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한계 몰린 기업들… 흑자도산 막을 ‘기활법’은 국회 표류
세종=김형민 기자 , 세종=김도형 기자 , 김수연 기자
입력 2023-11-28 03:00 수정 2023-11-28 06:16
[기업 구조조정 체계 마비 위기]
내년 일몰… 상시화案 3년째 계류… 일몰땐 선호않는 법정관리 들어가야
다급한 기업들 대출 연장 요청 늘어…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 선택권 줘야”
나일론 원료 생산업체인 A사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일몰되기 직전인 올해 9월 유동성 부족으로 워크아웃과 사업 재편을 신청했다. 한때 매출 1조 원을 오갔던 이 업체는 올해 6월 말 기준 차입금 규모만 약 1900억 원, 부채 비율은 4만 % 가까이 치솟아 한계에 봉착했다. 그러나 A사는 워크아웃을 통해 차입금 상환 기일을 늦출 수 있었고 기업 매각과 신산업 진출을 통해 부활에 나서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기촉법 일몰로 자칫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면 회사 가치가 반 토막 이하로 내려갔을 것”이라고 했다.
고금리로 한계 상황에 직면한 기업이 역대 최대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부실과 도산을 선제적으로 막아줄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이어 실효(失效)될 위기에 몰렸다. 이미 일몰된 기촉법에 이어 기활법까지 사라지면 한계기업 등의 기업 구조조정 수단은 법정관리(회생절차)밖에 남지 않게 된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흑자 도산이 늘어날 우려가 크다.
27일 국회 및 정부 등에 따르면 기촉법과 기활법은 이달 말 연달아 상임위 법안심사 소위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다. 워크아웃 근거법인 기촉법은 재입법이, 기업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기활법은 상시화, 지원 범위 확대 등 전반적인 개정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기촉법은 지난달 이미 일몰이 됐고 기활법은 내년 8월 일몰을 앞두고 있다. 기활법의 상시화를 담은 법안 개정안은 2020년 9월 발의된 이후 3년 넘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문제는 이달 두 법안이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총선 국면에 접어드는 국회 일정상 상당 기간 국회 논의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사실상 기존 법안은 폐기되고 총선 이후 22대 국회에서 새로 법안을 발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초부터는 국회가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돌입하기 때문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달 상임위를 통과해야 그나마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법안 심사 시간이 제한돼 있어서 안건이 뒤로 밀리면 이번에도 계류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 1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모두 통과한다는 보장이 없다.
기촉법과 기활법은 각각 2001년과 2016년 시행됐다. 기촉법은 은행권의 채무 조정과 만기 연장 등 워크아웃을, 기활법은 기업들의 선제적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근거법으로 자리매김해오고 있었다. 두 법이 모두 사라지면 기업들에 남은 구조조정 옵션은 법정관리밖에 없다. 하지만 법정관리는 기업 정상화까지 10년 이상이라는 긴 세월이 걸리는 데다, 부도 기업이라는 ‘낙인 효과’가 커서 기업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산업계는 기촉법, 기활법의 재입법과 상시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고금리 상황으로 한계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워크아웃과 사업 재편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이자율 조정 등의 조치가 시행되는데, 고금리 상황에서 기촉법마저 없어진다면 기업 부실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 담당자는 “기업들마다 대출 만기 연장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동시에 여러 건의 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구조조정 관련 법안의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재혁 상장사협의회 전무는 “워크아웃은 기업의 자율적 구조조정과 효율적인 정상화 작업으로 재입법이 필요하다”며 “기활법도 빠른 산업구조 변화에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상거래도 정지돼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진다”며 “기업들에 구조조정 수단을 결정할 선택권을 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내년 일몰… 상시화案 3년째 계류… 일몰땐 선호않는 법정관리 들어가야
다급한 기업들 대출 연장 요청 늘어…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 선택권 줘야”
나일론 원료 생산업체인 A사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일몰되기 직전인 올해 9월 유동성 부족으로 워크아웃과 사업 재편을 신청했다. 한때 매출 1조 원을 오갔던 이 업체는 올해 6월 말 기준 차입금 규모만 약 1900억 원, 부채 비율은 4만 % 가까이 치솟아 한계에 봉착했다. 그러나 A사는 워크아웃을 통해 차입금 상환 기일을 늦출 수 있었고 기업 매각과 신산업 진출을 통해 부활에 나서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기촉법 일몰로 자칫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면 회사 가치가 반 토막 이하로 내려갔을 것”이라고 했다.
고금리로 한계 상황에 직면한 기업이 역대 최대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부실과 도산을 선제적으로 막아줄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이어 실효(失效)될 위기에 몰렸다. 이미 일몰된 기촉법에 이어 기활법까지 사라지면 한계기업 등의 기업 구조조정 수단은 법정관리(회생절차)밖에 남지 않게 된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흑자 도산이 늘어날 우려가 크다.
● 이달 논의 안 되면 무기한 표류 가능성
27일 국회 및 정부 등에 따르면 기촉법과 기활법은 이달 말 연달아 상임위 법안심사 소위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다. 워크아웃 근거법인 기촉법은 재입법이, 기업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기활법은 상시화, 지원 범위 확대 등 전반적인 개정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기촉법은 지난달 이미 일몰이 됐고 기활법은 내년 8월 일몰을 앞두고 있다. 기활법의 상시화를 담은 법안 개정안은 2020년 9월 발의된 이후 3년 넘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문제는 이달 두 법안이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총선 국면에 접어드는 국회 일정상 상당 기간 국회 논의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사실상 기존 법안은 폐기되고 총선 이후 22대 국회에서 새로 법안을 발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초부터는 국회가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돌입하기 때문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달 상임위를 통과해야 그나마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법안 심사 시간이 제한돼 있어서 안건이 뒤로 밀리면 이번에도 계류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 1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모두 통과한다는 보장이 없다.
기촉법과 기활법은 각각 2001년과 2016년 시행됐다. 기촉법은 은행권의 채무 조정과 만기 연장 등 워크아웃을, 기활법은 기업들의 선제적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근거법으로 자리매김해오고 있었다. 두 법이 모두 사라지면 기업들에 남은 구조조정 옵션은 법정관리밖에 없다. 하지만 법정관리는 기업 정상화까지 10년 이상이라는 긴 세월이 걸리는 데다, 부도 기업이라는 ‘낙인 효과’가 커서 기업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산업계는 기촉법, 기활법의 재입법과 상시화를 요구하고 있다.
● 금융권도 우려…“만기연장 요청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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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구조조정 관련 법안의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재혁 상장사협의회 전무는 “워크아웃은 기업의 자율적 구조조정과 효율적인 정상화 작업으로 재입법이 필요하다”며 “기활법도 빠른 산업구조 변화에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상거래도 정지돼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진다”며 “기업들에 구조조정 수단을 결정할 선택권을 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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