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노벨상 뿌리는 가속기… 韓 중이온가속기 ‘라온’ 큰 기대”

동아일보

입력 2018-07-16 03:00 수정 2018-07-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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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표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사쿠라이 이화학硏 부센터장

11일 방한한 사쿠라이 히로요시 일본 이화학연구소 니시나가속기과학연구센터 부센터장(왼쪽)이 20여 년 지기인 정순찬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과 포즈를 취했다.
물리학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주는 요술 빗자루를 손에 넣은 아이처럼 신나 보였다. 그 요술 빗자루는 물리학 연구시설인 중이온가속기. 물질의 원소를 이온으로 가공해 빠르게 가속한 뒤 서로 충돌시키는 장치다. 동위원소 수천 개를 이용해 셀 수 없이 많은 새로운 희귀원소를 직접 만들며 시험할 수 있다. 그가 요술 빗자루를 쥔 아이처럼 흥분하는 게 이해가 갔다.

이 물리학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중이온가속기 연구소인 일본 이화학연구소(리켄) 니시나가속기과학연구센터의 사쿠라이 히로요시(櫻井博儀) 부센터장.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의 국제자문위원회(IAC) 참석차 방한한 그를 11일 김포공항 근처 식당에서 만났다.

그는 “흔히 물리학자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 가속기 연구소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미친 사람들”이라며 웃었다. 그가 일하는 리켄 니시나센터는 엔지니어와 과학자 100여 명이 천문학부터 생물학까지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 유전자 변이 효모를 만들어 맛 좋은 술을 빚게 하거나 염해에 강한 벼를 만드는 실용적인 연구부터, 알록달록 희한한 색을 뽐내는 새로운 꽃을 만드는 이상한 연구, 중성자별 내부의 밀도를 결정하는 ‘상태방정식’을 구하는 천체물리학 연구까지 다양한 주제를 가속기로 탐구하고 있다. 사쿠라이 부센터장 역시 중성자별 방정식 이야기를 10분 넘게 하며 끊임없이 “재미있다!”를 외쳤다.

잠시 뒤 ‘이성을 되찾은’ 그는 가속기가 단순히 연구자의 재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가속기 건설 역사가 82년에 이른다”며 “일본 노벨상 수상자 뿌리의 상당수는 바로 가속기와 가속기를 처음 만든 과학자”라고 말했다. 니시나센터가 이름을 딴 니시나 요시오(仁科芳雄) 박사는 일본 최초로 양자역학을 섭렵하고 가속기를 만든 주인공. 그의 지도 아래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등 초창기 일본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대거 나왔다. 이후 일본은 지금까지도 핵 및 입자물리 분야의 세계적 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100여 년 전 전기역학이 20세기 전자시대를 열었듯, 핵물리학이 21세기 핵 응용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사쿠라이 부센터장은 2021년 완공될 한국의 중이온가속기 ‘라온’에 큰 기대를 드러냈다. 라온이 희귀 동위원소를 만드는 ‘동위원소 공장’으로 이전에는 관찰하지 못했던 희귀한 사건과 물질을 관측해 물리학을 새 영역으로 이끌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과학 시설이 있으면 젊은 학자들이 세계에서 모인다”며 “이들이 사회나 과학계의 주축이 될 때 한국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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