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경기 직관·마라톤 투어…“네가 알던 패키지 여행이 아냐”

이나래 객원기자

입력 2024-05-03 03:00 수정 2024-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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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이나 유명 관광지에 비해 여행 정보가 부족한 대자연으로의 여행은 특히 패키지 수요가 높다. 사진 출처 언스플래쉬
새삼스레 패키지여행이 인기다. 더욱 놀라운 건 MZ세대 사이에서 화제라는 것. 하나투어가 발표한 연령별 해외 패키지 예약 동향(2022년 결산 기준)에 따르면 20~30대의 예약 비중이 30%에 달한다. 모두투어도 2019년 13%에 그쳤던 2030 세대 패키지 예약자가 2022년 20%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고 최신 정보도 능숙하게 다루는 MZ세대가 왜 갑자기 패키지여행에 주목했을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패키지 상품은 중장년층을 겨냥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양상이 달라졌다. 팬데믹 기간 동안 극도로 위축됐던 여행사들이 신규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면서다. 젊은 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간 패키지여행의 고질적 단점으로 지적됐던 팁이나 옵션, 쇼핑 등을 배제한 프리미엄 상품을 속속들이 내놓고 있는 것. 유통 채널의 변화 또한 젊은 층을 패키지여행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통로가 됐다. 이전까지는 여행사 대리점이나 홈쇼핑을 통해 손님을 모집했다면, 최근에는 인스타그램과 라이브커머스 같은 SNS 채널을 적극 활용하면서 자연히 젊은 층에게 어필하는 기회가 늘었다.



01 전문가와 떠나는 탐험 여행


전문가와 함께하는 취향 투어 상품은 매진 행렬을 이어갈 만큼 인기가 높다.
그렇다면 트렌드에 빠삭하고 눈이 밝은 MZ세대는 어떤 점에서 패키지여행에 끌렸을까? 가장 기본적으로 전제해야 할 키워드는 ‘세미 패키지’다. 이제까지 우리가 알아왔던 패키지보다는 느슨하되,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 갖춰져 있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규모 인원 구성에 단체 쇼핑을 최소화하고 팁과 옵션을 배제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역시 기본적으로 고려되는 요소다.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이고 쓸모 있게 사용하고 싶은 이들이 주목하는 가치다. 이들이 패키지여행에 주목하는 이유는 2가지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모으고 예약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싶다는 게 첫 번째 이유. 이왕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여행을 떠나는 만큼 현지에서의 실패를 최소화하겠다는 생각도 크다.


그렇다면 MZ 여행자가 패키지 상품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게 하는, 구매 유발 키워드는 무엇일까? 크게 3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취향, 경험, 탐험이 바로 그것. 가장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변주되는 키워드는 취향이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유명 관광지만 훑는 여행이 아니라 깊이 있는 여행을 하고 싶은 이들이 자신의 취향과 취미를 여행과 연결하기 시작한 것. 가우디의 건축물을 두루 살피기 위해 스페인으로 떠나는 건축학도, 위스키 증류소를 둘러보고 싶은 위스키 덕후 등을 위한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남과는 다른, 나만의 여행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싶은 이들의 수요도 존재한다. 여행 인플루언서와 함께 떠나는 패키지나, 여행지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북 토크에 참여하는 식이다. 하나투어가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미치다’와 손잡고 기획한 ‘밍글링 투어’가 좋은 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여행 가이드와 달리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호스트가 주관한다는 점. 프리다이빙 프로그램에는 전문 다이버가, 위스키 투어에는 위스키 강사가 참여해 출발 전 오리엔테이션부터 귀국 후 뒤풀이까지 전 과정을 리드한다고.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탐험’에 주목하는 이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라 안전이나 소통 등에 약간의 우려가 있지만, 가보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 없을 때 패키지여행이 좋은 대안이 된다.

02 취미 생활, 어디까지 가봤니?

