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만 다녀간 ‘게임스컴’ 박람회서 엿본 세계 게임산업 동향은[조영준의 게임인더스트리]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입력 2023-08-31 11:00 수정 2023-08-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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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게이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 2023’이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성황리 개최됐습니다.

이전까지는 E3, 도쿄게임쇼, 게임스컴을 묶어 ‘세계 3대 게임쇼’라고 말했는데, E3가 취소되고 도쿄게임쇼 역시 코로나19 이후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게임스컴이 명실상부 세계 최대 게임쇼 자리에 우뚝 섰습니다.

무려 32만 명이 다녀간 게임스컴 2023 / 출처 게임스컴
게임스컴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60개국에서 908개 참가사가 참가해 다양한 신작을 선보였으며, 5일간 100여개 국에서 3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습니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게임쇼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는데, 이번 게임스컴을 보니 코로나19 이전에 화려했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간 느낌입니다. 우리나라 대표 게임쇼인 지스타도 글로벌 게임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이네요.

32만 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이번 행사에 방문한 이유는, 전 세계 유명 게임사들이 준비한 다양한 신작을 가장 먼저 즐겨보고 싶었기 때문일 겁니다.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나이트 라이브 쇼에서는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3’, ‘어쌔신크리드 미라지’, ‘앨런 웨이크2’, ‘사이버펑크2077 팬텀 리버티’ 등 다양한 신작들이 공개됐고, 일반 관람객들이 입장할 수 있는 B2C 관에서는 베데스다의 ‘스타필드’를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MS)를 필두로, 유비소프트, 닌텐도, 세가, 반다이 남코 등 대형 게임사들이 대형 부스를 시작을 여러 신작을 선보였습니다.

기대작이 대거 공개된 게임스컴 오프닝나이트 라이브 쇼 / 출처 게임스컴
글로벌 확장을 노리는 국내 게임사들도 다수 참가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펄어비스는 야심작 ‘붉은사막’ 영상을, 넥슨은 ‘퍼스트 디센던트’와 ‘워 헤이븐’ 신규 영상을 오프닝나이트 라이브에서 발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네오위즈는 AMD와 협력해 ‘P의 거짓’을, 엔씨소프트는 아마존과 ‘쓰론앤리버티(TL)’을, 하이브IM은 단독 부스로 ‘별이되어라2:베다의 기사들’을 선보였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마련한 공동관에서도 그라비티, 리얼리티매직, 뉴코어게임즈, 컴투스로카, 스토익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회사들이 소개됐습니다.

누적 조회수 246만 회를 기록한 게임스컴 붉은사막 영상 / 출처=펄어비스
한국 게임들은 주로 아시아권에서 강세를 보이는 반면 유럽 지역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보니, 이번 게임스컴을 통해 유럽 지역 공략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신규 영상은 공개 후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가 246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니, 이번 게임스컴 참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네요.

최근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게임사들의 약진도 지켜볼 만합니다.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로 주목받고 있는 호요버스는 신작 ‘젠레스 존 제로’를 공개했고,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게임사이언스의 신작 ‘블랙 미스 : 오공’도 시선을 끌었습니다.

게임스컴 어워드에서 ‘최고의 시각 효과’ 상을 수상한 ‘블랙 미스 : 오공’ /출처 게임스컴
텐센트와 넷이즈 역시 다양한 신작으로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최근 중국 내에서 게임 규제가 심해지면서 해외 진출을 위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블랙 미스 : 오공’은 게임스컴 어워드에서 ‘최고의 시각 효과’ 상을 수상하면서,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력이 이제는 세계 대형 게임사와 겨뤄도 뒤지지 않은 수준임을 증명했습니다.

이렇듯 역대 최대 규모로 준비된 게임스컴 2023은 많은 참가사와 더불어 지난해보다 6만 명 이상 증가한 32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완벽히 회복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동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형 게임쇼가 취소되거나, 온라인 이벤트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보니, 오랜만에 글로벌 게임쇼다운 모습을 보인 게임스컴이 전 세계 게임업계가 같이 환호하고 즐기는 대형 축제가 된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글로벌 게임쇼에서는 아무래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신작 소식을 가장 많이 기대하게 되지만, 이번 게임스컴에서는 리메이크작인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3’, 그리고 유비소프트가 발행하는 정기간행물 같은 느낌의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등 이미 익숙한 게임들이 주목받는 정도라, 완전한 신규 IP 게임은 보기 힘들었습니다.

개발비 증가로 인해 게임 실패의 위험부담이 커지다 보니, 이미 검증된 인기 IP 게임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한, 몇 년 전에 발표됐던 게임들이 이번 게임스컴에서야 겨우 시연 버전이 공개되는 등 전체적으로 게임 개발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개발비가 대폭 늘어난다고 해도 게임 가격을 갑자기 확 올릴 수는 없으니,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인건비와 개발 기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향후 게임사들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되리라 예상합니다.

PC, 콘솔 게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게임스컴 2023 / 출처 게임스컴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PC, 콘솔 플랫폼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지스타는 모바일 게임 위주로 운영되고 있지만, 게임스컴에서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PC, 콘솔 플랫폼으로 전시됐습니다. 직접 조작하는 재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유럽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PC, 콘솔 플랫폼에 최적화되어 있는 신작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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