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부풀리기’ 현대차 싼타페 놓고 줄다리기

동아일보

입력 2014-06-24 03:00 수정 2014-06-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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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억? 정부 “2012년 美 보상수준은 돼야”
200억? 현대車 “허용 오차 넘어선 만큼만”
정부, 과징금은 안물리기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싼타페의 연료소비효율(연비)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진 현대자동차에 대해 2012년 미국에서 고객들에게 연비 오류에 대해 보상했던 것과 같은 기준으로 국내 고객들에게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자동차업계는 이 기준으로 산정할 경우 보상액이 1인당 약 95만 원씩 8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보상 규모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현행법상 싼타페 연비 부풀리기에 대해 자동차 구매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다만 연비를 높게 표시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현대차에 자발적인 보상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싼타페 DM R2.0 2WD 모델에 대한 연비를 조사한 결과 측정된 연비가 차량에 표시된 L당 14.4km보다 8.3% 낮게 나왔다고 밝히고 현대차에 1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산업부 조사에서 측정연비가 오차허용 범위인 5% 이내로 나오자 국토부는 올해 재조사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 싼타페의 표시연비가 실제연비보다 6∼7%가량 부풀려졌다는 결론을 냈다.

이처럼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 측정결과가 서로 다르게 산출되자 정부는 26일 두 부처의 연비 측정결과를 함께 발표하되 현대차에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싼타페의 연비 표시에 문제가 있다는 조사결과를 공개하면서 정부가 제조사인 현대차에 대한 처벌이나 공식적인 소비자 보상방안은 내놓지 않기로 한 것이다.

대신 국토부는 현대차가 자발적인 보상안을 내놓도록 권고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현대차에 미국에서와 같은 수준의 소비자 보상안을 내놓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는 미국 환경보호국이 일부 차종의 연비가 과장됐다고 발표하자 2012년 표시연비와 실제연비 차이에 따라 고객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상안을 내놓은 바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대차가 미국에서와 같은 기준으로 보상할 경우 보상금액은 8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12년 5월∼지난해 7월 싼타페를 구입한 8만9500명의 차주들이 1인당 약 95만 원씩 보상받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국내법상 자동차 표시연비의 허용 오차범위가 5%인 만큼 이를 넘어선 부분에 대해서만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보상금액은 200억 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정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보상안 검토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수영 gaea@donga.com·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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