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가족 5일간 로밍 요금, SKT 4만원-알뜰폰은 11만원

남혜정 기자

입력 2023-08-16 03:00 수정 2023-08-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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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나가면 이름값 못하는 ‘알뜰폰’
통신3사 값싼 상품 출시 경쟁 반해
영세 알뜰폰 업체들은 엄두 못내
과기부 “문제점 개선 위해 협의”



지난달 미국으로 5박 6일간 출장을 다녀온 조모 씨(39)가 해외에서 국제로밍을 이용하며 지불한 금액은 약 7만 원. 알뜰폰(MVNO)을 사용하는 조 씨는 업무 전화와 문자메시지(SMS)를 이용하느라 해외 유심을 구매하는 대신에 로밍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조 씨는 “통신비 절감을 위해 알뜰폰을 사용하는데 해외 로밍 서비스는 가격이 비싼 데다 서비스도 제한적이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며 알뜰폰 이용자 중 국제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해외 유심을 이용하는 게 저렴하지만 출장 등으로 음성이나 문자를 사용하거나 은행 업무가 필요한 사람들은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통신 3사는 늘어나는 로밍 수요에 맞춰 기존보다 저렴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대다수 알뜰폰 이용자는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5월 민생 안정 일환으로 연내 로밍 인하를 검토한다고 밝히자 통신사들도 잇따라 로밍 서비스 할인 폭을 높이고 있다. SK텔레콤은 6월 가족 1명만 ‘바로요금제’에 가입하면 최대 30일간 최대 5명이 데이터를 함께 쓸 수 있는 ‘가족 로밍 프로모션’을 출시했다.

반면 알뜰폰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일평균 1만 원 안팎의 이용료를 내거나 따로 로밍을 신청하지 않고 통신 3사에서 제공하는 기본 정책인 ‘자동로밍’이 일반적인 요금제로 제시돼 있다. 통신 3사나 대기업 자회사인 알뜰폰에서 데이터 중심 로밍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영세 업체들은 이 같은 서비스조차 만들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한 알뜰폰 업체에서 로밍을 이용할 경우 ‘원패스 500 요금제’만 이용 가능하다. 3인 가족이 4박 5일간 해외여행을 갈 경우 SK텔레콤에서는 ‘바로요금제’를 이용해 총 4만2000원만 내면 되지만 이 알뜰폰 업체 이용자는 총 11만8800원을 내야 한다.

알뜰폰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폭을 넓히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알뜰폰의 국제로밍 서비스가 제한적인 이유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요금제를 설계하지 못해 수수료 격인 도매대가를 지불하고 통신 3사가 설계한 요금제를 그대로 가져와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알뜰폰 사업자 측에서는 알뜰폰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변경해 자체적으로 요금제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달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통해 알뜰폰 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알뜰폰 로밍 상품은 통신 3사에서 가져와서 판매하는데 도매대가 이슈가 엮여 있다 보니 덩달아 로밍 요금도 저렴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관련 현황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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