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여파…커져가는 의혹과 리콜 파문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6-04-26 07:00 수정 2016-04-26 07:00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폭스바겐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과 관련된 이른바 ‘디젤게이트(Dieselgate)’ 여파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 도로에 뿌려지는 배출가스 조사는 더욱 강화되고 연비를 둘러싼 조작들은 반자율적 ‘양심선언?’을 통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다만 국내는 디젤게이트 여파를 무색케 할 정도로 디젤차 판매는 꾸준하고 정부의 폭스바겐 사태에 대한 미온적 대처는 이를 더 부추기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일본의 자동차 업체 미쓰비시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토교통성에 제출한 연비 데이터를 실제보다 높게 조작했다고 시인했다. 미쓰비시가 연비 조작을 한 모델은 ek 왜건(ek Wagon), ek 스페이스(ek Space)와 닛산 자동차에 공급한 데이즈(Dayz)와 데이즈 룩스(Dayz Roox) 4종으로 밝혀졌다.
아이카와 데츠로 미쓰비시 자동차 사장은 “연비 조작과 관련된 차량은 총 62만대, 경차 4종이며 고객과 모든 주주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최근 산케이 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쓰비시의 연비 조작은 당초 예상보다 대폭 늘어난 27종, 20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가 조사를 통해 밝혀져 파문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미쓰비시는 신차 및 변경모델을 내놓으며 공기저항계수 등을 임의로 작성하거나 실주행 없이 가공한 자료를 통해 연비 조작을 감추고 정부 인증 기간을 단축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독일 다임러와 푸조와 시트로엥을 생산하는 PSA그룹도 배출가스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2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4월 미국에서 벤츠 경유차를 소유한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에서 불거진 배출가스 조작 의혹과 관련된 조사를 미국 법무부 요구로 실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환경당국은 다임러에 대해 벤츠 디젤차 배출가스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다임러는 소비자 소송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조사에 임하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업체 PSA그룹 푸조 역시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AFP는 프랑스 경제부 산하 경쟁·소비·부정방지국(DGCCRF)이 PSA 푸조를 압수수색했다고 지난 21일 보도했다. 벤츠와 푸조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한 참 진행 중이던 지난해 말부터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아왔다.
한편 독일에선 최근 배출 가스 저감 장치 문제로 22개 브랜드 63만 여대의 디젤차가 리콜 돼 이목을 집중 시킨 바 있다.
이들 차량은 외부 온도가 일정한 수준까지 떨어지면 질소산화물 저감장치가 자동으로 작동되지 않도록 시스템이 설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연방자동차청(KBA)이 독일 주요 브랜드 차량 50여 대를 실험한 결과 대부분 자동차가 질소산화물을 기준치보다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리콜 대상 차량은 배기량 1.6~2.8리터로 벤츠 24만7000대, 폭스바겐 19만4000대, 오펠 9만대, 아우디 6만6000대, 포르쉐 3만2000대 등으로 알려졌으며 현대차 ix35 2.0(유로5 기준), i20 1.1(유로 6)도 함께 포함됐다. 다만 이들 차량에선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독일 당국은 설명했다.
이밖에 영국에서는 최근 20개 자동차 브랜드 37종의 디젤차를 실제 도로에서 시험한 결과 모두 기준치보다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교통부는 37종의 차량을 검사한 결과 실험실 한계치보다 높은 배출가스가 나왔으며 적게는 3배, 많게는 10배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다만 실험실 검사에서는 한계치보다 적은 오염물질을 배출해 불법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내년부터 실험실이 아니라 실제 도로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을 검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는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태에도 수입 디젤차 판매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6일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3월 디젤차는 총 3만8415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4만1060대)보다 6.4% 감소했다. 이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량이 5만5999대로 전년에 비해 5%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디젤차 판매비중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이 같은 디젤차 판매는 환경부의 폭스바겐 사태에 대한 미온적 대처에서 비롯된 것이란 지적이 중론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폭스바겐 15차종 12만 5500대가 임의조작을 했다고 판단하고 올해 1월 6일까지 리콜계획서를 제출토록 폭스바겐코리아 측에 명령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2차례에 걸친 부실한 리콜계획서 만을 꼬집으며 사태의 결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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