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비중 60% K-바이오 “상법개정땐 투자-M&A 위축 우려”

최지원 기자

입력 2024-06-24 03:00 수정 2024-06-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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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늘며 소액주주 급증
바이오 신약개발 불확실성 높아
“대형투자보단 단기수익 초점
장기 투자-인수합병 동력 꺾일것”




국내 바이오 업계가 이사의 충실(loyalty)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시키는 상법 개정안에 긴장하고 있다. 소액 주주 비율이 높은 바이오 업계는 소액 주주의 다양한 요구를 다 맞추기 힘들기에 투자에 소극적으로 되고, 각종 소송에 시달릴 가능성은 커진다.

23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주요 바이오 벤처들의 소액 주주 지분은 평균 60% 이상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투자 혹한기를 견디고 있는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수차례 진행한 결과다. 실제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9년 1조1033억 원에 달했던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액은 2023년 상반기(1∼6월) 3665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전년 동기(6758억 원) 대비 약 46% 줄어든 수준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신약 개발사들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상장 이후에 대형 투자사들이 큰 투자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일반 소액 주주들로 채워지게 된다”며 “잦은 유상증자로 최대 주주 지분은 줄고 소액 주주 지분이 높은 구조를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들이 중대한 경영적 판단을 할 때 회사뿐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따라서 이사회가 지분이 높은 소액 주주의 각자 다른 의견을 고려하다 보면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장기간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신약 개발의 특성을 잘 모르고 들어온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1년 안에 주가가 상승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며 “이사회에서는 단기 수익 증대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장기 투자나 대규모 투자 결정에 굉장히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상법 개정 논의는 당장 바이오 업계의 인수합병(M&A)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신약의 임상시험이 진척될수록 더 커지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캐시카우’가 확실한 기업과의 M&A를 선택하는 바이오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상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나서며 기업 간 M&A 논의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국내 바이오 전문 회계법인의 한 임원은 “상법 개정이 논의되면서 바이오 기업들은 M&A에 나서기보다 일단 숨죽이고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며 “산업이 몸집을 키우는 과정 중 하나가 활발한 M&A인데, 그 동력이 꺾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법 개정 시 국내 상장사 153개 중 52.9%는 M&A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철회하겠다고 응답한 바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한 대표는 “지금도 사외이사를 모시는 게 쉽지 않다. 리스크가 큰 사업인 만큼 소액 주주들의 소송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많다”며 “상법 개정으로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되면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한 사외이사를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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