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니 정휘영 대표, "쿠링 원더랜드, 아이를 위한 VR입니다."
동아닷컴
입력 2018-07-10 15:59 수정 2018-07-10 16:06
얼마 전,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이 수원시에 위치한 광교 경기문화창조허브 11층 이벤트홀에 미국의 명문 VR 투자사를 초청, 국내외 VR/AR 시장 동향과 그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는 '미국 VC 투자 라운드'를 열었다. 이 행사는 경기도 내 VR/AR 기업육성 사업인 'NRP(Next Reality Partners)' 프로그램 중 하나로 미국 유명 투자사의 강연과 함께 개별 투자 상담과 멘토링 등을 통해 기업 역량 강화와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해 마련했다.
당시 행사에서 'The VR Fund' 공동 창업자 '티파탓 첸나바신(Tipatat Chennavasin)'은 "2016년 VR 시장 규모는 3억 달러였다. 그리고 모두가 '이제 VR은 끝난 것 아니냐'라고 예상했던 2017년에는 30억 달러로 성장했다"라며, "VR 시장은 아직 괜찮다.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던대로, 열심히 집중하면 된다. 시간이 걸린다면, 오히려 그만큼의 노력이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더 이상 슈팅 게임은 그만 선보였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더 이상 슈팅 게임은 그만'이라는 말은 꽤 중요한 것을 시사한다. VR 게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슈팅, FPS 게임 등은 이제 의미가 없다는 것. 여기에 공포 게임도 포함된다. 남들이 성공한 것을 그대로 이어받아 답습하는 콘텐츠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시장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남들도 이렇게 성공했는데…'라는, 따라하기식 대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쉬운 길을 두고 남들이 걷지 않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브래니(VRANI)는 그래서 돋보인다. 그저 'VR 게임 중 하나'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똑 같은 패턴, 똑 같은 방식, 똑 같은 장르의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았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4세부터 13세의 영유아 어린이를 타겟으로 캐쥬얼 게임을 개발, 중소규모 테마파크용 장비를 개발했다. 이에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브래니 사무실을 찾아 정휘영 대표와 송승연 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경콘진 광교 경기문화창조허브가 아닌, 브래니 사무실에서 다시 만나니 새삼 반가운 느낌이다.
정휘영 대표(이하 정 대표): 브래니는 VR과 애니메이션의 합성어다. 브래니 창업 전 게임 업계에 몸을 담기 전,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을 정도로 예전부터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경험이 VR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브래니로 이어진 것 같다.
브래니 창업 전에는 약 16년 동안 3개 업체에서 16년 동안 VC와 CEO를 역임했다. 199년 '라그나로크 온라인'으로 잘 알려진 그라비티에 대표이사로 부임해 3년 반 동안 일했다. 48개국에 수출하며 수출대상 2번,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통령상도 수상했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해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콘텐츠로 다가갔던 기억이 남는다(웃음).
이후 오리온 그룹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파트에서 온라인 사업을 4년 반 정도 총괄하며 스포츠토토 온라인을 런칭했고, 스타트업 투자 기관 '포메이션8'에 부사장으로 한국총괄을 맞았다. 당시 쿠팡, 인코드 테크놀로지스, 눔, 블루페퍼 등 여러 업체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오큘러스 본사에 투자도 진행했었는데, VR과 관련된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번 전환기를 맞이했다. 일을 내려놓고 쉬면서,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다(웃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많았고. 여러 업체로부터 좋은 자리로 제안도 받았지만, '이것'이라고 끌리는 것이 없었다.
IT동아: 그래서 결국 창업을 선택한 것인지.
정 대표: 개인적으로 투자를 조금 진행했었다. 전국을 돌면서 약 1,500개 스타트업을 만나보고, 실리콘밸리에서도 활동하면서 국내와 해외 시장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그리고 용기를 얻어서 결정했다.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해보겠다고. 그렇게 나이 46에 브래니를 창업했다.
VR 콘텐츠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참 어렵다(웃음). 직원 350명의 벤처 기업 대표, 대기업 CEO, 투자사에서 투자자 등으로 일해봤지만, 스타트업 대표가 가장 힘든 것 같다. 나름 경험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많이 다른 것 같다. 6개월만에 14kg가 빠질 정도로(웃음).
