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인데, 이들에 대해서도 차별적인 메시지가 계속해서 전달된다”면서 “위기 속에서 사회 연대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한편 기재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총 10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중 소비 쿠폰, 긴급복지 등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기존에 지원된 1조2000억원을 제외한 9조1000억원을 추경으로 마련한다.

지자체 부담 약 2조원을 제외하고 중앙 정부에서 공언한 금액은 7조1000억원이다. 기재부는 재원 마련을 위한 지출 구조조정 작업과 함께 지자체와의 협의 등을 거쳐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편성 작업을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마련된 소득 기준에 따라 “추경 규모 자체도 소폭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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