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뼈도 3D프린터로…최첨단 안면재건술의 세계[건강 기상청 : 증상으로 본 질병]

최영철 기자

입력 2024-05-03 03:00 수정 2024-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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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호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컴퓨터로 디자인, 제작…환자 맞춤형 3D 인공뼈 이식술
이물감, 불편감 없고 만족도↑…각종 상해보험 적용 가능


박호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사진 지호영 기자

‘신언서판(身言書判)’. 생김새와 말솜씨, 글(씨)솜씨, 판단력을 이르는 말로, 예로부터 사람을 평가할 때 쓰인 4가지 기준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제일 우선이 얼굴 생김새, 즉 용모였다. 얼굴은 보고, 듣고, 숨 쉬고, 먹는 생리적 활동은 물론 표정을 통해 슬픔, 기쁨, 놀람 등 감정과 기분을 드러내는 등 사회·심리적 기능 또한 담당한다. 요즘은 외모 지상주의가 심화하면서 용모 그 자체가 자신의 외적 특징을 규정짓는 잣대가 되고 있다. 이제 얼굴은 한 인간의 일상생활 전체를 지배하는 인체의 핵심 조직이 된 셈이다.


그런데 만약 태어날 때부터 얼굴의 일부분이 없거나 사고 또는 수술 등 외적 요인으로 특정 부위가 손상됐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예전에는 이를 천형(天刑)으로 받아들이고 그냥 인내하며 살아야 했지만, 요즘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안면재건술이 개발되면서 웬만한 안면부 결손 부위(조직)는 새로 만들어내거나 원상태로 복원이 가능하게 됐다. 과연 안면재건술은 무엇이고 최신의 수술법은 어디까지 발전한 것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최첨단 안면재건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박호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를 만났다.

사라진 얼굴 부위 살려내기!



안면재건술이란?



“안면부 결손이 있을 때 하는 수술이다. 이때 결손이란 얼굴의 특정 부위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태어날 때부터 생기는 유전적 기형, 사고, 수술, 감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결손은 주로 피부, 근육, 뼈와 눈,코,입 등 얼굴의 다양한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안면재건술과 안면성형술은 어떻게 다른가?

“미용 목적의 안면재건술은 보통 ‘성형술’이라는 표현을 쓴다. 안면윤곽술이나 양악수술, 단악수술 등이 그것이다. 성형술은 정상적인 모양이나 구조를 개선하거나 완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반면 치료 목적의 안면재건술은 결손이 있거나 손상된 부분을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게 목표다.”


안면재건술의 수술법 선택 기준은?


“피부, 뼈, 근육 등 결손 조직의 특성에 따라 눈, 코, 귀, 입 등 결손 부위에 맞게 수술법의 선택지가 달라질 수 있다. 각 부위의 특성에 따라 피부 결손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뼈의 결손을 우선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피부가 손상된 경우에는 피부이식이나 피부 피판술(신체 다른 부위의 피부를 가져와 덮는 수술)을 사용할 수 있고, 뼈의 손상이 발생한 경우는 뼈 이식이나 뼈 피판술을 적용할 수 있다. 이처럼 안면재건술은 환자의 개별 상황과 손상의 특성에 맞게 진행되며, 따라서 정밀한 평가와 계획이 필요하다. 종종 다양한 방법이 복합적으로 적용될 때도 있다.”


안면 피부 재건술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

“먼저 피부이식술이 있다. 환자의 피부를 허벅지, 사타구니, 쇄골 등의 부위에서 채취해 결손 부위에 얹어주는 수술이다. 단순히 피부를 얹어주는 수술이기 때문에 결손 부위가 깊거나 뼈가 노출된 경우에는 사용하기 어렵다. 이식할 조직이 더 두꺼워야 할 때는 피부이식보다 피판술을 쓴다. 피부와 지방층, 근육층 등을 한 덩이로 가져오는 수술이다. 피판술은 이식하는 조직의 양이 많고 현미경을 보며 혈관을 이어줘야 해서 수술 시간이 길다.”



안면 뼈 재건술의 종류는?


“안면 뼈 재건술도 이식술과 피판술이 대표적이다. 뼈 이식술은 골반뼈, 두개골 뼈를 채취해서 안면부 결손 부위에 넣어주는 수술이다. 단순히 뼈 조직만을 넣어주는 수술이기 때문에 많은 양의 뼈를 이식하기 힘들며, 뼈를 채취한 부위에 뼈 결손이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 뼈 피판술은 턱뼈처럼 씹는 힘을 견딜 정도로 단단하고 많은 양의 결손이 있는 경우 사용할 수 있다. 종아리의 비골을 혈관과 함께 가져와 현미경을 보며 이어주는 수술이다.”

