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분지족형 동물의 후손, 고양이
노트펫
입력 2020-04-02 10:10 수정 2020-04-02 10:11
[노트펫]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들은 무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이러한 현상은 풀을 뜯는 초식동물이나 고기를 먹는 육식동물들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런 실익이 무리에서 제공되기 어려울 때는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다.
대형 발굽동물들 무리는 구성원들에게 안전이라는 선물을 제공한다. 만약 이들이 무리지어 살지 않으면 포식자들의 발톱과 이빨의 위협에서 단 하루도 마음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물소, 누(gnu), 얼룩말 수백 마리는 용맹한 사자나 하이에나 무리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사자, 하이에나(hyena), 리카온(lycaon) 같은 아프리카 초원의 포식자들에게 무리는 안전과 먹잇감을 같이 제공한다. 사자가 아무리 백수의 제왕이라고 한들 한 마리의 위력은 대단하지 않다. 외톨이 사자는 물소 같은 대형 먹잇감 사냥은 꿈도 못 꾼다. 혼자 살다가는 명절 때도 쇠고기를 먹는 게 불가능하다.
하이에나나 리카온 같은 중간 크기 포식자들은 무리를 짓지 않으면 다른 포식자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 하이에나 무리는 사자 무리도 대항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리카온 무리도 당당히 하이에나 무리에게 대항할 수 있다. 또한 중간급 크기 포식자들은 혼자서는 얼룩말, 누우 같은 먹잇감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 그러니 이들이 무리를 짓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북미의 포식자 늑대도 마찬가지다. 늑대는 한 마리의 힘으로는 그리즐리(grizzly)나 푸마(puma)의 힘과 민첩성을 당할 수 없다. 하지만 무리를 이루면 역전된다. 수십 마리의 늑대가 뭉쳐 무리를 구성하면 천하무적이다. 두려울 것이 없다.
늑대 한 마리는 엘크(elk), 무스(moose) 같은 대형 사슴이나 버팔로(buffalo)를 사냥하지 못하지만 무리는 다르다. 늑대 무리는 그리즐리에게도 먹이를 빼앗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무리를 이루면서 살지 않는 동물들도 있다.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소형 포식자들은 애당초 생태계에서 넘버 1이나 넘버 2를 지향하지 않는다. 힘자랑은 결코 하지 않는 이런 포식자들은 한 끼 한 끼를 해결하는 게 지상의 과제이다. 자기 분수를 알고 그 분수 안에서 만족하는 삶을 살 줄 아는 안분지족(安分知足)형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안분지족형 동물로는 서발(serval), 오셀롯(ocelot) 같은 소형 고양잇과동물이 있다. 물론 집고양이들의 선조 격에 해당되는 야생 고양이들도 포함된다. 이들이 아무리 무리를 지어도 대형 발굽동물들을 제압할 수 없고 사자, 호랑이, 늑대를 감당할 수도 없다.
무리 구성에 실속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동물들은 매우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상위 포식자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다. 그리고 먹잇감도 자신의 수준에 맞는 작은 크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상위의 포식자가 좋아하는 먹잇감은 생각 밖으로 지운다. 애당초 사냥 능력도 안 되므로 꿈도 꾸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넘버2나 넘버 3가 아닌 넘버5나 6의 삶에 만족하고 그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다.
야생 고양이들이 자연에서 무리를 구성하지 않고 외톨이 생활하는 것도 그런 맥락 때문이다. 자신만의 작은 보금자리에서 설치류나 작은 새들을 사냥하면서 사는 게 실속 있는 선택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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