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81% 수도권 집중… 지방 유니콘은 1곳뿐

신동진 기자

입력 2022-12-07 03:00:00 수정 2022-12-07 1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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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 위기를 기회로]〈4〉스타트업도 균형 발전을
부산-제주서 잘나가는 벤처기업, 매주 투자사 몰린 서울출장 신세
지역전용 펀드는 아직 걸음마 단계… 인재풀 좁고 유치할 환경도 안돼



#1. 국내 최초 렌터카 실시간 예약 플랫폼을 개발한 캐플릭스의 본사는 제주 제주시에 있다. 제주 토박이인 윤형준 캐플릭스 대표는 2012년 창업 당시 “연간 1000만 명이 방문하는 지역에서 성공하면 전국구 서비스도 가능하겠다”는 판단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내륙 진출 후 전국 450개 업체와 제휴하고 올해 일본을 시작으로 동남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134억 원이던 매출은 올해 9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 장애인 재택근무 시스템을 공급하는 창업 5년차 스타트업 브이드림은 2020년 본사를 부산 해운대구에서 동구로 옮겼다. 서울 등 출장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KTX 역사 앞으로 이전한 것. 부산이 고향인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는 장애인 의무고용 대신 부담금을 내는 전국 업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여러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회원사로 확보했다. 지난달 베트남 장애인센터와 협약을 맺으며 글로벌 장애인 취업 지원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지방에서 창업해도 전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두 회사의 대표 모두 일주일에 3번 이상 서울을 오가는 신세다. 스타트업 네트워크와 투자자가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비해 자금력과 인재풀이 빈약한 지방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으로 성공한 기업은 손에 꼽힌다. 경쟁력을 갖춘 로컬 스타트업을 키우고 본사 이전과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스타트업 투자·지원 사업도 수도권 편중

6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9월 기준 수도권의 신규 벤처투자액은 3조9608억 원으로 전국 벤처투자액(4조8668억 원)의 81.4%를 차지했다. 서울에 2조9670억 원(61.0%)이 집중된 반면 부산 986억 원(2.0%), 대구 464억 원(1.0%), 광주 366억 원(0.8%) 유치에 그쳤다. 외국인 자금도 지난해 전체 투자액의 75%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KOTRA에 따르면 수도권 외국인 투자는 2017년 134억 달러에서 지난해 222억 달러로 4년간 88억 달러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은 58억 달러에서 34억 달러로 24억 달러 감소하며 투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에 본사를 둔 한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사가 전부 서울에 있어 매주 출장을 간다. 서울 본사 이전을 투자 조건으로 내거는 투자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 출신의 한 창업자는 “스타트업 입주공간을 찾거나 창업가 네트워크를 만들기에 서울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역 전용 펀드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올 초 충청·호남권에 100억 원 규모로 조성된 엔젤투자허브 펀드의 투자처는 현재 5곳(14억 원)에 불과하다. 요건에 맞는 투자처 발굴이 쉽지 않은 데다 민관 합동 펀드라 투자를 심사하는 조합원 수가 많아 의견 조율에도 시간이 걸린다. 대구 기반 벤처캐피털(VC)인 인라이트벤처스의 박문수 대표는 “지방 스타트업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펀드는 규모가 여전히 작다. 수도권 업체들 중에 지방에 연구소를 세워 지원받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 편중은 성장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유니콘 24개 가운데 지방에 본사를 둔 업체는 쏘카(제주)가 유일하다. 서울(21곳)과 경기(2곳) 등 대부분 수도권에 본사가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특별보증 등을 지원하는 ‘아기유니콘 200’ 기업 159곳 중 135곳이 수도권 업체다. 혁신 스타트업 발굴 육성을 위한 ‘소부장 스타트업 발굴 육성 사업’ 역시 20곳 중 13곳이 수도권에 몰렸다.
○ 인재 육성·채용도 양극화
인재 불균형도 숙제다. 경남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후속 투자 전후로 성장 단계에 맞는 개발자나 재무, 마케팅 관련 인력들이 필요한데 지방은 인재풀이 좁고 타지에서 유치할 환경도 못 된다”고 말했다. 지방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관계자 B 씨는 “서울 지점엔 지원이 넘쳐나는데 정작 본사는 경력 있는 중간관리자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핵심 인력인 개발자 교육 사업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육성하는 중기부의 ‘벤처스타트업 아카데미’ 참여자 1235명(9월 기준) 가운데 서울(587명), 경기(317명), 인천(40명) 등 수도권에 944명(76.4%)이 쏠렸다. ‘스타트업 AI 기술 인력 양성 사업’은 교육생 200명 중 155명(77.5%)이 수도권 출신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지원책보다 구조적인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양한 인재들이 모일 수 있도록 광역 교통망 결절점에 기업, 대학, 공공기관을 모으고 문화·상업 인프라 등 정주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혜택보다 육아나 자녀 교육, 주거 특별공급 등 스타트업 근로자를 위한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혁신 지역에 신산업 테스트베드는 물론이고 인증평가 기관을 활성화하면 글로벌 진출 거점이 될 수 있다. 지역 공공기관은 스타트업 제품을 구매해 레퍼런스를 만들어 주고 지방 은행과 향토 기업 등은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 자생적이고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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