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산업 사업비 산정때 투입인력보다 質 따져야”

황태호 기자

입력 2018-07-13 03:00 수정 2018-07-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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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업계, 기존관행 개선 목소리… 한경연 “금융분야부터 바꿔야”

지난해 국내 한 시중은행과 전산시스템 구축 계약을 맺은 A기업은 은행의 사업비 산정 방식에 혀를 내둘렀다. 원래 계약은 업무의 범위에 대해서만 명시했지만 은행 측은 정확한 가격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투입되는 인력을 기준으로 하는 조항을 추가로 삽입하자고 주장했다. A사 관계자는 “결국 개발자 몇 명이 몇 개월간 일을 하느냐를 놓고 최종 가격을 책정했다”며 “구시대적 관행을 도무지 바꾸려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SW)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 업계의 사업비 산정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를 내 “헤드카운팅 방식의 낡은 사업비 산정 관행이 SW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드카운팅 방식은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원 수를 기준으로 사업비를 산정하는 것이다. 수주 기업 입장에선 투입 인력을 절감해 생산성을 높이는 게 불가능한 구조다. 또 품질보다는 투입 인력 수 관리에 치중해야 하기 때문에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공공 부문과 금융권에서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해왔던 이유는 SW의 질보다는 비용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한 정보기술(IT)서비스 회사 관계자는 “어차피 결과물은 누가 하나 마찬가지니 대가 산정은 인건비 기준으로 하겠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SW 시장의 성장 부진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8년 국내 SW 시장 성장률은 14.1%로 글로벌 전체 성장률(26.5%)의 절반에 불과하다.

올 4월 행정안전부가 관련 고시를 변경하면서 공공 부문은 변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융(25.5%) 부문은 아직 변화가 더디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금융 분야에서 바뀌면 전체 SW산업에 전반적인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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