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내년 상반기 통합 불투명… EU, 승인심사 ‘감감’

변종국 기자 , 이건혁 기자

입력 2021-10-22 03:00 수정 2021-10-2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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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개國에 결합신고 했지만 EU집행위 정식 심사에 착수 안해
업계 “점유 50% 독과점 노선 많아… 조건부 승인 내주려 엄격히 심사”
공정위도 해외판단 고려 승인 신중, 두회사 모두 경영불확실 부담 가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 통합과 관련해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주요 국가 경쟁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가운데 EU가 아직 통합에 관한 정식 심사에 착수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 지연으로 양사 통합이 내년 상반기(1∼6월)에도 마무리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합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유상증자로 마련한 통합 자금 미집행, 경영 불확실성 확대 등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1일 기업 결합을 담당하는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한 본보의 질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결합 심사는 위원회에 아직 공식 통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고를 받았을 뿐 정식 심사에 착수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심사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인이 언제 날지도 예측할 수 없다. 일본 경쟁 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 측도 “대외적으로 공식화한 사안이 아니라 언급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인수합병, 결합 등을 하려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이 필수다. 대한항공은 올해 1월 9개 필수 신고 국가 경쟁 당국에 기업 결합신고를 했다.

대한항공은 본심사를 위해 EU 측과 기본자료와 의견을 주고받는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전 협의가 끝나면 본심사가 진행된다. 통상 본심사는 3∼6개월 정도 걸리지만 중요한 기업 결합은 더 오래 걸린다. EU 집행위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통합 본심사를 2019년 12월에 시작했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해외 경쟁 당국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심사 통과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양사 통합에 따른 독과점 발생 우려가 있는 EU, 미국, 일본 등에서 심사를 깐깐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럽, 일본 노선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점유율이 50% 넘는 노선이 30개가 넘는다. 유럽에선 바르셀로나, 파리, 런던, 로마 노선의 통합 점유율이 60%를 넘는다. 항공업계의 한 임원은 “미국 유럽은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독과점에 대해 까다롭게 본다. 심사를 하면서 소비자 이익 보호 및 경쟁자 진입을 내걸어 슬롯(공항에서 특정 시간에 이륙할 수 있는 권리)과 운수권 일부 포기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례가 있다. 2013년 미국 법무부는 아메리칸항공-US에어웨이 통합을 승인하면서 양사가 보유한 주요 공항 슬롯, 게이트, 공항 인프라의 일부를 경쟁사에 내주라는 조건을 달았다. EU 집행위도 런던∼필라델피아 노선 등에 독과점 우려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아메리칸항공은 이 노선의 슬롯 일부를 포기하면서 운항을 줄였다.

한국 공정위도 결합 승인에 신중한 모습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정위가 먼저 결합에 대해 판단을 하고 조치를 내렸을 때 해외 경쟁 당국의 판단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LCC들은 통합에 따른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되며 공정 경쟁을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100% 독점하고 있는 인천∼울란바토르, 김포∼하네다 노선 등의 슬롯 및 운수권 배분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 측은 “EU에서 요청하는 자료 제출과 추가 질의에 대한 답변 준비 등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승인 결정을 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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