3D프린터 이용 맞춤형 인공뼈 이식술



인공뼈 이식술은 무엇인가?

“인공뼈는 기존 뼈 이식술의 대체 용도로 개발됐다. 뼈 대체물질을 결손 부위에 이식해 새로운 뼈의 형성을 유도하거나 뼈 그 자체를 대체하는 수술법이다. 이전에는 단순히 인공뼈 반죽으로 뼈의 모양을 만들거나 네모난 시트 형태의 인공뼈 재료를 접어 결손 부위에 채워주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와 제작(CAD/CAM) 기술의 발달로 환자별 결손 부위를 미리 파악하고 그에 맞춰 인공뼈 제작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뼈를 ‘환자 맞춤형 3D 인공뼈’라고 한다.”


3D로 만든 인공뼈를 환자에게 이식한다는 말인가?


“환자 맞춤형 3D 인공뼈 이식술은 최근 안면재건술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환자의 안면 전체 구조와 형태를 결손 부위와 비교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다음, 결손 부위를 손상 전 모양과 비슷하게 디자인한 후 3D프린터를 이용해 인공뼈를 만들어 이식하는 수술이다. 특히 얼굴뼈는 3차원적으로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어 손상 전 얼굴 모양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환자 맞춤형 3D 인공뼈 이식술의 장점은?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안면 구조와 딱 맞는 인공뼈를 제작해 더욱 자연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기존의 수술법에 비해 정밀한 재건이 가능해 환자의 안면 기능과 외모를 더욱 향상할 수 있다. 맞춤형 인공뼈를 사용하므로 수술 중에 뼈를 조절하거나 재구성할 필요성이 적어져 수술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실제 수술받은 환자들의 만족도는?

“수술 후 얼굴이 완전히 대칭이 되기 때문에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기존 뼈와 다른 느낌이나 안전성은?


“피부 깊이 뼈를 복원해 넣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 만졌을 때의 느낌은 기본 뼈와 거의 같다. 이물감이나 불편감도 거의 없다. 기존 수십 년간 쓰던 재료를 3D프린터로 만들었기 때문에 안전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흔히 알고 있는 공학용 3D프린터와 같은 원리인가?

“재료만 공학용 대신 인공뼈를 사용했을 뿐 3D로 설계하고 제작하는 원리는 같다.”


인공뼈의 재료는?

“부위별로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재료를 선택해서 프린팅하고 있다. 생체적합성과 유연성은 좋지만 강도는 약해 결손 부위가 작은 곳에 쓰이는 재료(PCL)부터 생체적합성은 좀 낮은 대신 굉장히 단단해 결손 부위가 큰 곳에 사용하는 재료(PEEK)까지, 결손 부위와 환자의 상황에 맞춰 알맞은 재료를 쓴다.”



골세포가 포함된 인공뼈 이식의 미래



3D프린터를 활용해 안면 인공뼈를 만드는 모습. 사진 제공 박호진 교수
인공뼈 제작 과정은?


“얼굴 결손 부위의 CT를 찍으면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성형 전문의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결손 부위를 얼굴 반대편과 비교한 다음 대칭적으로 임플란트 조각들을 디자인해준다. 그것을 3D프린터에 넣고 프린팅하면 인공뼈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으로 이식수술을 하는 거다. 현재 의공학 분야에서 프로그래머와 의사가 일일이 다 해야 하는 인공뼈 디자인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하는 걸 연구 중이다.”



환자 맞춤형 3D 인공뼈 이식술의 비용은?


“수술 결과도 좋고 만족도도 높은데 가장 큰 걸림돌이자 고민은 비용이다. 미용 목적이 아니지만 아직까지 이 수술에는 건강보험 적용이 불가하다. 다만 질병 치료나 외부 요인에 의해 안면 결손이 생겨 재건술을 받은 환자 중에는 민간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화재보험 등 각종 상해(생명)보험을 통해 혜택을 받는 경우도 많다. 이런 보험을 가진 환자는 맞춤형 3D 인공뼈 이식술을 고려해볼 것을 권한다.”


환자 맞춤형 인공뼈 안면재건술의 미래는?

“현재 안면 인공뼈 이식은 세포가 포함되지 않은 인공뼈만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기술이 발달하면 골세포를 포함한 인공뼈 이식이 가능해질 것이다. 골세포를 포함한 인공뼈는 실제 인간의 뼈와 더욱 유사한 구조를 갖게 될 것이다. 세포가 포함된 혁신적 구조물은 인간의 조직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에 재건술의 완벽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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