IT동아: 브래니 창업 후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정 대표: 브래니를 창업하며, 그라비티의 경험을 VR로 옮기고자 노력했다. VR은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시장이다. 그리고 우리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VR 콘텐츠를 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이에 4세부터 13세에 이르는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콘텐츠에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했다.
브래니는 아이들에서 VR 경험을 선물하려고 노력한다. 현재의 VR 콘텐츠는 아이들이 경험하기에 아직도 어지럽다. 멀미 현상부터, 콘텐츠 수위 자체가 아이들을 위한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 퀄리티도 많이 떨어지고. 이에 지난 1년 3개월동안 팀원들과 함께 노력해 올해 브래니가 준비한 콘텐츠와 장비를 시장에 처음 선보이려고 한다.
첫 투자는 VR 글로벌 시장 1위 업체로 평가받는 바이브(VIVE)로부터 받았다. 바이브는 매년 2,100개 스타트업 중 심사를 거쳐 최종 20~25를 선별해 지원하는데 여기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KST 한국과학기술지주로부터도 기술 지원과 투자를 받아 지금까지 달려왔다.
IT동아: 아이들에게 집중한 이유가 궁금하다.
정 대표: VR은 2016년을 원년이라고 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당시 얼리어답터와 성인을 중심으로, 콘텐츠는 스팀(Steam)에서 주로 유통됐다. 그리고 작년말부터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소위 테마파크라고 불리는 'Location-based'로 시장 흐름이 바뀌며, 가족과 어린이도 VR 콘텐츠 소비자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시장도 이에 맞춰 바뀌었다. 여전히 온라인 콘텐츠 마켓은 스팀이 꽉 잡고 있지만, 중국을 필두로 VR 테마파크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Greenlight Insight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테마파크형 Location-based VR 시장은 2018년 2억 2,200만 달러 규모에서 2021년 11억 6,7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아이맥스(IMAX), 바이브와 같은 글로벌 업체도 Location-based VR 시장에 참여했다.
아이맥스는 LA에 아이맥스 극장 옆에 오락실 대신 '아이맥스 VR' 매장 1호점을 직영으로 운영 중이다. 올해 7개로 늘릴 예정으로, 상해, 타이페이, 도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협력 제안도 오가고 있으며, 한군데에 같이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웃음). 바이브는 스팀과 같은 전략을 선보이다가 최근 전사적으로 Location-based VR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IT동아: 아이들이 VR 콘텐츠를 잘 소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 대표: 맞다. 중요하다.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VR 게임 중 75%가 'Non-Kids Content', 즉, 성인을 위한 게임이다. 때문에 아이들이 즐기기에 어렵다. 너무 잔인하기도 하고. 더구나 스팀은 지속적으로 성인 콘텐츠가 늘고 있어, 키즈 콘텐츠는 계속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 개발사도 없고, 우리는 여기에 집중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4가지 요소를 넣었다. 먼저 음성인식과 제스처 인식이다. 구글 어시스턴트 음성인식을 적용해 VR 게임 내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요소를 적용했다. 두번째는 VR 게임 경험으로, 퀄리티를 높였다. 이건 직접 체험해보면,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세번째, UI/UX다. 현재 VR 게임은 대부분 성인을 위한 디자인이다. 버튼을 누르고 큰 동작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성인과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은 버튼 누르는 것도 어려워한다. 이에 간단한 동작으로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마지막으로 Location-based VR 시장을 위한 장비다. 이제 첫 시제품을 개발 완료해 오는 7월 18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리는 캐릭터 페어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지스타와 상하이 MWC 등에도 제품을 들고 나갔지만, 당시에는 100%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다. 여기에 게임 내 캐릭터를 활용한 머천다이징 상품도 있다.
