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인근 GTX 변전소에… 주민들 “반대” 정부 “전자파 미미”

오승준 기자

입력 2024-06-25 03:00 수정 2024-06-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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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압 변전소 유아 등 건강 위협”
예정지 청량리-부천 주민들 반발
지자체도 정부에 위치 변경 요구
갈등 장기화땐 운행 차질 우려


20일 서울 서초구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지하에 위치한 매헌전철변전소.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40대 들어 어렵게 얻은 두 살 아이가 있는데 집 앞 30m 거리에 변전소가 들어온다니 당연히 아이들 건강이 걱정됩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운행을 위한 초고압 변전소가 들어서는 서울 청량리역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모 씨(47)는 24일 “변전소가 설치되면 전자파로 어린 아이들의 건강을 해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 씨는 “나는 광화문으로 출퇴근해서 GTX를 이용할 일도 없는데 왜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지난해 입주한 첫 내 집이지만, 변전소가 들어온다면 이사를 갈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와 경기 부천시 아파트 단지 인근에 GTX 운행을 위한 초고압 변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반발이 계속되면 GTX-B, C 노선 운행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레일은 청량리역 인근에 소유한 테니스장 부지 지하에 GTX-B, C 노선 변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지하 4층∼지상 3층 규모 건물을 지어 지하에 변전소를 설치하고, 지상은 GTX-C 노선 운영사 사무실로 사용한다.

20일 국토교통부가 전문가들과 변전소 1m 거리에서 측정한 전자파 수준은 2.8μT(마이크로테슬라)였고, 5m 거리로 떨어지자 수치는 0.2μT로 급감했다. 변전소가 설치된 곳의 지상에서는 전자파 수준이 0.04μT로 측정됐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변전소 땅 맞은편 50m 내에는 1500여 채 규모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특히 아파트 단지 중 변전소 땅과 가장 가까운 곳에 어린이집이 있다. 이 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황인규 씨는 “변전소는 물론이고 고압 송전선로 등이 안전한지 우려된다”며 “입주가 시작된 지난해 8월에야 주민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주민 의견 청취 절차가 미비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윤모 원장은 “변전소의 전자파로 인해 학부모들이 야외활동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이처럼 반발하자 지자체에서도 국토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동대문구는 지난달 대안 후보지를 제시하며 기존 변전소 계획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전자파뿐 아니라 화재 위험 등이 있는데 위치 선정 과정에서 구청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비용이 더 들더라도 더 나은 장소를 제안해 국토부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천시의 경우 GTX-B 노선 변전소가 상동호수공원 주차장 지하에 설치될 예정이다.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인 데다 아파트가 인접해 있다. 이 때문에 부천시도 변전소 위치를 옮겨달라고 국토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반발이 GTX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국토부는 20일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지하에 있는 변전소에서 전자파 수준을 측정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국토부가 전문가들과 변전소 1m 거리에서 측정한 전자파 수준은 2.8μT(마이크로테슬라)였고, 5m 거리에선 0.2μT였다. 가정용 전자레인지의 전자파는 37.4μT, 사용 중 헤어드라이어는 16μT 수준이다.

김윤명 단국대 전자전기공학부 명예교수는 “변전소 인근 주민들이 노출될 전자파는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전자제품 수준보다 약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 주민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변전소 사업이 빨리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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