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치료의 중심은 아이가 아닌 ‘나’입니다”

윤혜진 객원기자

입력 2024-05-03 03:00 수정 2024-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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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화선 베스트오브미여성의원 원장

사진 이상윤


평균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난임이란 1년 동안 피임을 전혀 하지 않고 부부 관계가 정상적이었는데도 임신이 안 된 경우를 의미하는데, 요즘은 여성 나이 기준 35세 이상에서 6개월 동안 자연임신을 시도해 임신이 되지 않으면 난임 치료 대상으로 본다.


지난해 2월 서울 강남역 빌딩 숲 사이에 개원한 난임 전문 베스트오브미여성의원은 제일병원 및 차병원 출신 베테랑 의사 3명이 뭉쳐 세운 곳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의 50% 이상은 이미 다른 곳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에 실패했거나 마지막 종착지로 생각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오는 이들이다. 공학도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구화선 원장은 근거 중심의 똑 부러지면서도 환자의 마음을 읽어주는 섬세한 상담으로 유명하다. 구화선 원장은 “병원 이름을 지을 때 방탄소년단의 동명곡(‘Best Of Me’)에서 힌트를 얻었다”면서 “난임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은 임신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자신을 희생하려 하는데 치료의 중심이 ‘나(me)’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보통 난임 치료의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대개 6개월에서 1년 정도 임신이 안 됐을 때 검사를 하러 와요. 난임 검사에서 큰 문제가 없으면 자연임신을 먼저 시도하고, 자연임신이 안 되면 시술로 들어갑니다. 시술은 자궁 안에 정자를 주입해주는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으로 배양된 배아를 이식해주는 시험관아기 시술이 있어요.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의 60% 이상이 시험관아기 시술을 해요.”


난임 치료는 스스로 주사를 놓아야 하는 상황 등에 부담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주사 치료가 꼭 필요한가요.

“난임 치료에 쓰이는 주사 중 대표적인 것이 과배란 유도용이고, 착상률을 높일 때도 쓰여요. 일단 과배란은 주사 외 대체할 방법이 없으니 당연히 주사로 해야 합니다만, 착상률을 높이기 위해선 주사 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어요. 그런데 약과 주사제를 많이 사용하는 소위 ‘적극 처방’을 원하는 환자가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근거를 만들어가는 일반적인 치료와 달리 난임 치료는 충분한 근거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왜냐면 100가지 요소가 있다면 99가지를 컨트롤한 다음 1가지만 다르게 해서 A라는 약물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봐야 하는데 임신은 그게 불가능하거든요. 같은 나이의 같은 난소기능을 가진 여성이라 해도 생리주기마다 호르몬 레벨이 다르니까 같은 약을 사용했을 때 반응이 모두 다릅니다. 예를 들어 착상률을 높여주는 프로게스테론만 해도 임신율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호르몬인 건 맞지만, 여러 투여 경로가 있고 꼭 주사가 임신율을 가장 높이는 것도 아닙니다. 냉동 배아 이식을 하는 당일에 프로게스테론 혈중 농도만 최저 10ng/ml(나노그램 퍼 밀리리터) 수준 이상 되면 임신율에 차이가 없어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 시 프로게스테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프로게스테론은 배란 후 자궁내막을 두껍게 유지해줘 배아가 자궁내막에 잘 착상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만약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반대로 프로게스테론의 분비가 줄고 자궁내막이 탈락해서 월경을 하게 되죠. 그런데 난임 시술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난자 채취 과정에서 프로게스테론의 상대적인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착상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프로게스테론을 외부에서 보충해줘야 합니다. 이때 프로게스테론은 높아진 에스트로겐 혈중 농도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자궁수축을 방지하는 역할도 해요. 또 냉동 배아 이식을 위해 인공적으로 자궁내막을 키우는 경우에도 반드시 프로게스테론 외부 공급이 필요합니다. 인공주기에는 배란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지 않거든요. 자신의 배란기에 맞춘 자연주기에도 이론상으로는 프로게스테론이 필요하지 않으나 난임 환자 자체가 프로게스테론이 부족할 수 있어 보충을 해주는 편입니다.”

그럼 프로게스테론을 외부에서 공급할 경우 얼마 동안 어떻게 공급해줘야 하나요.

“프로게스테론은 보통 배란부터 임신 8주 정도까지 사용합니다. 투여경로는 먹는 약과 질 내 점막을 통해 직접 프로게스테론을 흡수시킬 수 있는 질정제, 엉덩이 또는 배에 맞는 주사제를 택할 수 있어요. 저는 질 내 삽입을 아주 불편해하거나 주사를 꼭 써달라는 분들 외에는 임신율에 차이가 없으니 환자가 덜 고생하는 질정제로 처방하는 편입니다. 주사제는 아무래도 혈액 내 프로게스테론 농도를 직접적으로 높이는 데 유리하긴 하지만, 기름 성분의 약제라 엉덩이가 돌처럼 굳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이 있어요.”

더 아프거나 비용이 더 들 수 있는데 환자가 ‘적극 처방’을 요구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간절함 때문이겠죠.

“일반적인 통계로는 큰 문제가 없으면 서너 번의 시도를 했을 때 임신이 되는 편이에요. 그런데 두 번 정도 해서 임신이 안 되면 불안해지면서 인터넷 후기에서 효과를 봤다는 약물이나 주사제를 적극적으로 처방받고 싶어 하는 거죠. 같은 또래 여성으로서 그런 마음을 이해하니까 저는 적극 처방을 요청하는 분이 있으면 일단 본인에게 맞는 처방인지 따져보고, 처방해주더라도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지만 환자한테 해가 될 건 없으니 쓰겠다”고 설명을 덧붙여줍니다.”


난임 치료를 계획 중인 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꼭 임신을 해야한다는 목표 기간을 정해놓지 않으셨으면 해요. 난임 치료는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해요. 제 환자 중에는 조기폐경 치료를 받으면서 임신 시도를 해서 몇 달 만에 성공한 분도 있는걸요. 또 결혼을 늦게 하고 나이 자체가 많은 상태에서 오는 경우가 정말 늘었는데요.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난자 냉동 계획이 있다면 되도록 37세 이전에 하길 추천합니다. 난자의 질이 다릅니다. 미리 대비해놓는 게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윤혜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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