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고접수 묵살한채 “유권해석 받아오라”, 금감원 몽니에 발목 잡힌 ‘핀테크 벤처’

김성모 기자

입력 2018-07-16 03:00 수정 2018-07-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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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SKT 합작 ‘핀크’
최저수준 송금-대출상품 만들고도 반년 넘게 서비스 시작 못해
기재부선 “유권해석감도 아닌데”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함께 설립한 핀테크 벤처회사 ‘핀크(Finnq)’가 금융당국에 발목이 잡혀 반년 넘도록 주요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초 금융감독원의 신고를 거쳐 금융권 최저 수준의 송금, 대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당국의 소극적 태도와 늑장 대응으로 신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 혁신’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이 오히려 핀테크 활성화를 통한 디지털 금융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크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각각 ‘소액대출’ 및 ‘해외송금’ 서비스에 대한 사업 준비를 끝내고 금감원에 신고서를 제출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서비스는 당국의 승인이나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금감원에 신고만 하면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핀크 측이 신고 업무를 하기 위해 금감원에 수차례 찾아가고 전화를 하는 등 접촉을 시도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전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몇 달 동안 핀크 담당자를 만나주지 않다가 최근에야 미팅을 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핀크는 2016년 8월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각각 51%, 49%로 출자한 자본금 500억 원 규모의 합작회사다. 전자금융업 등록을 마치고 지난해 9월 회사 이름과 똑같은 생활금융 플랫폼 ‘핀크’를 출범시켰다.

국내 1위 이동통신사와 금융그룹이 ‘핀테크 동맹’을 맺고 설립한 회사인 만큼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현재 핀크는 계좌이체, 고객 수입·지출 분석 등의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핀크가 주력 사업으로 준비하는 ‘해외송금’ 서비스는 건당 수수료가 5000∼1만 원으로 금융권 최저 수준이다. 금감원은 이 서비스의 신고 절차에 대해 본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핀크 측에 “해외송금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을 받아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재부 국제금융국 외환제도과 관계자는 “송금은 금융 지원 서비스업에 해당돼 핀크는 문제없이 할 수 있다. 당연한 내용인데 왜 유권해석을 요청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사업인 소액대출 서비스는 20, 30대를 겨냥한 ‘미니 마이너스통장’으로, 대출 금리가 연 3% 안팎으로 인터넷전문은행보다 저렴하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혜택이 좋지만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도 아닌데 신고 절차가 이렇게 늦어지는 것은 의문”이라며 “핀테크 업체들이 금감원에 신고를 하고 끝내기까지 일주일이 안 걸릴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핀크의 신고를 일부러 받아주지 않은 게 아니다. 핀크 내부적으로 검토하느라 출시가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금감원 금융지주감독국 관계자는 “합작회사인 핀크가 금융사, 금융 밀접 회사 등 어디에 속하는지 해석이 필요해 기재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서비스 신고와 관련해 핀크 측과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채용비리와 최고경영자(CEO) 연임 문제 등을 놓고 금감원과 하나금융이 갈등을 빚었던 것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도적으로는 허가, 승인 사항을 신고로 바꿔 혁신에 앞장서는 척하면서 막상 업무를 할 땐 시간을 끌거나 만나주지 않는 것은 관치”라며 “금융당국의 전향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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