그리고 1회성 게임으로 끝나지 않고, 각 캐쥬얼 VR 게임을 연결하는 형태로 기획했다. 게임 내 랭킹과 이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에 따라 바로 선물을 받아갈 수 있는 형태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VR 콘텐츠 체험을 선물하는 구조다. 아이들은 인형을 받아 주변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고, 부모님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그림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IT동아: 지난 영상을 보니, 콘텐츠 이름이 바뀌었다. 상하이 MWC 영상과 지스타 2017 영상에는 '토링 원더랜드'로 표기되어 있는데, 지금은 '쿠링 원더랜드'다. 그만큼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 대표: 중국 시장에서 좀더 쉽게 불릴 수 있는 이름으로 바꿨다. 콘텐츠 고도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숙제다. 1년 전만 해도 8살 아이가 즐기기 어려웠다. 체험할 수 있는 연령을 낮추는데 계속 집중했다. 지스타 2017에서 바이브가 마련해준 공간에 참여하며, 클립 동영상을 200개 정도 촬영해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 Location-based VR은 콘텐츠 품질뿐만 아니라 기다리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쿠링 원더랜드를 즐기는 아이의 동작이 재미있으면, 기다리는 줄도 늘어난다. 반대로 아이의 동작이 재미없으면, 보는 사람이 줄어든다. 실제 체험하는 아이는 VR 속에서 재미를 찾고 있더라도, 지켜보는 사람에게 감흥이 없으면 관심은 금새 줄어들었다. 즉, 관전 포인트도 필요했다. 이에 아이디어를 바꾸고, 동작을 더 활동적으로 할 수 있도록 게임 내 UI와 UX를 바꿨다.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인공지능 VR 캐릭터 제작 툴도 개발했다. 캐릭터 동작 제작 과정에 삽입할 수 있는데, 아이가 말을 할 때 캐릭터가 상황에 맞는 표정을 떠올리는 툴이다. 개발자 없이 기획자가 혼자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손보는 중이다. 여기에 성인보다 멀미에 민감한 아이들을 위해 실제동작과 화면 내 동작 지연속도를 0.5초까지 줄였다.
IT동아: 테마파크 내 다른 즐길거리도 필요해 보인다.
정 대표: 맞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브래니 VR 장비와 함께 부모님이 커피 한잔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다양한 머천다이징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샵 등이 있고, VR 코딩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스크래치와 비슷한 코딩 교육 플랫폼인데, 아이들이 VR로 몇 가지 코딩을 짜면 테이블 위 로봇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20분 간격으로 1시간 정도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테마파크에 아이들이 입장하면 부모님은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IT동아: 테마파크 운영에 대한 기획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성에 대한 부분이 걱정되는데.
정 대표: 내년 5월 5일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중국 내 테마파크를 오픈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여러 곳에서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시장을 열어놓고 고민 중이다. 지금까지 많은 분의 협력과 팀원들의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브래니 팀원들은 게임 업계와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10년 이상씩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 모여 있다. 정말 높은 퀄리티는 키즈 시장에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앞으로도 브래니, 그리고 우리 쿠링 원더랜드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당시 행사에서 'The VR Fund' 공동 창업자 '티파탓 첸나바신(Tipatat Chennavasin)'은 "2016년 VR 시장 규모는 3억 달러였다. 그리고 모두가 '이제 VR은 끝난 것 아니냐'라고 예상했던 2017년에는 30억 달러로 성장했다"라며, "VR 시장은 아직 괜찮다.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던대로, 열심히 집중하면 된다. 시간이 걸린다면, 오히려 그만큼의 노력이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더 이상 슈팅 게임은 그만 선보였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더 이상 슈팅 게임은 그만'이라는 말은 꽤 중요한 것을 시사한다. VR 게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슈팅, FPS 게임 등은 이제 의미가 없다는 것. 여기에 공포 게임도 포함된다. 남들이 성공한 것을 그대로 이어받아 답습하는 콘텐츠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시장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남들도 이렇게 성공했는데…'라는, 따라하기식 대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쉬운 길을 두고 남들이 걷지 않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 브래니 정휘영 대표(우)와 송승연 본부장(좌) >(출처=IT동아)
브래니(VRANI)는 그래서 돋보인다. 그저 'VR 게임 중 하나'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똑 같은 패턴, 똑 같은 방식, 똑 같은 장르의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았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4세부터 13세의 영유아 어린이를 타겟으로 캐쥬얼 게임을 개발, 중소규모 테마파크용 장비를 개발했다. 이에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브래니 사무실을 찾아 정휘영 대표와 송승연 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표이사와 투자자로 지낸 16년의 선택, 브래니 창업
정휘영 대표(이하 정 대표): 브래니는 VR과 애니메이션의 합성어다. 브래니 창업 전 게임 업계에 몸을 담기 전,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을 정도로 예전부터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경험이 VR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브래니로 이어진 것 같다.
