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엔비디아 4400억원 사고… 국내株 6200억 팔아치웠다

소설희 기자

입력 2024-06-17 03:00 수정 2024-06-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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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인투자자, 韓증시 부진에
1주일새 美주식 1300억원 순매수
액면분할한 엔비디아 대거 사들여
ISA도 ‘해외>국내’ ETF 비중 역전




“국내 증시가 워낙 부진해 들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팔고 그 돈으로 미국 주식에 투자했어요.”

직장인 박모 씨(31)는 두 달 전 국내 주식 중 마지막까지 남겨뒀던 삼성전자 30주를 모두 팔았다. 삼성전자가 ‘10만 전자’까지 갈 것이라 기대했지만, 국내 증시가 부진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 주식을 판 돈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장지수펀드(ETF)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샀다”며 “여윳돈이 생기면 엔비디아에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박 씨와 같이 미국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서학개미’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새 개인투자자들은 ‘박스피’에 갇힌 국내 주식을 6200억 원 가까이 팔았는데,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는 4400억 원가량 사들였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최근 일주일(8∼14일) 동안 미국 주식을 9597만 달러(약 1333억 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주식 보유 금액은 사상 최고치다. 13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 금액은 845억7718만 달러로 올 초(673억6296만 달러)보다 25.6% 늘었다.

서학개미들은 AI 열풍 속에 액면분할로 소액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진 엔비디아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일주일 새 엔비디아를 3억1541만 달러(약 4400억 원) 순매수해 해외 주식 중 가장 많이 사들였다. 같은 기간 순매수 2위인 게임스톱(6699만 달러)의 4.7배 수준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은 외면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10∼14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6199억 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삼성전자(―7728억 원), SK하이닉스(―2855억 원), 한미반도체(―1968억 원) 등 반도체주를 가장 많이 내다 팔았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와 미국의 기대수익률 자체가 다르다 보니 개인들이 국내 주식 대신 미국 주식을 사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미국 중심 우위 구도가 강해 중장기적 관점에서도 개인들이 미국 주식에 더 우호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노후와 자산 증식을 위한 ‘절세 계좌’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도 해외 투자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중개형 ISA에서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 편입 비중은 4월 말 기준 19.7%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4.3%)에 비해 4개월 만에 15%포인트 넘게 늘어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ETF 편입 비중은 15.5%에서 7.3%로 줄어들었다. 중개형 ISA가 도입된 후 해외 ETF와 국내 ETF 편입 비중이 역전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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