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쌍용車,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포함 임단협 타결

최예나기자

입력 2014-07-25 03:00 수정 2014-07-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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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일 사장 “회사 정상화 급해… 소모전 필요없어”
車업계 처음… 5년 연속 무분규


“주인이 7번 바뀌었습니다. 다음에는 새로 올 주인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만 생각하지 말고 이 회사를 키워서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아버지가 돼주세요.”

24일 자동차업계 최초로 2014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한 쌍용자동차의 이유일 사장(사진)은 교섭 과정에서 노조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사장은 이날 오후 본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 52.37%로 가결됐다고 전했다. 그는 “교섭 과정에서 회사 사정이 어려운 점을 직원들에게 잘 알렸고 회사를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로써 쌍용차는 5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합의안 중 핵심은 정기상여금(기본급의 800%)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것이다. 노사가 이견을 보였던 통상임금 적용 시점은 4월분부터 하기로 했다. 복리후생 비용 등 기타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는 법원 판단 뒤 결정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노사는 △기본급 3만 원 인상 △생산목표 달성 장려금 200만 원 지급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복직 조합원 처우 개선 등에 합의했다.

노조에서 보기에 합의안 규모는 자동차업계에서 제일 먼저 통상임금 확대를 노조에 제안한 한국GM에서 논의되고 있는 안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노조가 합의한 데 대해 이 사장은 “노사가 숨기지 않고 대화를 많이 해서 이번에 회사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2009년 파업사태로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을 하면 국내외 누가 우리 차를 믿고 사겠는가. 노사 모두 그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이 먼저 통상임금 확대안을 제시한 것도 빠른 협상 타결에 영향을 미쳤다. 이 사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우리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하는 게 명백한데 그렇다면 소모전을 빨리 끝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내년 1월 출시할 ‘X100’을 제때 생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쌍용차가 통상임금 문제를 포함한 임·단협을 무분규로 마무리 지어 다른 자동차업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날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게 된 한국GM 노조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한국GM은 이날 21차 교섭에서 차세대 쉐보레 크루즈를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안을 제안했다. 군산공장은 GM의 차세대 크루즈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제외돼 물량이 줄었고 노조가 반발해 왔다.

한국GM 관계자는 “임·단협을 잘 마무리하고 회사의 미래를 확보하는 데 직원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사는 통상임금 적용 시점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날 17차 교섭에서 “상여금 지급 조건에 고정성이 결여됐다는 사측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고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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