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진로 교육은 그만… 또래 응원 받으며 꿈 키우세요”[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대전=허진석 기자

입력 2023-07-22 01:40 수정 2023-07-22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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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응원 플랫폼으로 진로 교육 혁신하는 ‘트루밸류’
과학영재고-KAIST 때 창업 결심… 착한 댓글로 꿈 응원 문화 정착
지속성 높인 새 진로 교육이 강점… “한국서 인정 받고 세계 시장에 진출”


정주영 트루밸류 대표이사가 17일 대전 서구 본사에서 꿈 소통 플랫폼인 ‘드림어필’에 올라 있는 사용자들의 수많은 꿈 실천 일기를 띄워 놓은 화면 앞에서 진로 교육 때 사용하는 워크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진로 교육을 하는 것은 정주영 트루밸류 대표이사(36)에게는 오랜 꿈이었다. 한국과학영재고에 다니고 있을 때, 중학생 때 같이 인천대 과학영재센터를 다니던 친한 1년 후배가 인천과학고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은 게 이런 꿈을 꾸게 된 계기가 됐다. KAIST에 진학했을 때도 비슷한 사례를 가까이에서 다시 겪었다. 어느 해인가 한 해에 5명이나 되는 학우들이 자살을 했다.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친구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정 대표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게 길이었다”고 했다.

대전 서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트루밸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재미있고 꾸준하게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드림어필’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트루밸류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교실로 찾아가 강연 형태로 제공하는 ‘스마트 케어 진료 교육’과 온라인에서 자신의 꿈 실천 일기를 쓰며 또래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역량을 조금씩 키울 수 있도록 해주는 앱 ‘드림어필’이다. 정 대표는 “진로 관련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강의 시간에만 잠깐 자신의 꿈을 생각해보고는 거기서 끝나는 진로 교육을 끝내고 싶었다”며 “대학생 때부터 멘토로서 코칭한 경험을 살려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꿈과 관련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든 게 드림어필 앱이다”라고 했다.

● 서로가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는 ‘드림어필’
올해 5월 대전 느리울중학교에서 진행된 ‘드림어필 스마트 진로케어 수업’. 트루밸류 제공
드림어필 사이트에 가 보면 활동명이 독특하다. 자신의 꿈이 활동명인데, 유튜버나 웹툰작가, 선생님같이 직업명만 쓰는 게 아니다. ‘숨어 있는 재능을 발굴하고 키워주는 중학교 체육 선생님’처럼 구체적이다. 체육 분야를 지목하고, 학교를 중학교로 정한 것을 넘어 아이들을 지도할 때 아이들의 재능 발굴과 육성에 집중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포부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음식을 널리 알리는 한식 요리사’ 등 사용자들의 꿈 종류는 2만8000개가 넘는다”고 했다. 현재 가입자 수만큼 꿈은 다양하다는 의미다. 수식어와 직업명으로 꿈을 정하면 같은 체육선생님이어도 학생들의 재능을 발굴하는 데 관심이 높은 선생님과 학생들의 건강한 신체에 초점을 맞춘 선생님이 되려는 사용자가 평소에 길러야 하는 역량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숨어 있는 재능을 발굴해 키워주고 싶은 선생님이 목표인 청소년에게는 평소 친구들의 장점을 관찰해 드림어필에 기록으로 남겨 보라고 권한다.

