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개발 ‘AI 카닥터’… 車소리만 듣고도 고장부위 척척
이은택 기자
입력 2018-07-20 03:00 수정 2018-07-20 03:00
완성車업계 첫 진단기술 선봬
딥러닝 통해 정밀도 지속 개선… 학습 위해 고의로 고장낸 소리도
정답률, 사람 8.6% - AI 87.6%, “전기車 등 기술 적용영역 확대”
세계 완성차업계 최초로 현대차가 AI와 딥러닝을 이용해 소음으로 차량의 고장 여부를 판별하고 진단까지 내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르면 내년 전국 현대차 수리센터에 적용한다. AI가 차의 고장을 판독하는 풍경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7일 찾아간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내 엔진NVH리서치랩 무향실에서는 가솔린엔진에서 소리를 뽑아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헤드셋을 쓴 정인수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엔진NVH리서치랩 연구위원(53)이 긴 마이크를 엔진 구석구석에 갖다댔다. 맨귀로 들었을 때는 시끄럽기만 하던 엔진이었는데 각 부위로 좁히자 서로 다른 소리들이 났다. AI가 학습할 소리들을 추출해 내는 과정이었다. 정 연구위원은 “공장이나 연구소에서 채취한 소리들이 대부분이지만 학습을 위해 인위적으로 엔진을 고장 내 만든 소리들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개발에 착수하게 된 계기는 엉뚱하게도 ‘회식’이었다. 2015년 연구소 송년회식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젓가락으로 식탁을 ‘탁’ 쳤다. “소리만 듣고 이게 무슨 소리인지 맞힐 수 있을까?” 그때 정 연구위원의 머릿속에 ‘소음으로 차를 진단한다’는 아이디어가 스쳤다.
정 연구위원과 동료 연구원들은 간단한 음향 샘플을 만들어 장준혁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음성음향오디오신호처리연구실)를 찾아갔다. 음성 및 소리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였다. 이들은 논의 결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공동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개발은 ①소리 데이터 수집 ②분석 ③소리 특징 추출 ④인공지능 소프트웨어(SW) 개발 및 학습 ⑤실제 진단 및 정확도 개선 순으로 진행됐다.
목표는 가장 많이 쓰이는 ‘가솔린엔진’으로 정한 뒤 총 830개의 소리 샘플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부품과 고장 유형에 따라 18개 유형, 44개 세부유형으로 다시 분류했다. 연구원들은 소리들을 AI가 인식할 수 있도록 시간과 주파수 단위로 쪼개 분석했다. 이동철 엔진NVH리서치랩 책임연구원은 “처음에는 밤을 새울 정도로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1시간에 6개 정도 분석을 끝낸다”고 말했다.
AI 개발까지 마친 뒤에는 ‘공부시키는 작업’이 뒤따랐다. AI는 사람이 만들었지만 일단 학습을 시작하면 스스로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정확도를 올려 나갔다. 최근 엔진 소음 분야 전문가 10여 명이 현대차가 개발한 AI와 대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인간팀의 정답률은 8.6%, AI의 정확도는 87.6%였다. 현대차는 정확도를 연말까지 9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향후 더 진보된 형태의 서비스와 다른 산업 분야로의 전파도 예상된다. AI를 아예 차량에 장착해 고장을 진단하게 하거나, 자동차 생산라인의 마지막에 배치해 신차의 이상 유무를 가려낼 수 있다. 소리에 진동, 온도 등 다른 요소를 결합시켜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차뿐만 아니라 기계로 된 모든 것에 적용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이미 한국을 비롯해 독일, 일본 등 각국에서 특허를 출원 중이다. 정 연구위원은 “전기차의 전기모터 소음 등 다른 데이터도 이미 모으고 있어 기술의 적용 영역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딥러닝 통해 정밀도 지속 개선… 학습 위해 고의로 고장낸 소리도
정답률, 사람 8.6% - AI 87.6%, “전기車 등 기술 적용영역 확대”
