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넥스트 2018] 구글의 숙원 사업 B2B... 인공지능으로 활로 뚫는다
동아닷컴
입력 2018-07-25 19:33 수정 2018-07-25 19:39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사상 최초로 시총 1조 달러에 도전하는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구글은 인터넷 업계에 다방면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다. 전 세계 웹 검색 시장을 평정한 구글 검색은 말할 것도 없고, 모바일 운영체제를 장악한 안드로이드, 모바일 게임과 앱 생태계의 핵심인 플레이 스토어, 인터넷 동영상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유튜브까지 우리 삶 어디서나 구글의 서비스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에선 그 어떤 기업보다도 앞서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초국가적 기업인 구글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럽 등을 중심으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EU는 지난 18일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사용자의 앱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43억 4000만 유로(약 5조 7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U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구글이 플레이 스토어, 유튜브 등의 영향력을 활용해 국내 업체들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2분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262억 4000만 달러의 매출과 32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분간 시장지배력을 적극 활용하는 구글의 사업 방식엔 별다른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글에게도 큰 고민이 있다.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이하 클라우드) 같은 B2B 시장 영향력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경쟁사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는 문제다. 기업, 스타트업, 개발자 등이 인프라에 대한 고민 없이 앱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클라우드는 이제 21세기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평가받고 있다.
1조 달러에 가장 가까운 기업이라고 평가받는 아마존과 과거의 부진을 털어내고 새롭게 도약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신성장 동력도 바로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는 2018년 1분기 아마존 전체 매출의 11%,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했다. 아마존의 영업이익 대부분이 물건이나 콘텐츠 판매가 아닌 클라우드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드라는 캐시카우 덕분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최저가 전략과 신규 서비스 개발을 위한 R&D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상 최초로 연매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 가운데 기업용 클라우드 사업부의 매출은 230억 달러로, 전체 사업부 가운데 매출에 가장 많은 기여를 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는 윈도우 등 전통적인 사업 대신 클라우드와 오피스에 집중해 이러한 성과를 냈다.
구글 역시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인터넷 광고에서 클라우드와 오피스로 옮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대표적인 B2B 기업인 VM웨어의 공동창업자인 다이엔 그린을 해당 조직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 즉, 현재 구글의 최고경영자는 세 명이다. 검색,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등 B2C(인터넷 광고)를 총괄하는 순다르 파차이와 유튜브(동영상 광고)를 총괄하는 수잔 보이키치, 그리고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과 지스위트 같은 B2B를 담당하는 다이엔 그린이다.
구글의 클라우드 조직은 미국 마운틴뷰 본사 대신 서니베일에 위치해 있을 정도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 강화를 위해 구글은 최근 6~9개월 동안 전체 클라우드 관련 인력의 70%를 새로 충원했다. 뿐만 아니라 자사의 개발자 행사인 구글 I/O에서 B2B만 분리해 '구글 넥스트(Google NEXT)'라는 개발자 행사를 신설했다. 2년 전 시작된 구글 넥스트는 처음에는 2000명밖에 참석하지 않는 소규모 행사였으나, 지난해 1만 2000명, 올해 2만 명이 넘는 개발자와 파트너가 참여하는 구글 최대의 개발자 행사로 거듭났다.
구글은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구글 넥스트 2018을 개최하고 자사의 클라우드, 웹 오피스, 기업용 인공지능 전략을 발표했다. 다이엔 그린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는 "모든 기업이 클라우드를 통해 비즈니스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며, "구글 클라우드는 가장 진보된 클라우드 서비스로 빅 쿼리와 같은 빅데이터 처리 기술, 오토ML과 같은 인공지능 개발 기술, 지스위트와 같은 문서 작성 협업 도구 등 기업이 요구하는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디.
이날 행사에서 구글이 가장 강조한 기술은 구글의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GCP를 활용한 차세대 인공지능 개발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오토ML이다. 오토ML은 쉽게 말해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개발해주는 서비스다. 전이학습 기술을 활용해 구글의 완성된 인공지능이 특정 기업에게 필요한 인공지능의 신경망을 강화(학습)해준다. 이를 통해 기업은 많은 머신러닝 전문가나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없어도 인공지능을 개발해 자사의 비즈니스를 혁신할 수 있다. 기업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준비하고, 데이터를 분류하는 작업(라벨링)만 진행하면 된다.
