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살보험금, 약관대로 줘라” 보험사들 2179억원 지급해야

정임수기자

입력 2014-07-25 03:00 수정 2014-07-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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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대신 일반사망금 준 ING 제재

금융당국이 이른바 ‘자살 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사에 사실상 강제 지급 명령을 내렸다. 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할 금액이 최소 2100억 원대여서 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당국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커 실제 보험금 지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자살 보험금을 미지급한 ING생명에 대해 기관주의 조치하고 과징금 4900만 원을 부과했다. 또 약관대로 주지 않은 자살 보험금 560억 원(428건)에 대한 지급 계획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ING생명은 지난해 금감원 검사에서 ‘재해사망 특약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하면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약관에 명시해놓고도 일반사망 보험금을 준 사실이 적발됐다. 통상 교통사고나 재해로 숨졌을 때 받는 재해사망 보험금은 일반사망 보험금의 2배 정도 된다.

현재 생보사들은 보험 가입 후 2년을 넘긴 고객이 자살하면 일반사망으로 분류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이전까지 ING생명을 비롯해 대부분의 보험사가 자살을 재해로 인정하는 약관이 들어가 있는 보험을 팔아왔다.

ING생명 등 보험업계는 과거 약관은 실수로 만들어진 것이고 자살한 사람에게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면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금감원은 ‘약관을 지켜야 한다’며 약관대로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금감원은 이날 결정에 따라 조만간 자살 보험금을 미지급한 다른 생보사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제재를 위한 특별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푸르덴셜, 라이나생명을 제외한 전 생보사가 대상이다.

4월 말 현재 이 생보사들이 미지급한 자살 보험금은 2179억 원에 이른다. 과거 약관대로 자살 때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계약 건수는 281만7000여 건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자살률을 감안할 때 앞으로 발생할 자살에 대해 추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더하면 최대 1조 원대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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