브래니 창업 전에는 약 16년 동안 3개 업체에서 16년 동안 VC와 CEO를 역임했다. 199년 '라그나로크 온라인'으로 잘 알려진 그라비티에 대표이사로 부임해 3년 반 동안 일했다. 48개국에 수출하며 수출대상 2번,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통령상도 수상했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해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콘텐츠로 다가갔던 기억이 남는다(웃음).
이후 오리온 그룹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파트에서 온라인 사업을 4년 반 정도 총괄하며 스포츠토토 온라인을 런칭했고, 스타트업 투자 기관 '포메이션8'에 부사장으로 한국총괄을 맞았다. 당시 쿠팡, 인코드 테크놀로지스, 눔, 블루페퍼 등 여러 업체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오큘러스 본사에 투자도 진행했었는데, VR과 관련된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번 전환기를 맞이했다. 일을 내려놓고 쉬면서,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다(웃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많았고. 여러 업체로부터 좋은 자리로 제안도 받았지만, '이것'이라고 끌리는 것이 없었다.
< 브래니 정휘영 대표 >(출처=IT동아)
IT동아: 그래서 결국 창업을 선택한 것인지.
정 대표: 개인적으로 투자를 조금 진행했었다. 전국을 돌면서 약 1,500개 스타트업을 만나보고, 실리콘밸리에서도 활동하면서 국내와 해외 시장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그리고 용기를 얻어서 결정했다.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해보겠다고. 그렇게 나이 46에 브래니를 창업했다.
VR 콘텐츠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참 어렵다(웃음). 직원 350명의 벤처 기업 대표, 대기업 CEO, 투자사에서 투자자 등으로 일해봤지만, 스타트업 대표가 가장 힘든 것 같다. 나름 경험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많이 다른 것 같다. 6개월만에 14kg가 빠질 정도로(웃음).
브래니(출처=IT동아)
내 아이에게 주는 VR 선물을 꿈꿉니다
정 대표: 브래니를 창업하며, 그라비티의 경험을 VR로 옮기고자 노력했다. VR은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시장이다. 그리고 우리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VR 콘텐츠를 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이에 4세부터 13세에 이르는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콘텐츠에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했다.
브래니는 아이들에서 VR 경험을 선물하려고 노력한다. 현재의 VR 콘텐츠는 아이들이 경험하기에 아직도 어지럽다. 멀미 현상부터, 콘텐츠 수위 자체가 아이들을 위한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 퀄리티도 많이 떨어지고. 이에 지난 1년 3개월동안 팀원들과 함께 노력해 올해 브래니가 준비한 콘텐츠와 장비를 시장에 처음 선보이려고 한다.
첫 투자는 VR 글로벌 시장 1위 업체로 평가받는 바이브(VIVE)로부터 받았다. 바이브는 매년 2,100개 스타트업 중 심사를 거쳐 최종 20~25를 선별해 지원하는데 여기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KST 한국과학기술지주로부터도 기술 지원과 투자를 받아 지금까지 달려왔다.
< VR 시장 변화, 출처: 브래니 >
IT동아: 아이들에게 집중한 이유가 궁금하다.
정 대표: VR은 2016년을 원년이라고 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당시 얼리어답터와 성인을 중심으로, 콘텐츠는 스팀(Steam)에서 주로 유통됐다. 그리고 작년말부터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소위 테마파크라고 불리는 'Location-based'로 시장 흐름이 바뀌며, 가족과 어린이도 VR 콘텐츠 소비자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시장도 이에 맞춰 바뀌었다. 여전히 온라인 콘텐츠 마켓은 스팀이 꽉 잡고 있지만, 중국을 필두로 VR 테마파크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Greenlight Insight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테마파크형 Location-based VR 시장은 2018년 2억 2,200만 달러 규모에서 2021년 11억 6,7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아이맥스(IMAX), 바이브와 같은 글로벌 업체도 Location-based VR 시장에 참여했다.
