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들, 늘어난 관광 수요… “오피스 말고 호텔 개발”

오승준 기자

입력 2025-05-22 03:00 수정 2025-05-2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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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코 서울 명동’ ‘프리마호텔 부지’
사무실-주거단지 개발서 용도 변경
작년 서울 호텔 투자 규모 2조 달해
대기업 “비쌀때 팔자” 매각도 속도


21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 팬데믹 당시 발길을 끊었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한국을 찾으면서 호텔 실적이 개선되고 투자액도 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 부지에 47층 규모의 7성급 특급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프리마호텔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디벨로퍼 미래인은 원래 이곳에 고급 주거단지를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사업에 합류하면서 주거단지만으로는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호텔을 짓기로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 애물단지 호텔이 알짜 자산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호텔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팬데믹 당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지만 최근 관광 수요가 회복되면서 호텔이 알짜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당시 호텔 폐업이 잇따르면서 공급이 줄어든 게 전화위복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폐업한 호텔 부지를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다 다시 호텔로 전환하는 ‘유턴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 중구 ‘보코 서울 명동’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2022년 폐업한 ‘티마크그랜드호텔’이 있던 자리다. 오피스로 용도를 변경해 매각을 시도했지만 결렬됐다. 지난해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가 인수하면서 호텔로 재개장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SM그룹 사옥도 호텔로 개발될 예정이다. 이 건물도 2017년 SM그룹이 인수하기 전에는 호텔이었다. 지난해 1200억 원에 사옥을 인수한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호텔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호텔 시장이 살아난 건 팬데믹 당시 급감했던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난 영향이 크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총 1636만9629명으로, 팬데믹 직전인 2019년(1750만2756명)의 93.5%까지 회복됐다.

팬데믹 당시 호텔 줄폐업 여파로 호텔 공급은 늘어난 관광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JLL코리아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중 서울에서 4, 5성급 호텔 약 4000실이 사라졌다. 호텔 공급 부족에 객실 요금도 오르고 있다. 서울 호텔의 객실 평균 단가는 2019년 12월 13만4000원에서 2024년 12월 21만 원까지 56.7% 올랐다.

호텔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으로 주목받으면서 투자금도 몰리고 있다. 부동산 투자 전문 기업 컬리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호텔 시장의 투자 규모는 2조 원으로 2023년(1조3000억 원)의 1.5배로 늘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관광객 유입이 늘면서 호텔 경기가 살아나는 반면 오피스는 과잉 공급되고 있다”며 “시행사 입장에서는 호텔로 개발해야 매각이 잘돼 자금 회수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 대기업 “호텔 몸값 높을 때 판다”

대기업들의 호텔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팬데믹 충격이 가시기 전에는 신사업 투자금이나 유동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호텔을 매각하려고 해도 제값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호텔 몸값이 높아지면서 전보다 높은 가격에 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KT의 자회사 KT에스테이트는 안다즈서울 강남, 노보텔앰배서더서울 동대문 등 서울 시내 호텔 5곳을 모두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 대금은 인공지능(AI) 사업 등 신성장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DL그룹도 핵심 사업인 건설과 화학에 집중하기 위해 글래드여의도, 글래드강남코엑스센터, 메종글래드제주 등 호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그룹도 롯데시티호텔과 L7에 대한 ‘세일즈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을 추진하고 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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