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당한 이유 없이 ‘통신내역 제출’ 法명령 거부 못해”

뉴시스

입력 2023-07-17 15:00 수정 2023-07-1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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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및 친권자지정 소송 중 통신내역 제출 명령
통신사, 개인정보보호 방침 등 제출 거부…과태료
2심 "법원, 문서 제출 강제할 수 있어" 기각 판결
대법 "엄격한 심리로 통신비밀보호법 구현 가능"



민사소송 당사자가 통신내역을 증거로 인용한 경우, 통신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문서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씨와 B씨의 이혼 및 친권자지정 소송 중 위반자인 A통신사의 과태료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재항고심에서 과태료 500만원을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B씨와 C씨 간 이혼 소송에서 촉발됐다. C씨는 2016년 소송 과정에서 남편 B씨의 과거 부정행위를 제기하며 법원에 통화내역 제출을 구하는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통화내역을 제출하라는 문서제출명령을 했으나, A통신사는 ‘통화내역 자료 제공은 협조의무로 규정돼 있지 않으며, 당사의 개인정보보호 강화 방침으로 자료제공은 불가하다. 압수수색영장 요청에 한해 자료 제공이 가능하다’며 이를 거절했다.

이후 법원은 재차 문서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했으나 A통신사가 이를 거부하자 과태료 500만원 결정을 내렸다.

A통신사는 과태료 결정에 반발하며 이의신청을 했으나 1심은 과태료를 선고했고, 이에 A통신사는 즉시항고를 제기했다.

2심은 통화내역이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인 문서에 해당하며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원이 문서의 제출을 강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민사소송법 제344조는 당사자가 소송에서 인용한 문서를 가지고 있는 때에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 통화내역은 C씨가 B씨의 부정행위를 주장하면서 그 보조자료로 삼은 문서로서 인용문서에 해당돼 항고인으로서는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사건의 쟁점으로 국민 사생활 보호라는 통신비밀보호법과 신속하고 적정한 재판의 실현을 법익으로 하는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의 충돌로 봤다.

이에 재판부는 통신사실확인자료는 문서제출명령 대상이 되며,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에 따라 통신사는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2는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조사의 촉탁의 방법에 따라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입법취지는 법원의 신중하고 엄격한 심리를 통한 문서제출명령으로 구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법률, 명령 또는 규칙 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재항고를 기각했다.

다만 안철상·민유숙·노정희·오석준 대법관은 다수 의견과 달리 통신사가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안 대법관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민사소송법을 포함하고 있지 않고,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통신비밀보호법과 문서제출명령이라는 두 법률규범이 충돌하고 있어, 특별법인 통신비밀보호법을 우선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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