오토ML의 또 다른 강점은 구글의 도움을 통해 좀 더 심화된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파이썬, 텐서플로 등 머신러닝 관련 기술과 R 등 데이터처리 기술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누구나 손쉽게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델을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 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에게 학습을 통해 나뭇잎을 구별하게 하는 것은 매우 쉽다. 녹색이라는 색상과 나뭇잎만의 고유의 모습이 있기 때문. 하지만 그 나뭇잎이 단풍잎인지 은행잎인지 구별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인공지능이 나뭇잎간의 차이점을 인식하려면 많은 데이터와 강화된 인공신경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오토ML을 활용하면 무슨 나뭇잎인지 구별하는 인공지능(학습이 완료된 모델)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즉, 머신러닝 관련 인력이 없는 기업뿐만 아니라 관련 인력을 확충한 기업도 오토ML을 활용하면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인공지능의 신경망을 강화해서 비즈니스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패션 브랜드인 ‘어반 아웃피터스’는 오토ML을 활용해 자사의 모든 옷의 종류와 모델명을 알아보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해 자사의 앱에 적용했고, 디즈니는 자사의 모든 캐릭터를 알아보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실제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다.
원래 오토ML은 컴퓨터 비전(보는 능력)에 관련된 인공지능만 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넥스트 2018 현장에서 자연어 처리와 번역 관련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오토ML 내추럴랭귀지'와 '오토ML 트랜슬레이트'를 추가로 선보였다. 이로서 기업들이 음성처리를 제외한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언어 번역 관련 인공지능을 좀 더 손쉽게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GPGPU(인공지능 학습 및 추론을 위한 컴퓨터 하드웨어)를 대신할 차세대 인공지능 가속기 TPU(텐서플로유닛)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얼마 전 구글이 선보인 3세대 TPU는 인공지능 추론만 가능하고 학습은 불가능했던 1세대 TPU와 추론 및 학습이 모두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전력소모가 심하고 발열이 많았던 2세대 TPU의 단점을 보완한 인공지능 가속기다. 적은 전력으로도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키고 구동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고, 수냉식을 채택해 발열에 대한 걱정도 덜한 것이 특징이다.
구글은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에 어떤 혁신을 가져오고 있는지 사례도 함께 공개했다. 바로 '컨택센터'다. 컨택센터는 사용자가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인공지능이 '음성'으로 응대해주는 서비스다. 인공지능 챗봇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텍스트로 대응하는 사례는 지금도 속속 상용화되고 있지만, 음성으로 사용자에게 응대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구글 처음이다. 지난 5월 열린 구글 I/O 2018에서 구글은 인공지능이 음성으로 미용실 등 각종 서비스를 예약함으로써 인공지능이 튜링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진보했음을 알렸다.
컨택센터는 이러한 고성능 인공지능을 비즈니스에 적용한 첫 번째 사례다. 컨택센터가 적용된 콜센터에 사용자가 전화를 걸면 인공지능 상담사가 음성으로 먼저 상담을 진행하고, 좀 더 심화된 상담이 필요할 경우에 한해 사람 상담사에게 연결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콜센터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에게 보다 빠르고 신속한 음성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인원수의 제약이 있는 사람 상담사와 달리 인공지능 상담사는 숫자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전화가 걸려오자마자 바로 응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미국의 콜센터 솔루션 업체인 제네시스, 유선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 등과 협력해 컨택센터의 활용 영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클라우드를 활용해 비즈니스에 인공지능을 접목시켜나가는 분야(AI as a Service)에선 전 세계에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따라올 기업이 없다. 하지만 클라우드의 가장 핵심 분야인 인프라 서비스(IaaS)에선 얘기가 다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경쟁자에게 밀려 3위 자리를 간신히 수성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라 '알리바바 클라우드'에게도 밀려 4위로 조사되는 경우까지 있다.
