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클릭’ 매크로, 다운-실행에 5분… 응원-예매 등 조작 일상화
최원영 기자 , 주현우 기자
입력 2023-10-06 03:00 수정 2023-10-06 06:03
클릭수 조작 무료 프로그램 널려…보안 뚫어주는 유료 프로그램도
수강 신청-쇼핑몰 순위 조작 등 이용
수법 고도화… 보안 더 강화해야

매크로 공유, 마우스 매크로, 키보드 매크로….
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 같은 단어를 포털 검색창에 입력하자 매크로 프로그램(특정 작업을 반복적으로 계속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설치 파일을 공유하는 블로그 수십 곳의 링크가 노출됐다. 무료로 매크로를 공유하는 블로그에서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무한 클릭’을 실행하도록 설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5분이 안 됐다.
1일 열렸던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중국 축구 8강전 때 포털 다음 ‘클릭 응원’ 동참 수의 3분의 2(1988만 건)가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일반인도 포털 등을 통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공연 예매부터 대학 수강 신청, 포털이나 인터넷 쇼핑몰 순위 조작까지 이미 한국 사회에서 ‘매크로 조작’이 일상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온라인 티켓예매 등 많은 이들이 동시에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광클릭’(컴퓨터 마우스를 빠르게 누른다는 뜻)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티켓을 구하기 위한 편법 등으로 사용된 것이다.
한중전 응원 조작처럼 단순히 클릭 수만 조작하는 경우 무료 매크로 프로그램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좌석 지정과 결제까지 해야 하는 티켓 예매용 매크로는 사이트 보안 수준에 따라 온라인에서 1만∼3만 원가량에 팔리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온라인 대리 티켓 예매’를 하고 있다는 대학생 유모 씨(19)는 “조작 방지용 팝업창이 뜨지 않게 하는 매크로 등 맞춤형 유료 프로그램 예닐곱 개를 10만∼12만 원에 구입해 예매 경쟁이 치열한 티켓을 여러 장 산 후 되팔고 있다”며 “인기 공연의 명당 자리인 경우 많게는 티켓 1장에 50만∼100만 원까지 웃돈을 받고 되팔 수 있어 수입이 쏠쏠하다”고 했다.
클릭 수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온라인 광고나 쇼핑 분야에선 마케팅 업체들이 한층 교묘한 수법을 쓴다. 같은 인터넷주소(IP주소)에서 반복 접속이 이뤄지면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가상사설망(VPN)을 함께 활용해 매크로를 돌리는 것이다. VPN을 활용하면 PC 한 대에서 여러 개의 IP주소로 접속한 것처럼 조작할 수 있다. 또 접속 장소도 위장할 수 있다. 이번 다음 ‘클릭 응원’의 경우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2개의 IP주소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방송통신위원회는 VPN을 통해 실제 접속 국가를 숨긴 뒤 응원 클릭 수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선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를 결합하면 사람이 직접 쓴 것과 같은 댓글을 대량으로 남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포털 등 다수가 이용하는 사이트의 경우 보안 시스템을 현재보다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매크로 조작 행위를 적발할 경우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검거해 기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다수가 이용하는 포털사이트의 경우 온라인 해킹 공격 감지와 대응이 가능한 수준으로 보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수강 신청-쇼핑몰 순위 조작 등 이용
수법 고도화… 보안 더 강화해야

매크로 공유, 마우스 매크로, 키보드 매크로….
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 같은 단어를 포털 검색창에 입력하자 매크로 프로그램(특정 작업을 반복적으로 계속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설치 파일을 공유하는 블로그 수십 곳의 링크가 노출됐다. 무료로 매크로를 공유하는 블로그에서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무한 클릭’을 실행하도록 설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5분이 안 됐다.
1일 열렸던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중국 축구 8강전 때 포털 다음 ‘클릭 응원’ 동참 수의 3분의 2(1988만 건)가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일반인도 포털 등을 통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공연 예매부터 대학 수강 신청, 포털이나 인터넷 쇼핑몰 순위 조작까지 이미 한국 사회에서 ‘매크로 조작’이 일상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티켓 예매부터 온라인 마케팅까지 퍼진 매크로

한중전 응원 조작처럼 단순히 클릭 수만 조작하는 경우 무료 매크로 프로그램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좌석 지정과 결제까지 해야 하는 티켓 예매용 매크로는 사이트 보안 수준에 따라 온라인에서 1만∼3만 원가량에 팔리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온라인 대리 티켓 예매’를 하고 있다는 대학생 유모 씨(19)는 “조작 방지용 팝업창이 뜨지 않게 하는 매크로 등 맞춤형 유료 프로그램 예닐곱 개를 10만∼12만 원에 구입해 예매 경쟁이 치열한 티켓을 여러 장 산 후 되팔고 있다”며 “인기 공연의 명당 자리인 경우 많게는 티켓 1장에 50만∼100만 원까지 웃돈을 받고 되팔 수 있어 수입이 쏠쏠하다”고 했다.
클릭 수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온라인 광고나 쇼핑 분야에선 마케팅 업체들이 한층 교묘한 수법을 쓴다. 같은 인터넷주소(IP주소)에서 반복 접속이 이뤄지면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가상사설망(VPN)을 함께 활용해 매크로를 돌리는 것이다. VPN을 활용하면 PC 한 대에서 여러 개의 IP주소로 접속한 것처럼 조작할 수 있다. 또 접속 장소도 위장할 수 있다. 이번 다음 ‘클릭 응원’의 경우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2개의 IP주소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방송통신위원회는 VPN을 통해 실제 접속 국가를 숨긴 뒤 응원 클릭 수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선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를 결합하면 사람이 직접 쓴 것과 같은 댓글을 대량으로 남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 전문가 “포털 보안 시스템 강화해야”
최근 매크로 조작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 암표상’이 활개를 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티켓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온라인 암표 거래 금지 등을 규정한 공연법 개정안이 올 2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을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인터넷 쇼핑몰 등도 보안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지만 나날이 수법이 고도화되는 탓에 매크로 차단에는 한계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전문가들은 포털 등 다수가 이용하는 사이트의 경우 보안 시스템을 현재보다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매크로 조작 행위를 적발할 경우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검거해 기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다수가 이용하는 포털사이트의 경우 온라인 해킹 공격 감지와 대응이 가능한 수준으로 보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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