트루밸류 임직원들이 앱 사용자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만들어 준 맞춤형 선물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허진석 기자
청소년들은 드림어필에 자신이 꿈을 이루기 위해 하는 노력들을 수시로 올린다. 그러면 또래들이 응원의 댓글을 단다. 정 대표는 “청소년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자신의 꿈을 두고 소통하는 대상이 평균 1.2명, 자신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소통해볼 기회는 1년에 평균 1.5회에 불과했다”며 “부모나 반 친구와도 자신들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는 척박한 상황에서 드림어필 앱에서 만난 또래들이 응원뿐만 아니라 정보를 주고받으며 힘을 얻으니 자주 방문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트루밸류의 강연을 듣고 앱을 사용해본 청소년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인생을 바꾸게 해 줄 수업이었다” “전교생이 다 들었으면 좋겠다”란 반응이 나올 정도다. 기존 진로 교육 수업이 전체 반 학생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이뤄진다면 트루밸류는 각자의 꿈을 찾고 소개하는 개인맞춤식으로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몰입도가 높다. 무엇보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드림어필 앱 가입을 통해 꿈을 이루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게 함으로써 지속적인 교육이 되도록 하고 있다. 트루밸류 교육을 접해 본 진로 교육 담당 교사나 학교는 90% 이상이 다시 교육을 신청하고 있다. “드림어필 앱에 아이들의 노력이 다 들어 있으니, 아이들과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반응이 많다. 정 대표는 “드림어필에서 또래들의 꿈과 그 실천 인증을 보는 것만으로도 꿈을 찾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KAIST 재학 시절 ‘진로 커뮤니티’로 시작
정 대표는 KAIST에서 산업시스템공학과 기술경영학을 전공했다. 제대로 된 진로 교육 서비스로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전공도 그에 맞춰 경영학 등을 선택한 것이다.

영재 소리를 듣는 아들이 교수나 연구원을 바라지 않고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정 대표는 한때 집을 나와 추운 대학 동아리방에서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로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KAIST에 다니는 학생들은 재학 시절 초중고교생을 상대로 강연을 나갈 기회를 종종 얻게 된다. 정 대표는 이때 쌓은 경험을 살려 2009년 네이버에 카페 진로 관련 커뮤니티를 열었다. 해군 장교로 복무하던 기간을 제외하고 2019년까지 운영했다. 지금까지 한 강연 횟수는 500회가 넘는다. 이 때 쌓은 노하우가 드림어필 앱을 만드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 어느 날 학교에 유료 강연을 나갔더니 법인을 하나 만들어서 와주면 좋겠다고 해서 2019년 트루밸류를 KAIST 내에 설립했다.

처음에는 수익 모델 등 너무나 많은 것이 불분명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투자를 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저희 일을 알아보신 분들이 알음알음으로 조금씩 투자를 해주셨다”고 했다. 얼핏 보면 국가나 교육부가 해야 하는 공적인 일인 듯 보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진로 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사업화 모델을 정교화할 수밖에 없었다.

● 청소년용 ‘링크트인’ 만든다
트루밸류는 2019년에 법인이 설립됐지만 코로나 여파로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학교로 강연을 나가고 있다. 대전을 중심으로 가까운 곳부터 시작했지만 좋은 반응이 늘면서 드림어필 사용자와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1년 만에 사용자 수와 실천인증 개수는 1만 명과 2만 개에서 2만8000명과 12만 개로 늘었다. 정 대표는 “한번 수업을 들어보신 학교에서는 90% 이상이 내년 교육 일정을 구매해 주신다”고 했다. 드림어필은 1분 단위로 짜인 강연 큐시트를 만들어 60여 명의 강사가 학교 현장을 누비고 있다. 교육부에 등록한 진로 교육 기관이며 우수 교육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드림어필 사용자 중에는 팬을 1000명 가까이 거느리는 경우도 있다. 실천인증으로 꾸준히 올리는 춤이나 그림, 소설, 의학 지식 등을 통해 또래들로부터 인기를 얻는 것이다. 정 대표는 “진로 교육을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시스템으로는 유일하기 때문에 2년 내에 100만 명이 넘는 액티브 유저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트루밸류는 진로 교육에서 얻는 수익 외에 학생들이 평소 꾸준히 올린 자신의 실천인증들을 바탕으로 리크루팅 사업으로도 발전시킬 계획이다. 기업이 대학명이나 학점을 보는 이유는 그 학생이 직무에 적합한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모르기 때문인데, 트루밸류에 올라 있는 실천인증은 직무 적합성을 판별할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그 꿈에 맞춘 적절한 정보를 인공지능이 모아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유료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그런 사용자들에게 적절한 디자인 관련 책이나 강연을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 대표는 “강연과 제휴 서비스로 내년이면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진로 교육 시장을 석권한 뒤 한국과 교육 환경이 비슷한 일본과 인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전=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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