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사고 사진 보고 3초만에 수리비 뚝딱… ‘견적 알파고’ 뜬다

박성민 기자

입력 2018-08-01 03:00 수정 2018-08-0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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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손보 이르면 연내 상용화
사고차 파손 정도 6단계로 분류… 1만개 수리비 산출 모델에 대입
자동견적으로 과잉청구 막아


직장인 장모 씨(36)는 지난달 운전 도중 끼어들기를 하다가 옆 차와 살짝 부딪쳤다. 차량 왼쪽 펜더(바퀴 덮개)와 앞문이 찌그러졌고 수리를 위해 찾은 정비업체는 보험사에 약 50만 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수리비가 너무 많다고 판단해 다시 보험금 지급 심사에 들어갔다. 부품 교체 여부를 두고 정비소와 보험사 손해사정 담당자 간의 의견이 엇갈렸다. 양측의 줄다리기 끝에 수리비는 10만 원가량 줄었지만 장 씨는 일주일이나 걸려 수리된 차를 돌려받아야 했다.

앞으로 장 씨 사례처럼 자동차 사고 보험금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객들의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이 사고 차량의 사진을 보고 수리비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서비스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 3초 만에 AI가 수리비 계산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국내 최초로 올해 안에 AI를 활용한 수리비 견적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한화손해보험 본사에서 상용화를 앞둔 시스템을 미리 체험할 수 있었다. 자동차보상기획파트 직원들이 실제 접수된 사고를 바탕으로 수리비 견적 결과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서울의 한 사고 현장에서 옆문이 움푹 들어간 차량 사진이 전송됐다. 사진을 AI 프로그램에 입력하자 3초 만에 ‘36만1638원’이란 수리비가 계산돼 나왔다. 정비업체에서 청구한 37만9838원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다른 사고 차량 사진을 바탕으로 AI가 산출한 수리비는 정비업체보다 10만 원 적었다. 정비소는 새 부품으로 교환해야 한다고 했지만 AI는 부품을 수리해서 쓰면 된다고 판단했다.

이 시스템은 파손된 차량 사진 10∼20장을 받아 수리해야 할 부위를 걸러낸다. 부위별로 파손 정도를 6단계로 분류한다. 이 데이터를 1만 개의 수리비 산출 기준 모델에 대입해 수리비 견적을 내는 방식이다.

유창렬 한화손보 자동차보상기획파트장은 “AI 견적 시스템이 상용화되면 고객과 보험사 모두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 가입자는 사고 발생 직후 수리비를 즉시 확인하고 보험금 과잉 청구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험사는 단순 사고에 대한 판단을 AI에 맡기고 복잡한 사고에 인력을 집중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해외는 AI 상용화 앞서

해외 보험사들도 AI 수리비 견적 자동화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인슈테크(보험+기술) 열풍이 거센 중국에서는 최대 민간 보험사인 핑안보험을 비롯해 상당수 보험사가 AI 수리비 견적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대표 보험사인 올스테이트도 지난해 해당 서비스를 도입했고, 일본의 대형 손해보험사인 미쓰이스미토모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국내에도 AI 수리비 견적 시스템이 상용화되면 소액 보상에 대한 손해사정 시간이 23%가량 줄어들고 수리비 청구 기간도 현재 평균 4일에서 1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현재 정비소에 보급된 자동차 수리비 시스템에 AI 기능을 추가해야 하는데, 정비업체들이 객관적인 수리비가 산출되는 것을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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