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절벽에… 쇼핑메카 명동-동대문도 임대료 ‘뚝’

김호경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20-05-28 03:00 수정 2020-05-28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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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원,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조사

26일 서울 종로구 대로에 인접한 3층짜리 상가에 임대를 놓는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입점 문의’.

27일 서울 중구 밀리오레 건물 입구 바로 옆에는 이런 문구가 커다란 옥외 광고판에 붙어 있었다. 과거 동대문 패션타운의 메카였던 시절엔 화려한 의류 광고들이 있던 자리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고층으로 갈수록, 중앙 에스컬레이터에서 멀어질수록 공실이 눈에 띄게 늘었다. 8층은 정상 영업 중인 가게를 양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이처럼 동대문 상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국인 관광객마저 끊기면서 상권 전체가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감정원이 이날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모든 유형의 상가에서 ‘임대가격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가격지수란 기존 점포들이 내던 임대료가 아니라 조사 시점에 새로 점포를 차리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 시세를 뜻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새로 점포를 내려는 수요가 급감했는데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점포가 하나둘 생기면서 임대료 시세가 하락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내수 침체 등으로 인한 상권 충격이 처음으로 반영된 통계다.

한국감정원은 임대가격지수를 △오피스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m² 초과) △소규모 상가(연면적 330m² 이하) △집합상가로 구분해 집계하는데, 서울 집합상가 가운데 가장 임대가격지수가 많이 떨어진 상권이 동대문이었다.

밀리오레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조모 씨(61·여)는 “코로나19 이후 하루 매출이 0원인 날이 점점 늘고 있다”며 “임대인이 임대료를 깎아줘도 매일 적자라 관리비 내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이미 불황으로 상권이 침체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마저 자취를 감추면서 올해 1분기 명동 중대형 상가의 임대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5.65% 하락했다. 서울 중대형 상가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명동 이면도로에 있는 공실인 1, 2층 상가(전체 면적 전용 160m²) 임대료는 코로나19 이전 월 1300만∼1500만 원에서 현재 1000만 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인건비조차 벌지 못하자 영업을 중단하는 가게가 급증했다”며 “임차인을 구하는 상가들 대부분 권리금을 없애고 임대료를 20% 이상 줄였지만, 공실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임대가격지수가 가장 크게 떨어진 곳은 대구였다. 대구 중대형 상가의 임대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4.85%나 떨어졌다. 대구에서도 대학가인 계명대 성서캠퍼스 상권(7.68%)의 충격이 특히 컸다. 소규모 상가 역시 대구(4.97%)의 하락 폭이 컸다.

전국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 11.7% △소규모 상가 5.6%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 각각 0.7%포인트, 0.1%포인트 증가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었다고 당장 폐업하는 건 아니다 보니 공실률은 실제 경기 변동보다 후행한다”며 “이 때문에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도보다 공실률 증가 폭이 가파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통계에 반영된 공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다. 이날 명동과 동대문 상권에서는 ‘임시 휴업’ 안내문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휴업이 장기화되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점포들이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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