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개발팀 인문계 연구원 인건비는 왜 세액공제 안됩니까?”

황태호 기자

입력 2018-07-02 03:00 수정 2018-07-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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商議, 세제개선안 101건 건의
“韓, 자연계 R&D 인건비만 공제… 美는 연구인력 전공 구분없이 혜택”
신성장 투자 등 세제지원 확대 요청


미국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인공지능(AI)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의 자연어처리팀을 이끌고 있는 한국인 최현정 연구원. 국내 대학에서 언어학의 한 갈래인 음성학으로 박사 과정을 밟았다. 사람의 언어를 기계에 적용하는 AI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선 최 연구원 같은 언어학자의 능력이 필수다.

국내 기업이 최 씨 같은 인재를 고용하려면 주판을 두드리며 고심해야 한다. 최 씨는 다른 직원과 달리 연구개발(R&D) 인건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조세특례제한법은 ‘자연계 분야 학위 소지자’만을 R&D 인건비 세액공제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경상비에 포함된 연구인력 인건비는 전공 구분 없이 모두 세액공제 대상으로 인정한다. 한국에서도 인문, 자연계열 구분 없이 R&D 인건비를 세액공제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기업 혁신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101건을 정부, 국회에 건의했다고 1일 밝혔다.

우선 전공 학위 구분 없이 R&D 인건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적용해 서비스업 R&D를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자연과학, 공학 등이 다수인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은 인문계열 연구원 수요가 크다. 특히 융·복합이 중요한 신산업 분야 기업들은 이미 계열 구분 없이 다양한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실제 국내 기업 연구원 중 인문사회계열 학위 소지자는 2010년 9100명에서 2016년 2만400명으로 2배가 넘는 규모로 늘어났다.

대한상의는 “가령 AI R&D의 경우 사용자의 언어 인식, 심리 예측이 중요하기 때문에 언어학자와 심리학자가 필수다”라며 “하지만 R&D 인건비 세액공제는 제조업 중심으로 짜여 있어 인문계열 인건비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산업 분야 등 고위험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월결손금 공제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법인세법 개정도 건의했다. 오랜 기간 큰 규모의 투자를 요구하는 신산업 분야는 초기에 대규모 결손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이월결손금 제도로 부담을 줄이면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대체로 공제기간에 제한이 없으며 미국도 기존 20년이던 기간을 올해부터 폐지했다.

성장성이 유망한 새 기술을 사업화할 때의 시설 투자에 대해서는 투자액의 5∼10%를 세액공제 해주는 ‘신성장기술 사업화 투자 세제 지원제도’의 공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청도 나왔다. 현행법상에서는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5% 이상 등의 요건을 맞춰야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대규모 시설 투자가 동반되면 이를 충족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이 밖에 일반 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현행 최대 2%에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혁신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기업들의 역량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우리 기업들이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조세환경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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