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거쳐 美수출’ 한국 IT-전기장비 치명타

이은택 기자 , 황태호 기자

입력 2018-07-09 03:00 수정 2018-07-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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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확전]산업별 충격 얼마나

애플의 아이폰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다. 디자인과 기술개발은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에서 이뤄지지만 실제 생산은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이뤄지는 것. 이 아이폰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는 주로 삼성전자가 공급한다. 즉, 삼성전자가 중국에 메모리반도체를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아이폰 완제품으로 만들어 다시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폭탄’을 때리면 이 사슬로 인해 삼성전자가 직격탄을 맞는다. 미중(美中) 관세전쟁이 한국 산업에 치명상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6일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전쟁을 시작하자 한국 산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설마’ 하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8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전체 무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규모는 지난해 14.3%였다. 중국에 부품과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는 한국 처지에선 ‘중→미’ 수출이 막히면 ‘한→중’ 수출길도 막힌다.

연구원은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10% 줄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은 총 282억6000만 달러(약 31조57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전기장비와 정보기술(IT)이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다. 국내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2005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이 됐는데 전기장비나 IT기기에 관세가 올라가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제품 일부도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있기 때문에 관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대미 수출이 막히면 중국 내부에서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데, 관세전쟁이 중국 경기 침체와 소비 악화로 이어지면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출기둥 중 하나인 자동차 산업도 울상이다. 한국 최대 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중국과 미국 양쪽에 다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다. 이는 현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것이고 수출물량은 없기 때문에 관세의 직접 타격은 받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일단 중국이 미국산 수입차에 관세를 40%나 부과했고 이런 상황이 전체 자동차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도 “자동차 시장의 소비 위축은 부품사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무역전쟁이 격화돼 자동차부품 분야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까지 내려질 경우 한국은 19억7400만 달러(약 2조2000억 원)의 수출 손실을 입는다.

반면 일부에서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야도 있다. 석유화학의 주요 수출품목인 에틸렌은 북미 업체들의 설비 증설과 공급 확대로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이 미국에 관세장벽을 치면 공급 과잉이 해소돼 한국산이 오히려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에 관세를 물리면서 미국산 제품들이 수출처를 찾지 못해 단기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수입해 가공하거나 판매하는 한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수혜 산업은 극히 일부다. 양국의 갈등이 국제 무역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의 모든 분야가 부정적 영향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택 nabi@donga.com·황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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