이러한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구글이 꺼내든 전략이 오픈소스를 활용한 멀티 클라우드 전략이다. 멀티 클라우드란 기업이 하나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함께 활용해 앱, 게임, ERP 등 자사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기조를 말한다. 시장 1위 업체인 AWS는 멀티 클라우드라는 용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반면 2위 이하의 업체들은 독점에 가까운 AWS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 위해 멀티 클라우드를 강조하고 이에 관련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구글이 내세운 멀티 클라우드 전략의 핵심은 여러 군데에 흩어져 있는 가상머신 컨테이너를 통합해서 관리하게 해주는 기술인 '쿠버네티스'다. 쿠버네티스를 활용하면 멀티 클라우드 전략에 따라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가상머신을 한군데에 모아둔 것처럼 관리할 수 있다. 도커, 쿠버네티스 등 컨테이너 관련 기술을 활용하면 멀티 클라우드를 실현해 클라우드 종속을 막고, 서비스를 기능별로 쪼개 신속한 개발과 성능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마이크로 서비스를 추진할 수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넥스트 2018 현장에 깜짝 등장해 "구글은 2000개가 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등 전 세계 오픈소스 업계의 리더"라며, "쿠버네티스, 텐서플로 등의 사례가 구글이 주도하는 오픈소스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둘 모두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업계의 핵심 기술이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쿠버네티스를 자체 인프라(온프레미스)에서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구글 쿠버네티스 엔진 온프레미스'를 선보였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업이 자체 인프라에서도 쿠버네티스 기술을 이용할 수 있고, 향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르스 호즐 구글 클라우드 부사장은 "전 세계 기업의 80%가 하이브리드 또는 멀티 클라우드 환경을 추구하고 있고, 클라우드를 이용 중인 기업의 75%가 쿠버네티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표와 함께 기업이 마이크로 서비스 환경을 보다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게 해주는 오픈소스 기술인 '이스티오(ISTIO)'를 공개했다. 이스티오는 신속한 서비스 개발과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기능별로 나뉘어 있는 마이크로 서비스를 손쉽게 상호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레임워크다. 구글의 주도로 IBM, VM웨어, 리프트 등 다양한 기업이 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해나가고 있다.
아울러 호즐 부사장은 서버리스 아키텍처와 같은 운영 자동화 기술과 빅쿼리와 같은 데이터 인사이트 기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개발자들이 인프라 운영 및 관리에 대한 고민 없이 서비스를 개발하고,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유의미한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유의미한 성과도 거뒀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B2B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매직 쿼드런트를 통해 구글이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인프라 서비스 분야의 리더라고 발표했다. 매직 쿼드런트는 다방면으로 기업의 서비스를 평가해 '리더 > 비저너리 = 챌린저 > 니치 플레이어'라는 등급을 매긴다. 과거 구글은 IBM, 오라클, 알리바바 등과 함께 비저너리 등급이었으나, 이번에 리더 등급으로 올라가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동급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인정받았다.
이날 넥스트 2018 행사에서 구글은 깜짝 발표를 했다. 월마트에 이어 미국 2위의 유통 사업자인 '타겟(Target)'을 GCP의 고객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타겟은 원래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 중이었으나, 아마존이 유기농 식품 유통점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해 자사의 경쟁자로 떠오르자 AWS를 떠나 구글과 손을 잡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타겟은 AWS와 GCP를 함께 이용하는 멀티 클라우드 전략이 아닌 GCP만 이용한다는 초강수를 두는 등 구글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하는 모습이다. 타겟이 구글과 손잡기 앞서 미국의 1위 유통사업자인 월마트는 아마존의 홀푸드마켓 인수에 반발해 자사의 서비스를 AWS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로 옮긴 바 있다.
유통과 기술의 결합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기술을 적극 활용해 유통 환경을 혁신함으로써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의 격차를 줄이려는게 많은 유통, 기술 기업의 목표다. 아마존은 홀푸드마켓을 인수하고 아마존 고라는 무인 상점을 여는 등 이러한 혁신의 선두에 서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기존 미국 유통 사업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거대한 미국 유통 시장을 두고 '아마존 vs 마이크로소프트 + 월마트 vs 구글 + 타겟'이라는 삼파전이 이제 막 시작될 전망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때문에 초국가적 기업인 구글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럽 등을 중심으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EU는 지난 18일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사용자의 앱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43억 4000만 유로(약 5조 7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U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구글이 플레이 스토어, 유튜브 등의 영향력을 활용해 국내 업체들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2분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262억 4000만 달러의 매출과 32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분간 시장지배력을 적극 활용하는 구글의 사업 방식엔 별다른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글에게도 큰 고민이 있다.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이하 클라우드) 같은 B2B 시장 영향력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경쟁사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는 문제다. 기업, 스타트업, 개발자 등이 인프라에 대한 고민 없이 앱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클라우드는 이제 21세기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평가받고 있다.
1조 달러에 가장 가까운 기업이라고 평가받는 아마존과 과거의 부진을 털어내고 새롭게 도약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신성장 동력도 바로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는 2018년 1분기 아마존 전체 매출의 11%,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했다. 아마존의 영업이익 대부분이 물건이나 콘텐츠 판매가 아닌 클라우드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드라는 캐시카우 덕분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최저가 전략과 신규 서비스 개발을 위한 R&D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상 최초로 연매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 가운데 기업용 클라우드 사업부의 매출은 230억 달러로, 전체 사업부 가운데 매출에 가장 많은 기여를 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는 윈도우 등 전통적인 사업 대신 클라우드와 오피스에 집중해 이러한 성과를 냈다.
