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엄빠는 처음이죠? 함께 정보 나눠요”…MZ세대 사로잡은 ‘든든한 육아 마을’

장선희 DBR 객원기자 , 정리=최호진 기자

입력 2023-06-12 03:00 수정 2023-06-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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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정보 앱 ‘베이비빌리’
부모 커뮤니티로 앱 활성화
커머스와 연계해 수익 창출하고
동남아로 진출해 ‘K육아’ 수출


베이비빌리는 임신 주차별로 필요한 정보와 제품을 추천해 MZ세대 부모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이용자들의 애플리케이션 내 커뮤니티 활동을 장려해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빌리지베이비 제공

“5개월 된 남자아이가 뒤집기를 못 하는데 괜찮을까요?”

“임신 14주 차인데 아직 태동이 안 느껴져요. 저랑 같은 분 계세요?”

온라인 육아 카페에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초보 부모들의 질문이 넘쳐난다. 육아 정보 애플리케이션(앱) ‘베이비빌리’는 신뢰할 수 있는 임신·육아 정보에 갈증을 느끼는 부모들을 집중 공략했다. 앱을 통해 임신 1주 차부터 시기별로 아기 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물론 엄마와 아빠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준비해야 할 점, 해당 시기에 필요한 육아용품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면서 MZ세대 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20년 7월 첫선을 보인 베이비빌리는 현재까지 4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베이비빌리 앱 내 콘텐츠 누적 조회 수는 2000만 회를 넘어섰다. 또한 지난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 진출해 사업 영토를 확장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베이비빌리가 국내는 물론 동남아의 젊은 부모들을 사로잡은 비결은 뭘까? 베이비빌리의 성장 비결을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5월 2호(369호) 케이스스터디를 요약해 소개한다.

● 동기 커뮤니티 통해 눈덩이 효과
베이비빌리가 다른 육아 앱과 달리 유독 공을 들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베이비빌리 동기(베동)’라고 불리는 앱 내 육아 커뮤니티다. 이 카테고리를 통해 임신은 물론 육아 시기 부모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앱 출시 후 1년 만에 사용자가 10만 명 이상 확보되자 ‘조리원 동기’라는 출산 시기별 커뮤니티를 만들어 선보였다. 같은 월령 차의 자녀를 둔 엄마, 아빠들이 모여 고민이나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다. 출산 휴가에 대한 고민부터 동네 소아과에 대한 후기까지 다양한 글이 게시되고 있다.

대형 포털의 ‘맘 카페’에도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지만 거주지나 산모, 아기의 나이, 보육 형태 등 너무 많은 카테고리로 쪼개져 있다. 비슷한 글들이 여기저기에 분산돼 있고 활성화되지 않은 게시판도 많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 베이비빌리 동기는 오직 ‘아기의 출생 시기’라는 강력한 공통점으로 부모들을 한데 묶었다. 그 덕분에 굳이 광고 알림을 보내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돼 앱에 생기를 불어넣는 눈덩이 효과가 생겼다.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쓰는 마케팅 비용이 일주일에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것도 커뮤니티 덕분이라는 게 회사 측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베이비빌리에 새로 유입된 이용자 수는 20만 명 수준이었는데 유입 경로를 알아보니 광고에 의한 효과는 8%에 불과했다. 지인의 SNS를 통해 알게 돼 찾아오거나 베이비빌리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등에 올려둔 각종 육아 정보를 읽다가 유입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베이비빌리는 신규 이용자를 모으는 것보다 기존 사용자들이 더 자주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규 이용자를 유입시키기 위한 광고보다는 이미 유입된 사용자들이 더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시선을 끄는 알림을 보내는 식이다. 꾸준한 앱 활성화를 위해 더 지속력 있는 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라이프스타일과 헬스케어 분야의 모바일 앱을 설치한 사람이 30일 이상 해당 앱을 삭제하지 않고 이용하는 비율은 대략 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베이비빌리는 이 수치를 50% 이상으로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 커머스와의 연계로 수익 창출
현재 베이비빌리의 수익 대부분은 앱 내 육아용품 판매로 인한 수수료 등에서 창출되고 있다. 베이비빌리는 임신 주차별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시기별로 필요한 제품을 추천하며 커머스로 연계시킨다.

예를 들어 임신 13주 차쯤이 되면 일반적으로 점차 자궁 크기가 커지면서 산모들이 꼬리뼈 통증을 호소한다. 이때 ‘꼬리뼈가 아파지는 이유’에 대한 알림을 보내 관련 콘텐츠를 노출한다. 릴렉신이라는 호르몬이 골반과 척추 사이의 인대를 느슨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통증의 구체적인 원인부터 완화 방법까지 전문적인 정보가 실린 콘텐츠를 열람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꼬리뼈 통증을 방지해주는 방석과 허리 쿠션, 수유 쿠션 등을 추천한다. 이때 단순히 제품을 나열해 소개하지 않는다. 베이비빌리 MD팀이 특정 브랜드 제품들을 직접 써보고 리뷰한 동영상을 연계해 올리며 구매 전환을 유도한다.

실제 베이비빌리가 임신 1∼20주 차 산모들에게 시기별 맞춤 콘텐츠 추천 알림을 보냈을 때 3000명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 즉시 앱을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1500명이 콘텐츠와 관련 있는 상품 추천을 확인하며 커머스에 유입된다. 결과적으로 한 번의 알림당 최대 25%의 구매 전환이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 현지화 전략 앞세워 동남아 진출
베이비빌리는 지난해 5월 베트남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태국,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동남아 시장에 안착한 비결 중 하나는 현지 맞춤화 전략이다. 베이비빌리는 이용자들이 직접 단 댓글을 분석해 자주 나오는 단어들을 기반으로 현지 엄마들이 관심 있을 만한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진출 국가별로 현지인 에디터를 두고 있다. 예컨대, 베트남과 태국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매운 음식’과 관련된 단어가 자주 오르내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임신 중 매운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에 대한 정보성 콘텐츠를 작성해 알림을 보냈더니 해외 시장에선 처음으로 알림 메시지 오픈율 10%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정윤 빌리지베이비 대표는 “올해는 일본과 중국에도 진출하는 등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선희 DBR 객원기자 sunheechang01@gmail.com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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