17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남양연구소의 엔진NVH리서치랩 무향실에서 진재민 책임연구원, 이동철 책임연구원, 정인수 연구위원(왼쪽부터)이 가솔린엔진에서 이상 소음을 뽑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고장 난 자동차에서 미세한 이상 소음이 난다. 사람은 알아차릴 수 없지만 인공지능(AI)이 소리를 듣고 원인을 분석한다. 축적된 빅 데이터로 판독한 결과 터보차저(출력을 높이는 엔진보조장치)의 가속 기류음 이상일 확률 94%. 사람이었다면 엔진을 뜯어보고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 걸렸을 과정이다. 하지만 AI는 불과 수초 내 끝냈다. 그리고 정확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자동차가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세계 완성차업계 최초로 현대차가 AI와 딥러닝을 이용해 소음으로 차량의 고장 여부를 판별하고 진단까지 내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르면 내년 전국 현대차 수리센터에 적용한다. AI가 차의 고장을 판독하는 풍경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7일 찾아간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내 엔진NVH리서치랩 무향실에서는 가솔린엔진에서 소리를 뽑아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헤드셋을 쓴 정인수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엔진NVH리서치랩 연구위원(53)이 긴 마이크를 엔진 구석구석에 갖다댔다. 맨귀로 들었을 때는 시끄럽기만 하던 엔진이었는데 각 부위로 좁히자 서로 다른 소리들이 났다. AI가 학습할 소리들을 추출해 내는 과정이었다. 정 연구위원은 “공장이나 연구소에서 채취한 소리들이 대부분이지만 학습을 위해 인위적으로 엔진을 고장 내 만든 소리들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개발에 착수하게 된 계기는 엉뚱하게도 ‘회식’이었다. 2015년 연구소 송년회식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젓가락으로 식탁을 ‘탁’ 쳤다. “소리만 듣고 이게 무슨 소리인지 맞힐 수 있을까?” 그때 정 연구위원의 머릿속에 ‘소음으로 차를 진단한다’는 아이디어가 스쳤다.
정 연구위원과 동료 연구원들은 간단한 음향 샘플을 만들어 장준혁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음성음향오디오신호처리연구실)를 찾아갔다. 음성 및 소리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였다. 이들은 논의 결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공동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개발은 ①소리 데이터 수집 ②분석 ③소리 특징 추출 ④인공지능 소프트웨어(SW) 개발 및 학습 ⑤실제 진단 및 정확도 개선 순으로 진행됐다.
목표는 가장 많이 쓰이는 ‘가솔린엔진’으로 정한 뒤 총 830개의 소리 샘플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부품과 고장 유형에 따라 18개 유형, 44개 세부유형으로 다시 분류했다. 연구원들은 소리들을 AI가 인식할 수 있도록 시간과 주파수 단위로 쪼개 분석했다. 이동철 엔진NVH리서치랩 책임연구원은 “처음에는 밤을 새울 정도로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1시간에 6개 정도 분석을 끝낸다”고 말했다.
AI 개발까지 마친 뒤에는 ‘공부시키는 작업’이 뒤따랐다. AI는 사람이 만들었지만 일단 학습을 시작하면 스스로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정확도를 올려 나갔다. 최근 엔진 소음 분야 전문가 10여 명이 현대차가 개발한 AI와 대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인간팀의 정답률은 8.6%, AI의 정확도는 87.6%였다. 현대차는 정확도를 연말까지 9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향후 더 진보된 형태의 서비스와 다른 산업 분야로의 전파도 예상된다. AI를 아예 차량에 장착해 고장을 진단하게 하거나, 자동차 생산라인의 마지막에 배치해 신차의 이상 유무를 가려낼 수 있다. 소리에 진동, 온도 등 다른 요소를 결합시켜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차뿐만 아니라 기계로 된 모든 것에 적용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이미 한국을 비롯해 독일, 일본 등 각국에서 특허를 출원 중이다. 정 연구위원은 “전기차의 전기모터 소음 등 다른 데이터도 이미 모으고 있어 기술의 적용 영역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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