아이맥스는 LA에 아이맥스 극장 옆에 오락실 대신 '아이맥스 VR' 매장 1호점을 직영으로 운영 중이다. 올해 7개로 늘릴 예정으로, 상해, 타이페이, 도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협력 제안도 오가고 있으며, 한군데에 같이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웃음). 바이브는 스팀과 같은 전략을 선보이다가 최근 전사적으로 Location-based VR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 커지고 있는 Location-based VR 시장, 출처: 브래니 >
IT동아: 아이들이 VR 콘텐츠를 잘 소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 대표: 맞다. 중요하다.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VR 게임 중 75%가 'Non-Kids Content', 즉, 성인을 위한 게임이다. 때문에 아이들이 즐기기에 어렵다. 너무 잔인하기도 하고. 더구나 스팀은 지속적으로 성인 콘텐츠가 늘고 있어, 키즈 콘텐츠는 계속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 개발사도 없고, 우리는 여기에 집중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4가지 요소를 넣었다. 먼저 음성인식과 제스처 인식이다. 구글 어시스턴트 음성인식을 적용해 VR 게임 내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요소를 적용했다. 두번째는 VR 게임 경험으로, 퀄리티를 높였다. 이건 직접 체험해보면,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세번째, UI/UX다. 현재 VR 게임은 대부분 성인을 위한 디자인이다. 버튼을 누르고 큰 동작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성인과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은 버튼 누르는 것도 어려워한다. 이에 간단한 동작으로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 2017 상하이 MWC 바이브 부스에 함께 참여한 브래니, 출처: 브래니 >
마지막으로 Location-based VR 시장을 위한 장비다. 이제 첫 시제품을 개발 완료해 오는 7월 18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리는 캐릭터 페어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지스타와 상하이 MWC 등에도 제품을 들고 나갔지만, 당시에는 100%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다. 여기에 게임 내 캐릭터를 활용한 머천다이징 상품도 있다.
그리고 1회성 게임으로 끝나지 않고, 각 캐쥬얼 VR 게임을 연결하는 형태로 기획했다. 게임 내 랭킹과 이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에 따라 바로 선물을 받아갈 수 있는 형태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VR 콘텐츠 체험을 선물하는 구조다. 아이들은 인형을 받아 주변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고, 부모님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그림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 완성된 브래니 쿠링 원더랜드 >(출처=IT동아)
키즈 VR 테마파크, 곧 선보입니다
정 대표: 중국 시장에서 좀더 쉽게 불릴 수 있는 이름으로 바꿨다. 콘텐츠 고도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숙제다. 1년 전만 해도 8살 아이가 즐기기 어려웠다. 체험할 수 있는 연령을 낮추는데 계속 집중했다. 지스타 2017에서 바이브가 마련해준 공간에 참여하며, 클립 동영상을 200개 정도 촬영해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 Location-based VR은 콘텐츠 품질뿐만 아니라 기다리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쿠링 원더랜드를 즐기는 아이의 동작이 재미있으면, 기다리는 줄도 늘어난다. 반대로 아이의 동작이 재미없으면, 보는 사람이 줄어든다. 실제 체험하는 아이는 VR 속에서 재미를 찾고 있더라도, 지켜보는 사람에게 감흥이 없으면 관심은 금새 줄어들었다. 즉, 관전 포인트도 필요했다. 이에 아이디어를 바꾸고, 동작을 더 활동적으로 할 수 있도록 게임 내 UI와 UX를 바꿨다.
< 브래니 정휘영 대표(우)와 송승연 본부장(좌) >(출처=IT동아)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인공지능 VR 캐릭터 제작 툴도 개발했다. 캐릭터 동작 제작 과정에 삽입할 수 있는데, 아이가 말을 할 때 캐릭터가 상황에 맞는 표정을 떠올리는 툴이다. 개발자 없이 기획자가 혼자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손보는 중이다. 여기에 성인보다 멀미에 민감한 아이들을 위해 실제동작과 화면 내 동작 지연속도를 0.5초까지 줄였다.
IT동아: 테마파크 내 다른 즐길거리도 필요해 보인다.
정 대표: 맞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브래니 VR 장비와 함께 부모님이 커피 한잔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다양한 머천다이징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샵 등이 있고, VR 코딩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스크래치와 비슷한 코딩 교육 플랫폼인데, 아이들이 VR로 몇 가지 코딩을 짜면 테이블 위 로봇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20분 간격으로 1시간 정도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테마파크에 아이들이 입장하면 부모님은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IT동아: 테마파크 운영에 대한 기획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성에 대한 부분이 걱정되는데.
정 대표: 내년 5월 5일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중국 내 테마파크를 오픈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여러 곳에서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시장을 열어놓고 고민 중이다. 지금까지 많은 분의 협력과 팀원들의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브래니 팀원들은 게임 업계와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10년 이상씩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 모여 있다. 정말 높은 퀄리티는 키즈 시장에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앞으로도 브래니, 그리고 우리 쿠링 원더랜드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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