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성장둔화속 지재권 법적분쟁 ‘시끌’

전남혁 기자

입력 2024-05-01 01:40 수정 2024-05-0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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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의 전설’ 中라이선스 놓고
7년 소송 끝나도 배상금 갈등 남아
엔씨, 리니지 모방 게임에 줄소송
“파이 나눠먹기 경쟁 과열 양상”


한국 게임업계가 전반적인 성장 둔화에 처한 가운데 지식재산권(IP)을 지키려는 법정 분쟁은 증가하고 있다.

시장 불황기 속에서 이미 성공한 게임을 따라 하는 유사 게임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박 게임’의 경우 IP 가치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게임사들의 IP를 보호하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게임업체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가 7년 동안 벌여 온 IP 분쟁이 최근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됐다.

두 회사는 중국에서 성공한 ‘미르의 전설2’ IP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2017년 액토즈소프트는 중국에서 이 게임을 운영하던 샨다게임즈(현 셩취게임즈)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지난해 9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위메이드는 절반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계약을 진행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에서 ‘미르의 전설’은 ‘국민 게임’ 경지에 올라 있다. 그만큼 수익성과 파급력이 크다. 지난해 위메이드가 ‘미르의 전설 2·3’ 중국 라이선스만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1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위메이드 전체 매출의 6분의 1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IP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마케팅이 된다”며 “미르의 전설은 중국 시장에서 강력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어 위메이드가 (법적 수단을 동원한) 강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7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액토즈소프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국제상업회의소(ICC)는 라이선스 연장 계약을 포함한 샨다게임즈, 액토즈소프트 등의 각종 행위가 위메이드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이들에게 총 2579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법원 판결 이후 위메이드는 “ICC 판결 및 집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액토즈소프트는 “ICC 판결은 국내에서 승인될 수 없다”며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향후 해당 배상금을 사이에 둔 양측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IP 베끼기’에 대한 소송도 여러 건 진행되고 있다. 게임업계 ‘맏형’ 격인 엔씨소프트는 대표 게임 ‘리니지’의 저작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잇단 소송전에 나섰다.

2021년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해와 올해는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 ‘롬’이 자사의 ‘리니지2M’, ‘리니지W’를 각각 모방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 외에도 마상소프트는 2021년 넷마블의 ‘세븐나이츠’가 게임엔진을 무단으로 도용했다며 소송을 내기도 했다.

국내 게입업체들 간 IP 관련 소송이 증가하는 것은 수익난에 처한 게임사들이 이른바 ‘리니지라이크’라 불리는 돈이 되는 유사 게임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리니지라이크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시스템 등이 유사한 게임을 이르는 말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갑을 여는 게이머는 한정돼 있는데 이 파이를 나눠 먹으려는 경쟁이 최근 2, 3년간 과열되고 있다”며 “여기에 매출 위기를 느낀 엔씨소프트가 칼을 빼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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