<구글 넥스트 2018이 열리는 모스코니센터 사우스의 전경>(출처=IT동아)
구글 역시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인터넷 광고에서 클라우드와 오피스로 옮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대표적인 B2B 기업인 VM웨어의 공동창업자인 다이엔 그린을 해당 조직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 즉, 현재 구글의 최고경영자는 세 명이다. 검색,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등 B2C(인터넷 광고)를 총괄하는 순다르 파차이와 유튜브(동영상 광고)를 총괄하는 수잔 보이키치, 그리고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과 지스위트 같은 B2B를 담당하는 다이엔 그린이다.
구글의 클라우드 조직은 미국 마운틴뷰 본사 대신 서니베일에 위치해 있을 정도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 강화를 위해 구글은 최근 6~9개월 동안 전체 클라우드 관련 인력의 70%를 새로 충원했다. 뿐만 아니라 자사의 개발자 행사인 구글 I/O에서 B2B만 분리해 '구글 넥스트(Google NEXT)'라는 개발자 행사를 신설했다. 2년 전 시작된 구글 넥스트는 처음에는 2000명밖에 참석하지 않는 소규모 행사였으나, 지난해 1만 2000명, 올해 2만 명이 넘는 개발자와 파트너가 참여하는 구글 최대의 개발자 행사로 거듭났다.
구글은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구글 넥스트 2018을 개최하고 자사의 클라우드, 웹 오피스, 기업용 인공지능 전략을 발표했다. 다이엔 그린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는 "모든 기업이 클라우드를 통해 비즈니스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며, "구글 클라우드는 가장 진보된 클라우드 서비스로 빅 쿼리와 같은 빅데이터 처리 기술, 오토ML과 같은 인공지능 개발 기술, 지스위트와 같은 문서 작성 협업 도구 등 기업이 요구하는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디.
<다이엔 그린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 세 명의 구글 최고경영자 가운데 한 명이며, 동시에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 이사회의 일원이다>(출처=IT동아)
인공지능이 음성으로 상담해주는 세상... 구글이 처음으로 상용화 나서
오토ML의 또 다른 강점은 구글의 도움을 통해 좀 더 심화된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파이썬, 텐서플로 등 머신러닝 관련 기술과 R 등 데이터처리 기술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누구나 손쉽게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델을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 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에게 학습을 통해 나뭇잎을 구별하게 하는 것은 매우 쉽다. 녹색이라는 색상과 나뭇잎만의 고유의 모습이 있기 때문. 하지만 그 나뭇잎이 단풍잎인지 은행잎인지 구별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인공지능이 나뭇잎간의 차이점을 인식하려면 많은 데이터와 강화된 인공신경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오토ML을 활용하면 무슨 나뭇잎인지 구별하는 인공지능(학습이 완료된 모델)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즉, 머신러닝 관련 인력이 없는 기업뿐만 아니라 관련 인력을 확충한 기업도 오토ML을 활용하면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인공지능의 신경망을 강화해서 비즈니스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패션 브랜드인 ‘어반 아웃피터스’는 오토ML을 활용해 자사의 모든 옷의 종류와 모델명을 알아보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해 자사의 앱에 적용했고, 디즈니는 자사의 모든 캐릭터를 알아보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실제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다.
원래 오토ML은 컴퓨터 비전(보는 능력)에 관련된 인공지능만 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넥스트 2018 현장에서 자연어 처리와 번역 관련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오토ML 내추럴랭귀지'와 '오토ML 트랜슬레이트'를 추가로 선보였다. 이로서 기업들이 음성처리를 제외한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언어 번역 관련 인공지능을 좀 더 손쉽게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구글 넥스트 2018(출처=IT동아)
GPGPU(인공지능 학습 및 추론을 위한 컴퓨터 하드웨어)를 대신할 차세대 인공지능 가속기 TPU(텐서플로유닛)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얼마 전 구글이 선보인 3세대 TPU는 인공지능 추론만 가능하고 학습은 불가능했던 1세대 TPU와 추론 및 학습이 모두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전력소모가 심하고 발열이 많았던 2세대 TPU의 단점을 보완한 인공지능 가속기다. 적은 전력으로도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키고 구동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고, 수냉식을 채택해 발열에 대한 걱정도 덜한 것이 특징이다.
구글은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에 어떤 혁신을 가져오고 있는지 사례도 함께 공개했다. 바로 '컨택센터'다. 컨택센터는 사용자가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인공지능이 '음성'으로 응대해주는 서비스다. 인공지능 챗봇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텍스트로 대응하는 사례는 지금도 속속 상용화되고 있지만, 음성으로 사용자에게 응대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구글 처음이다. 지난 5월 열린 구글 I/O 2018에서 구글은 인공지능이 음성으로 미용실 등 각종 서비스를 예약함으로써 인공지능이 튜링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진보했음을 알렸다.
