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 성장률 하락 → 재정악화 악순환… “세원 확대 논의해야”

세종=구특교 기자 ,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1-01-13 03:00:00 수정 2021-01-13 04: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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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당겨진 ‘인구 수축사회’]
<下> 인구절벽에 나라 살림도 빨간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출산율 하락과 재정 악화를 불러왔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재정적자는 11월까지 98조 원을 넘었다. 연간으로 처음 1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수축사회’에서 세금 낼 인구가 줄고 복지 지출 등이 늘면 ‘재정절벽’에 봉착한다. 미래 세대 부담을 덜어주려면 재정을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넓은 세원을 확보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내는 부가가치세(부가세) 세율은 현재 10%다. 1977년 도입된 뒤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똑같이 내야 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세율을 올리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

하지만 부가세 세율이 현행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부가세 수입은 2017년 50조4000억 원에서 2050년 40조 원으로 감소한다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산한 결과다.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 등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소비하고 세금을 낼 사람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총인구(내국인+외국인)가 줄어드는 ‘인구 수축사회’의 예정된 미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구 수축사회 진입이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나라살림의 지출과 수입 구조를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복지 지출 같은 나랏돈 씀씀이는 줄이기 힘들어 ‘재정절벽’에 부딪힐 우려가 크다.

○ 국가채무 비율 최고점, 2045년보다 앞당겨져

12일 기획재정부의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현재 국가채무는 956조 원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국가채무 비중은 47.3%이지만 2045년 99%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4년 뒤 국가채무 비율이 50%포인트 넘게 급등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구 감소가 예상보다 빨라지며 국가채무 비율이 정점을 찍는 시기도 이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장기재정전망 당시 올해 합계출산율은 0.86명으로 가정했으나 한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합계출산율이 0.7명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가 줄면 내수가 위축되고 잠재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경제 규모가 위축되면 각종 경제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세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재정전망에서 “국가채무 비율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인구 감소에 따른 성장률 하락”이라며 “인구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재정 안정성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는 고령층 비중은 점차 높아져 나라살림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인구에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70%대에서 35년 뒤 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통계청은 추산했다. 현재 약 50% 수준인 의무지출 비중은 2060년 78.8%로 치솟는다. 세수는 줄어드는데 그마저도 예산의 대부분이 복지 예산에 투입되는 셈이다.

○ 인구 감소 대응해 세원 확보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서둘러 세원 확보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논쟁이 불가피하더라도 조세 제도의 첫 번째 원칙인 ‘넓은 세원’에 입각해 세금 제도를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세원을 확대하려면 현재 약 36.8% 수준인 면세자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약 705만 명의 근로소득자가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근로소득자 10명 중 4명꼴이다. 이는 미국(29.3%), 호주(15.8%), 캐나다(17.6%)보다 높은 수준이다. 자녀가 2명 있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총급여액이 3083만 원 이하이면 면세 가구로 분류된다.

면세자 비율을 낮추려면 각종 세금 공제 혜택을 정비하고 비과세 감면 제도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기재부의 ‘2021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올해 국세 감면액은 지난해(53조9000억 원)보다 2조9000억 원 늘어난 56조8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보험료 특별공제 및 세액공제 4조4679억 원, 신용카드 소득공제액 3조1725억 원 등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자 증세는 상징성은 크지만 인구 구조 변화로 발생하는 세수 문제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비과세 항목을 줄여 세원을 넓게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고통스러운 선택도 남아있다. 중장기적으로 제도 도입 뒤 세율이 한 번도 변하지 않은 부가세 인상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2019년 청와대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부가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학수 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인구절벽이 가팔라지고 재정 지출은 늘어나는데 세입 확보 기반을 논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선심성 지출 확대를 줄이고 재정준칙을 실효성 있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어떻게 갚아 나갈지 함께 논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이런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세종=구특교 kootg@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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