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성장’ ETF, 150조 넘겨… 테마형 난립-출혈경쟁 우려는 여전
이동훈 기자
입력 2024-06-24 03:00 수정 2024-06-24 03:00
작년 100조 돌파 1년만에 50% 급증
투자 안정성-편리함에 자금 몰려
일부선 “상품 베끼기로 속빈 강정
종목 수 줄이고 차별화 나서야”
![](https://dimg.donga.com/wps/ECONOMY/IMAGE/2024/06/23/125576091.8.jpg)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 규모가 150조 원을 넘었다. 지난해 6월 100조 원을 넘긴 지 1년 만에 50% 성장했다. 투자 안정성과 편리함을 앞세워 국내 대표 금융 상품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지만 테마형 ETF 난립과 인기 상품 베끼기 관행으로 인해 외형만 커진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국내 ETF 순자산의 총합은 150조6057억 원이었다. 2002년 국내에서 처음 선을 보인 지 22년 만에 처음으로 150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 ETF는 지난해 6월 29일 순자산 100조 원을 넘긴 지 불과 1년 만에 순자산이 50% 이상 늘어나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TF가 처음부터 국내에서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다. 국내 첫 ETF 상품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의 사전 청약 시 일반투자자의 청약 금액은 11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시 급등락으로 개별 종목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면서 ETF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수 추종 투자로 인한 안정성과 언제든 사고팔 수 있는 편리함에 개인투자자들이 ETF에 몰렸다. 순자산이 10조 원을 넘기는 데는 10년이 걸렸지만, 그 이후 11년 만에 100조 원을 돌파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최근 ETF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에 대해 고무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운용사 간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인해 질적 성장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쟁 격화로 테마형 ETF가 난립하고 인기 상품 베끼기가 관행처럼 이뤄지면서 운용사 간 차별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테마형 ETF는 투자 유행이 지날 경우 수익률이 급락해서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차전지 관련 주에 관심이 쏠리면서 이차전지 ETF가 대거 출시됐지만 올 들어 전기차 등 전방 사업 부진으로 이차전지의 주가가 내려가면서 ETF 투자자들의 손실도 커졌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이차전지 대표 ETF인 ‘TIGER 2차전지 TOP10 레버리지 ETF’와 ‘KODEX 2차전지산업레버지리 ETF’는 올해 들어 각각 48.1%, 39.89%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중 하락률 1, 2위를 기록했다.
순자산 규모에 비해 종목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ETF 종목 수는 875개로, 1종목당 순자산 규모는 1721억 원가량이다. 이는 글로벌 ETF의 종목당 순자산 규모(1조6290억 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종목 수가 많을 수록 관리가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외형 성장에만 집중하기보다 운용사 간 차별화 상품을 내놓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투자 안정성-편리함에 자금 몰려
일부선 “상품 베끼기로 속빈 강정
종목 수 줄이고 차별화 나서야”
![](https://dimg.donga.com/wps/ECONOMY/IMAGE/2024/06/23/125576091.8.jpg)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 규모가 150조 원을 넘었다. 지난해 6월 100조 원을 넘긴 지 1년 만에 50% 성장했다. 투자 안정성과 편리함을 앞세워 국내 대표 금융 상품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지만 테마형 ETF 난립과 인기 상품 베끼기 관행으로 인해 외형만 커진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국내 ETF 순자산의 총합은 150조6057억 원이었다. 2002년 국내에서 처음 선을 보인 지 22년 만에 처음으로 150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 ETF는 지난해 6월 29일 순자산 100조 원을 넘긴 지 불과 1년 만에 순자산이 50% 이상 늘어나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TF가 처음부터 국내에서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다. 국내 첫 ETF 상품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의 사전 청약 시 일반투자자의 청약 금액은 11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시 급등락으로 개별 종목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면서 ETF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수 추종 투자로 인한 안정성과 언제든 사고팔 수 있는 편리함에 개인투자자들이 ETF에 몰렸다. 순자산이 10조 원을 넘기는 데는 10년이 걸렸지만, 그 이후 11년 만에 100조 원을 돌파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최근 ETF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에 대해 고무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운용사 간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인해 질적 성장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쟁 격화로 테마형 ETF가 난립하고 인기 상품 베끼기가 관행처럼 이뤄지면서 운용사 간 차별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테마형 ETF는 투자 유행이 지날 경우 수익률이 급락해서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차전지 관련 주에 관심이 쏠리면서 이차전지 ETF가 대거 출시됐지만 올 들어 전기차 등 전방 사업 부진으로 이차전지의 주가가 내려가면서 ETF 투자자들의 손실도 커졌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이차전지 대표 ETF인 ‘TIGER 2차전지 TOP10 레버리지 ETF’와 ‘KODEX 2차전지산업레버지리 ETF’는 올해 들어 각각 48.1%, 39.89%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중 하락률 1, 2위를 기록했다.
순자산 규모에 비해 종목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ETF 종목 수는 875개로, 1종목당 순자산 규모는 1721억 원가량이다. 이는 글로벌 ETF의 종목당 순자산 규모(1조6290억 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종목 수가 많을 수록 관리가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외형 성장에만 집중하기보다 운용사 간 차별화 상품을 내놓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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