컨택센터는 이러한 고성능 인공지능을 비즈니스에 적용한 첫 번째 사례다. 컨택센터가 적용된 콜센터에 사용자가 전화를 걸면 인공지능 상담사가 음성으로 먼저 상담을 진행하고, 좀 더 심화된 상담이 필요할 경우에 한해 사람 상담사에게 연결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콜센터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에게 보다 빠르고 신속한 음성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인원수의 제약이 있는 사람 상담사와 달리 인공지능 상담사는 숫자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전화가 걸려오자마자 바로 응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미국의 콜센터 솔루션 업체인 제네시스, 유선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 등과 협력해 컨택센터의 활용 영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오픈소스와 멀티클라우드... 3위 사업자 구글의 반등 전략
이러한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구글이 꺼내든 전략이 오픈소스를 활용한 멀티 클라우드 전략이다. 멀티 클라우드란 기업이 하나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함께 활용해 앱, 게임, ERP 등 자사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기조를 말한다. 시장 1위 업체인 AWS는 멀티 클라우드라는 용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반면 2위 이하의 업체들은 독점에 가까운 AWS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 위해 멀티 클라우드를 강조하고 이에 관련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구글 넥스트 2018(출처=IT동아)
구글이 내세운 멀티 클라우드 전략의 핵심은 여러 군데에 흩어져 있는 가상머신 컨테이너를 통합해서 관리하게 해주는 기술인 '쿠버네티스'다. 쿠버네티스를 활용하면 멀티 클라우드 전략에 따라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가상머신을 한군데에 모아둔 것처럼 관리할 수 있다. 도커, 쿠버네티스 등 컨테이너 관련 기술을 활용하면 멀티 클라우드를 실현해 클라우드 종속을 막고, 서비스를 기능별로 쪼개 신속한 개발과 성능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마이크로 서비스를 추진할 수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넥스트 2018 현장에 깜짝 등장해 "구글은 2000개가 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등 전 세계 오픈소스 업계의 리더"라며, "쿠버네티스, 텐서플로 등의 사례가 구글이 주도하는 오픈소스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둘 모두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업계의 핵심 기술이다"고 강조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출처=IT동아)
구글은 쿠버네티스를 자체 인프라(온프레미스)에서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구글 쿠버네티스 엔진 온프레미스'를 선보였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업이 자체 인프라에서도 쿠버네티스 기술을 이용할 수 있고, 향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르스 호즐 구글 클라우드 부사장은 "전 세계 기업의 80%가 하이브리드 또는 멀티 클라우드 환경을 추구하고 있고, 클라우드를 이용 중인 기업의 75%가 쿠버네티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표와 함께 기업이 마이크로 서비스 환경을 보다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게 해주는 오픈소스 기술인 '이스티오(ISTIO)'를 공개했다. 이스티오는 신속한 서비스 개발과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기능별로 나뉘어 있는 마이크로 서비스를 손쉽게 상호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레임워크다. 구글의 주도로 IBM, VM웨어, 리프트 등 다양한 기업이 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해나가고 있다.
아울러 호즐 부사장은 서버리스 아키텍처와 같은 운영 자동화 기술과 빅쿼리와 같은 데이터 인사이트 기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개발자들이 인프라 운영 및 관리에 대한 고민 없이 서비스를 개발하고,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유의미한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유의미한 성과도 거뒀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B2B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매직 쿼드런트를 통해 구글이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인프라 서비스 분야의 리더라고 발표했다. 매직 쿼드런트는 다방면으로 기업의 서비스를 평가해 '리더 > 비저너리 = 챌린저 > 니치 플레이어'라는 등급을 매긴다. 과거 구글은 IBM, 오라클, 알리바바 등과 함께 비저너리 등급이었으나, 이번에 리더 등급으로 올라가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동급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인정받았다.
<우르스 호즐 구글 클라우드 부사장>(출처=IT동아)
미국 2위 유통사업자 ‘타겟’과 협업... 기술과 유통의 합종연횡
유통과 기술의 결합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기술을 적극 활용해 유통 환경을 혁신함으로써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의 격차를 줄이려는게 많은 유통, 기술 기업의 목표다. 아마존은 홀푸드마켓을 인수하고 아마존 고라는 무인 상점을 여는 등 이러한 혁신의 선두에 서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기존 미국 유통 사업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거대한 미국 유통 시장을 두고 '아마존 vs 마이크로소프트 + 월마트 vs 구글 + 타겟'이라는 삼파전이 이제 막 시작될 전망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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