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계획이 있었구나!
노트펫
입력 2020-05-04 09:10 수정 2020-05-04 09:12
[노트펫] 겨울과 봄은 2월말에서 3월초 사이에 임무교대를 한다. 봄이 되면 겨우 내 흰 솜이불에 덮여있던 대지는 얇고 싱그러운 녹색 이불로 바꿔 입고 화려하게 소생한다. 그리고 세상은 새 생명의 기운이 가득 차게 된다. 야생동물들이 춥고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운 겨울을 피해 봄에 새끼를 낳기 때문이다.
봄은 연약한 새끼들을 키우기에 적합하다. 영양가 풍부한 먹이들이 지천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입장에서 봄은 마다할 이유가 없는 출산의 계절이다. 또한 봄에 태어나는 새끼는 그해 겨울이 되기 전에 성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는 겨울에도 그 개체가 생존할 가능성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보너스 티켓이다.
길고양이들도 겨울을 피해 봄에 새끼를 많이 낳는다. 이는 길고양이들에게 야생동물의 습성이 남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길고양이가 야생동물이라는 말은 아니다. 길고양이는 초원이나 산악에서 사는 완전한 야생동물들과는 다른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는 독립적으로 먹이를 구하고 새끼를 키운다는 측면에서는 야생동물과 가깝다.
하지만 생존하는 장소가 인간 세상이고 위급할 때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점은 야생동물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런데 도움이 필요한 길고양이를 사람이 돕는 것은 길고양이가 비교적 오랜 시간에 걸쳐 계획을 세운 결과물이기도 하다. 하늘에서 감이 뚝하고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동장군의 기세가 당당하던 지난 1월말, 동네 커피숍 문 앞에서 본 길고양이는 뭔가 애잔함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성체로 자라지 않은 것 같은 작은 체구의 고양이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지 않아 근처에 가도 얼른 도망치지 않았다. 사진 촬영에 필요한 1~2초 정도는 충분히 주는 관대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거리에서 몇 번 그 고양이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2개월 정도 아예 동네에서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새끼 고양이가 아니었다. 거의 3개월 만에 필자의 눈에 모습을 드러낸 고양이는 출산 후 새끼를 기르는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한눈에 보아도 수유 중인 상태로 보였다. 궁금한 마음에 친분이 있는 주변 상인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고양이가 어느 상점에 터를 잡고 아예 그 집에서 새끼를 낳고 기르는 중이라고 했다.
지난 겨울 고양이는 자신은 물론 미래에 태어날 새끼를 받아줄 인심 좋은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줄 것으로 판단한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새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준 사람이라면 고양이가 그런 상황에 처하면 기꺼이 도와줄 것이다. 아마 그 상점의 주인도 그랬던 것 같다.
고양이는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리한 동물이 고양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찾아온 봄의 정령과 함께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이 모두 어른이 되길 바란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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