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金값에도…한은만 외면하는 이유

뉴시스(신문)

입력 2025-02-13 10:47 수정 2025-02-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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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013년 금보유량 104.4t 이후 그대로
12년새 32→38위로 밀려
한은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 나은 선택” 입장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서 직원이 금 돌반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국내 금가격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고 있다. 11일 오후 현재 한국금거래소 홈페이지 기준 금1돈 구매비용은 592,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뉴시스

금(金) 가격의 고공 행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12년 간 금을 사들이지 않으면서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량을 적극 늘리고 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한은은 금 보유 확대보다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늘리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한은, 12년째 금보유 제자리

13일 세계금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말 기준 104.4t의 금을 보유했다.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하다. 12년째 제자리로 2013년 세계 32위던 금 보유량 순위는 지난해 말 38위로 밀려났다.

이는 다른 국가들이 금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브라질과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 브릭스 5개국의 금 보유량 합계는 2020년 4분기 5116.2t에서 2024년 4분기 5746.5t으로 630.3t (12.3%) 증가했다.

특히 달러화 의존도를 줄이고 위안화 위상을 강화에 나서고 있는 중국의 지난해 금 보유량을 3545t에 달하고,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5.5% 수준까지 높아졌다. 러시아는 2298t의 금을 보유해 외화보유고 대비 금 비중은 29.5%에 달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앞으로도 금 매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세계금협회 (WGC)가 68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기관의 69%가 향후 5년 안에 금 보유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 금 매입에 소극적인 한은과의 행보와는 차이가 난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미중 간 화폐전쟁이 재점화되면서 상대적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한은이 금을 전략자산으로 삼아 그 보유 비중을 최소 5%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즉각 검토해야 한다 ”고 말했다.


◆“금보다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 나은 선택”

한은의 금 매입에 소극적인 이유는 과거 금 투자 실패 비난 트라우마가 우선 꼽힌다. 김중수 총재 시절이던 2011년 한은은 타 중앙은행에 비해 금 보유량이 적다는 지적을 받자 공격적으로 금을 매입했다. 이 영향으로 2011년만 해도 14.4t이던 금 보유량은 2013년 말 104.4t으로 늘었다.

문제는 가격이다. 한은이 금을 적극 매입할 당시 금값은 온스당 1200~1900달러였지만 2013년부터 내림세로 전환해 2016년에는 1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금 투자 비난 여론에 골머리를 앓던 한은은 이후 금 매입에 나서지 않아 현재 보유한 금은 10년 전과 같다.

한은은 최근까지도 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우려되며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금 보유 확대보다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늘리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점이다.

실제 수익이 다른 자산에 비해 크지 않다는 점도 있다. 런던ICE거래소에 따르면 금선물은 2014년 말 트라이온스 당 약 1200달러에서 최근 2900달러까지 2.5배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3배 수준으로 더 뛰었다. 여기에 금 보관 비용과 배당을 고려할 때 금 보유 수익은 더 떨어진다.

최근 금 집중 매입이 미국과의 마찰을 빚고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한은은 지난해 블로그를 통해 ”중국, 러시아 등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는 등 안전자산 수요가 높은 국가 위주로 금 매입이 늘었다”고 언급했다.

한편,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이날 현재 온스당 2930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초로 2930달러를 넘어섰다. 연초 대비 10% 이상 전년 대비 40% 넘게 뛰었다. 시장에서는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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