여행사는 마라톤 투어, 경기 직관 패키지 프로그램 등 ‘취미러’를 저격한 여행상품을 출시한다. 인터파크 제공
취미 생활에 빠진 사람들은 그야말로 어디든 간다. 자신의 취미 생활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곳이라면 해외도 불사한다. 어쩌면 해외라서 더욱 특별해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브랜드 마케터이자 에세이 작가인 김상민 역시 에세이집 ‘아무튼, 달리기’를 통해 파리 마라톤에 참가한 경험을 털어놓은 바 있다. “나 또한 생애 첫 마라톤이 특별하길 바랐다. (중략) 자연스레 파리를 떠올렸다. 그 당시 나에게 파리는 매년 한 번씩 찾는 정신의 휴양지였다. 특별해야만 하는 첫 마라톤에 그만한 선택지는 없었다. 에펠탑을 향해, 개선문을 끼고, 센강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상상에 빠졌다.”

손흥민, 이강인 등의 맹활약에 힘입어 유럽 축구 직관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여행사도 다수 성업 중이다. 여행사 ‘트래블링’은 구독자 2만5000명을 보유한 유튜버 ‘축구 대장 곽지혁’과 손잡고 리그별로 다양한 패키지여행을 선보인다. 손흥민과 황희찬의 경기를 연이어 볼 수 있거나, 김민재와 이강인의 경기를 묶은 프로그램은 특히 반응이 뜨겁다. 챔피언스리그 결정전처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빅 매치도 있다. 이처럼 핫한 경기는 티켓을 구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에서 패키지여행이 더 합리적이라는 평도 잇따른다.


여행사는 마라톤 투어, 경기 직관 패키지 프로그램 등 ‘취미러’를 저격한 여행상품을 출시한다.모두투어 제공
야구팬들도 취미를 찾아 떠나는 해외여행에 속속 합류 중이다. KBO 최고의 타자로 불리던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하면서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모두투어는 메이저리그 야구팬을 겨냥해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메이저리그 직관 상품’을 출시했는데, 론칭 3일 만에 매진돼 인기를 입증했다. 미국 프로농구나 테니스, 골프도 직관 상품이 꾸준히 인기다. 특히 테니스의 경우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윔블던부터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롤랑가로스, US오픈을 ‘도장 깨기’ 하겠다는 수요도 있을 정도. 최근 모터스포츠 F1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싱가포르 그랑프리나 일본 그랑프리 등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F1 경기에 참여하는 패키지여행도 등장했다.

03 자연으로 떠나는 여행

자연은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여행자의 욕망을 자극한다. 알래스카에 펼쳐지는 오로라나 캐나다의 가을 산, 별이 쏟아지는 몽골의 고비사막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정보가 적어 혼자서는 두렵지만 함께라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통한다. 하나투어와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미치다가 손잡고 출시한 ‘여미 투어’의 첫 번째 목적지가 키르기스스탄이라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하루 10km 이상을 걸어야 하는 고된 일정이지만 대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에 참가자들이 몰린 셈.


서울 하늘에서는 찾기 힘든 별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망망대해와도 같은 몽골의 푸른 초원에 누워 새카만 밤하늘 위로 수없이 빛나는 별을 바라보는 ‘은하수원정대’ 패키지와 함께라면 가능하다.

04 식도락도 어엿한 여행 트렌드


때로는 요리가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미쉐린 스타 맛집을 투어하는 패키지도 수요가 꾸준하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3스타는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이를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충분한 식당’을 의미하기에.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와인이나 위스키를 즐기는 애주가라면 스코틀랜드 위스키 투어나 프랑스 보르도 와이너리 투어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하나투어는 위스키 강사 김빛나와 손잡고 대만을 누비는 위스키 투어 프로그램을 판매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카발란 증류소 투어 및 DIY 블렌딩 체험, 리큐어 숍 방문, 현지 유명 바 체험 등으로 구성돼 애주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나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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