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현의 신차명차 시승기]‘SUV 킹의 귀환’ 더 뉴 모하비 “터프와 여유의 공존”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6-02-26 07:00 수정 2016-02-26 07: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시승을 하다보면 ‘아! 이 차 정말로 갖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자동차가 더러 있다. 물론 마음에 든다고 그때마다 차를 바꾸면 가정경제가 파탄날 것이 뻔히 알기 때문에 끓어오르는 욕망을 억누른다. 그러다가 바쁜 일상에 쫒겨 살다보면 차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 한 구석으로 밀려나면서 차츰 잊혀져간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욕망이 사그라지지 않아 대리점을 기웃거리며 견적을 받아보게 만들거나, 참지 못하고 구체적인 구입 계획을 세우게 만드는 차도 있다. 이번 시승차도 그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 같다.

기아자동차의 유일한 프레임타입 SUV 모하비가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 된 ‘더 뉴 모하비’로 재탄생했다. 최근의 SUV는 대부분 모노코크타입으로 SUV 특유의 터프함보다는 세단같이 말랑말랑 주행감성을 내세운다. 때문에 단단하고 강인한 정통 프레임타입 SUV를 선호하는 마니아층은 모노코크를 거들떠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아차가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엔진 개발을 위해 지난해 8월 모하비 생산을 일시 중단하자, 시중에는 ‘모하비 단종설’과 함께 “지금 사지 않으면 앞으로 프레임타입 모하비를 영원히 살 수 없다”라는 루머까지 떠돌았다. 이에 소비자들은 서둘러 모하비 계약에 나섰고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총 5700여대가 계약됐다. 이는 월 평균 950대로 2014년 평균 판매대수(월 882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런 현상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모하비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모델로 신형이 나온다는 소문에 계약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생산 일시 중단에 이은 계약 폭주로 다시 한 번 모하비의 명성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국산 프레임타입의 대표 SUV에 환경성까지 겸비
그렇다면 모하비의 어떤 점이 운전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일까. 우선 프레임은 차의 뼈대(프레임)를 먼저 만들고 그 위에 차체와 엔진, 미션 등을 차례로 올려 완성하는 방식이다. 생산비용이 많이 들지만 모노코크에 비해 비틀림 강성이 뛰어나고 충돌이나 하중을 견디는 힘이 강해 정통 SUV에 많이 쓰인다. 반면 모토코크는 독립된 뼈대를 따로 만들지 않고 차체와 함께 통째로 찍어낸 뒤 여기에 엔진과 미션 등을 조립하는 방식이다. 최근엔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비가 덜 들고 경량화와 내구성에 유리한 모노코트타입을 선호한다.

이런 이유로 프레임타입 SUV가 점점 귀해지고 있지만, 모하비는 아직까지 프레임타입을 고집하고 있다.
신형 모하비에서 먼저 살펴봐야할 것은 친환경 부분이다. 유로6 환경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SCR(선택적촉매환원장치) 방식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도용했다. SCR은 엔진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에 요소수를 분사해 화학반응을 일으킨 뒤 물과 질소로 분해시켜 배출하는 장치다. 질소산화물을 90% 이상 줄여주지만, 가격이 최소 400만 원 이상의 고가라 승용차에서는 벤츠와 푸조 정도만 SCR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모하비가 환경을 위해 비용을 감수하고 SCR을 적용한 것은 환영할만하다.


#단단한 바위를 연상시키는 디자인
이번 시승차는 ‘3.0 디젤 프레지던트 AWD’ 모델로, 가격은 4680만 원이다.

외부 디자인은 이전 모델과 거의 흡사하다. 대형 SUV 중에서 디자인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온 모하비를 뜯어 고치기보다는 전통을 계승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모하비는 디자인 평가가 워낙 좋아 8년만의 모델 체인지인데도 크게 손 볼 곳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모하비를 처음 본 운전자는 대부분 크고 묵직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마치 둥글지만 단단하고 커다란 바위를 연상시키는데, 어디 세게 부딪혀도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믿음을 준다.

전면은 대형 HID 헤드램프 아래로 LED 주간주행등과 안개등을 적용하고 투톤 컬러 범퍼를 도드라지게 배치해 강인함을 표현했다. 측면은 대형 사이드미러에 18인치 크롬 알루미늄 휠이 돋보인다. 후면은 LED 콤비네이션 램프를 적용하고 단순하게 꾸몄다.
실내는 터프한 정통 SUV답게 단순하고 고급스럽게 다듬었다. 좌석은 5인승과 7인승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센터페시아에 8인치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둬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로 이용할 수 있다. 운전자가 조수석 시트의 위치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을 별도로 뒀다. 트렁크는 3열 시트를 접을 경우 성인 남성이 누워도 될 만큼 널찍하다.


#뛰어난 정숙성에 안정적인 주행성능 돋보여
시동을 걸자 낮은 디젤엔진음이 들릴 듯 말듯 작게 울려왔다. 요즘은 시동만 걸어서는 디젤차와 가솔린차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숙성이 뛰어나다. 이런 점은 모하비도 마찬가지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차를 출발시키자 거대한 기함이 잔잔한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거침없이 움직였다. 무겁고 거대한 차의 움직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다. 서서히 속도를 올리자 마치 중형 세단이 달리듯 조용하고 부드럽게 나가갔다. 시속 100km까지 쉽게 가속됐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속도가 올라가 가속에 대한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다.
신형 모하비는 이전 보다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감성에 개발 초점을 맞췄다. 국내 SUV의 주행이 90% 이상 일반 포장도로에서 이뤄진다는 통계에 맞춰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감성을 끌어올리는데 노력했다. 덕분에 정숙성이 뛰어나고 어지간한 커브에서도 쏠림이 크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달렸다. 서스펜션은 이전 모델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쪽으로 세팅했다.


#실연비 8km/ℓ 내외, 첨단 장비는 아쉬워
그래도 SUV를 타고 일반 도로만 달리는 것은 재미가 없다. 자유로를 벗어나 임진강변 약 2km에 이르는 비포장 길에 들어섰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녹아 중간 중간 험한 진흙탕 길이 나타났다. 하지만 모하비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거침없이 달렸다. 40km이상 속도에서도 충격을 잘 흡수하며 부드럽게 나아갔다. 일부 구간에서 한 쪽 바퀴를 20% 이상 경사에 올려놓고 달려도 불안감 없이 치고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차는 3.0리터 V6 디젤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최고출력 260마력에 최대토크 57.1kg.m으로 뛰어난 토크를 자랑한다. 공인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0.2km/ℓ인데, 자동차전용도로와 국도를 약 120km가량 달린 뒤 계기반 연비는 8km/ℓ 내외를 기록했다.
안전사양은 후측방경보시스템(BSD),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 하이빔어시스트(HBA), 전방추돌경보시스템(FCWS), 경사로밀림방지장치(HAC), 차체자세제어장치(ESC), 에어백 등이 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한 스톱 앤 스타트 기능이나, 휴대폰 무선충전기능,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등이 없는 것은 아쉬웠다. 가격은 노블레스(2WD) 4025만 원, VIP(선택 4WD) 4251만 원, 프레지던트 4680만 원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