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지도자들, 신자 눈살 찌푸리게 하는 모습 성찰을”

이진구 기자

입력 2024-05-03 03:00 수정 2024-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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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7대 서울교구장 김장환 신부
“반려동물 축복식은 신앙적 표현
종교도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지난달 대한성공회 제7대 서울교구장에 선출된 김장환 신부는 “종교 지도자들은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종교를 가리지 않고 신자 감소 현상을 겪는 것은 그만큼 기성 종교에 실망해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변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겠지요.”

1일 서울 종로구 대한성공회 대학로교회에서 만난 김장환 신부는 “종교도 시대 변화에 맞게 변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제7대 교구장(주교)에 선출됐다. 임기는 10월부터다.

―실례입니다만 성공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 성공회는 고요한 주교(찰스 존 코프)가 1890년 인천항에 도착해 서울과 경기, 충청 지역에 전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가톨릭처럼 주교, 사제, 부제의 삼품 성직 제도를 지켜오면서도 가톨릭의 교황이나 추기경 같은 수직적 직제가 없는 게 특징이지요.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는 전 세계 성공회를 일치시키는 중심 역할을 하지만, 한국 관구를 포함해 전 세계 39개 관구는 독립적으로 선교 활동을 합니다. 세계 성공회의 모든 주교와 관구가 평등한 수평적 관계지요.”

―종교는 분명 필요한 것인데도 종교를 떠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왜일까요.

“‘가나안’ 신자라는 말이 나온 지도 꽤 됐습니다. ‘안 나가’를 거꾸로 한 신조어인데, 예수님은 믿지만 교회는 나가지 않는 사람들을 말하지요. 왜 이런 분들이 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종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종교인과 교회가 문제인 것 아니겠습니까. 종교인들, 특히 종교 지도자들은 우리들의 어떤 모습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아울러 물질 중심의 파편화된 사회에서 자신이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지를 깨닫도록 해 행복한 삶을 살도록 이끌어줘야 합니다. 또 시대 변화에 맞춰 가는 것도 필요하지요.”

―성공회에서 반려동물 축복식이 자주 열리는 것도 그런 차원인지요.

“동물에게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도 동물도 모두 하나님의 피조물입니다. 축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요. 더욱이 반려동물에게서 마음의 위안과 행복을 얻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성공회 기도서에는 집터, 기공식, 자동차, 사무실 축복 기도문도 있는데 하물며 생명체야…. 반려동물 축복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세계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신앙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가장 열려 있어야 하는 종교계에서 의외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모습을 꽤 봅니다.


“성공회는 여성이 신부가 되는 데 아무 지장이 없고, 실제로 대한성공회에 모두 11명의 여성 사제가 있습니다. 여성 신부, 여성 목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고린도전서 14장에 나오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34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35절)는 구절을 근거로 드는데, 시대 상황과 앞뒤 문맥을 고려해 이해해야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되지요.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게 부끄러운 거라면 교회 학교 선생님도 여성이 하면 안 되지요. 더 많은 여성 성직자가 세워져 그들을 통해 교회와 사회가 더 새로워지기를 바랍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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