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냄새를 구분하는 고양이

노트펫

입력 2019-12-09 09:06 수정 2019-12-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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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모든 고양이들은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싶어 한다. 다른 어떤 고양이에게도 침범 받지 않는 그런 배타적인 영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곳을 자신만의 사냥터로 그리고 놀이터로 삼기 위해서다.

고양이가 가진 영역 소유욕은 비단 고양이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고양잇과동물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모든 고양잇과동물들은 자신 혹은 자기 무리만의 영역을 원한다. 그리고 그 영역을 기반으로 먹이 활동과 번식이나 양육 같은 종족의 생존에 필수적인 일을 한다.

단독주택에서 생활하는 집고양이는 마당을 자신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다른 그 어떤 고양이의 침입도 용인하지 않는다. 실내에서 잠을 잔 고양이는 아침만 되면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자신만의 사냥터의 안전이 너무나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지난밤에 다른 고양이들이 사냥터에 무단 침범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침입자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런 증거들이 보인다면 당연히 이를 없애고 그곳이 자신만의 배타적인 영역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

집고양이가 궁금해 하는 침입자 대부분은 주인이 없는 길고양이들일 것이다. 그런 목적으로 밖에 나가려는 고양이의 외출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 번 주변을 쭉 훑어보고 나무에 자신의 영역 표시를 하면 끝이다.

경우에 따라 자신만 이용 가능한 야외화장실에서 큰일까지 치른다. 고양이가 모든 용무를 마쳐도 십 분이면 끝난다. 자연스레 그런 짧은 외출에서 유독 고양이가 관심을 보이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간밤에 누가 다녀간 곳이다.

신기한 일은 고양이가 침입자가 남긴 그 냄새를 구분한다는 것이다. 어제의 침입자나 그제의 침입자가 같은 고양이일 수 있지만, 다른 고양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 침입자들을 보지도 않고 구분할 수 있다. 냄새를 통해 구분하는 것이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다소 지저분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고양이는 오줌을 통해 오줌의 주인공이 어느 고양이임을 정확하게 분리한다. 그리고 이를 인식한다. 어느 고양이가 자신의 사냥터에 상습적으로 침범하는지 머릿속에 인지하는 것이다.

침입자의 흔적은 기분 나쁘니까 당연히 제거되어야 한다. 사람이라면 물청소를 할 일이지만 고양이는 더욱 냄새나는 일을 한다. 침입자의 냄새를 덮어버릴 수 있는 자시만의 독특한 소변을 뿌리는 것이 고양이만의 청소방법이며 영역표시 방법이다.

후각이 둔한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은 주로 시각으로 세상 만물을 인식하고 구분한다. 그렇지만 고양이는 시각에 후각까지 합쳐 세상의 모든 존재들을 이렇게 보다 입체적으로 구분하고 행동한다.

사람의 능력으로 이 모든 것이 고양이의 대단한 능력 같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고양이만 가진 것은 아니다. 고양이를 포함한 고양잇과동물이라면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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